노동
피고 회사에서 전무로 근무하다 퇴직한 원고 A가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원고가 퇴직 시 작성한 '퇴직 및 비밀유지 합의서'에 따라 법정퇴직금 외에 통상임금 18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보상금 222,129,000원을 지급받는 대신 피고 회사에 대한 모든 임금 관련 채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으므로, 원고의 연차수당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소를 각하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9월 1일부터 피고 B 주식회사에서 전무로 근무하다 2023년 2월 28일 퇴직했습니다. 원고는 퇴직 당시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총 15,324,58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는 원고가 2023년 1월 30일 자신의 퇴직과 관련하여 피고 회사와 '퇴직 및 비밀유지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이 합의서에 따라 법정퇴직금과 별도로 통상임금 18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보상금을 지급받는 대신 피고 회사에 대한 모든 임금 관련 채권을 포기하고 향후 법적인 이의 제기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맞섰습니다. 이후 피고 회사가 2023년도 미사용 연차휴가에 해당하는 수당은 지급했지만, 그 이전 연차에 대한 수당 청구권은 합의에 따라 소멸되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어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퇴직 시 근로자와 회사 간에 작성된 합의서에 '모든 임금 관련 채권 포기' 조항이 포함된 경우, 이 조항이 미사용 연차수당 청구권까지 포함하여 소멸시키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사전 포기가 금지되는 것과 유사하게 연차수당도 포기할 수 없는지에 대한 법적 해석이 필요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원고가 법정퇴직금 외에 상당한 금액의 특별퇴직보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작성된 합의서의 '일체의 청구권 포기' 조항이 유효하며, 미사용 연차수당 청구권도 이 합의의 효력 범위에 포함되어 소멸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퇴직 시 받기로 되어 있었던 법정퇴직금 약 78,557,160원 외에 통상임금 18개월분에 해당하는 222,129,000원(12,340,500원 X 18개월)을 특별퇴직보상금으로 추가 지급받기로 약정하여, 이 돈을 지급받고 기존 고용계약과 관련된 모든 분쟁을 종결시킬 충분한 유인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합의서 제5조에 '임금, 기타 수당 등을 포함하여 일체의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정산되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고,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청구권만을 합의에서 배제하겠다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미사용 연차수당 청구권은 이 사건 합의서에 포함된 부제소 합의의 효력 범위에 속하여 소멸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소는 권리 보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해야 한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등은 중요한 권리로 보호되며, 그 사전 포기는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다36762 판결 참조)에 따르면, 회사의 근로관계를 일정한 시점에서 종료시키기로 하고 퇴직을 전제로 퇴직금 또는 퇴직위로금 등을 수령하면서 향후 퇴직 또는 퇴직금과 관련하여 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나 이의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는 퇴직금의 사전 포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법정퇴직금 외에 통상임금 18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보상금 222,129,000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피고 회사에 대한 '임금, 기타 수당 등을 포함한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것이,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유효한 부제소 합의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퇴직금 사전 포기가 아니라, 퇴직을 전제로 한 합리적인 조건의 권리 포기 합의로 해석된 것입니다. 따라서 미사용 연차수당 청구권도 이 포괄적인 합의의 효력 범위에 포함되어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퇴직 시 회사와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본인이 포기하는 권리와 유지하는 권리를 명확히 구분하여 합의서에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체의 청구권 포기'와 같은 포괄적인 문구는 예상치 못한 권리까지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어떤 권리가 포함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미사용 연차수당이나 퇴직금과 같이 근로기준법상 보호받는 권리에 대한 포기 조항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개별적으로 명시하여 법적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합의를 통해 법정퇴직금 외에 상당한 금액의 특별 보상금을 받는 경우, 법원은 해당 합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합의서 내용과 그 대가를 면밀히 비교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