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 사업체 설립 및 정보 유출 주장 약정금 사건

원고 A는 D 주식회사와의 합의서에 명시된 경업금지 및 비밀유지 의무를 피고 B와 그의 아들 C 등이 위반하여 동종 사업을 운영하고 기술을 유출하였다며 각 5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들이 설립한 회사들이 D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특허 출원 행위가 경업금지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으며 비밀 유출 사실도 입증되지 않았다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D 주식회사의 설립자이자 이사 및 대표자입니다. 과거 피고 B와 교제했던 관계입니다.
• 피고 B: D 주식회사의 설립 당시부터 사장으로 재직했던 인물입니다.
• 피고 C: 피고 B의 아들이자 D 주식회사의 전 직원입니다. H 및 I 주식회사를 설립한 주요 인물입니다.
• E: 피고 B의 아들이자 D 주식회사의 전 직원입니다.
• D 주식회사: 원고 A가 4억 원을 출자하여 2007년에 설립한 소방 설비공사업, 소방 기계·기구 제조업 회사입니다.
• H 주식회사: 피고 C 명의로 2016년에 설립된 부직포 및 펠트 제조업 회사입니다.
• I 주식회사: 피고 C을 대표이사로, 피고 B의 처인 L을 사내이사로 하여 2021년에 설립된 불연 산업용, 군수용 신소재 개발·생산업 회사입니다.
• L: 피고 B의 처이자 I 주식회사의 사내이사입니다. 소방소재 및 소방용품에 대한 특허와 디자인권 출원 명의자 중 한 명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07년 D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대표로 재직했으며, 피고 B는 사장으로, 피고 C과 E는 직원으로 근무했습니다. 2016년 원고는 피고들이 D의 기술과 물품을 유출하고 동종 사업을 운영했다는 이유로 항의했고, 이에 원고와 피고들 및 E는 2016년 6월 15일 경업금지 및 비밀유지 의무를 포함하는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들이 합의 이후에도 H, I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동종 영업을 하거나 소방 관련 특허 및 디자인권을 출원하는 등 합의서 내용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각 5억 원, 총 10억 원의 손해배상금과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들이 D 주식회사와의 합의서에 따른 경업금지 의무와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피고들이 설립한 H 및 I 주식회사가 D 주식회사와 동종 영업부류에 속하는지, 특허 및 디자인권 출원 행위가 경업금지 의무 위반인지, 그리고 근무 중 취득한 정보(영업비밀)를 유출하여 사용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들이 D 주식회사와의 합의서에 따른 경업금지 및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피고들이 운영한 회사들의 사업 목적과 실제 제품이 D 주식회사의 사업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웠고, 특허 출원 행위는 거래 행위로 볼 수 없으며, 영업비밀 유출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약정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상법 제15조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 법원은 D 주식회사에서 제조, 영업, 기술 개발 등 업무를 담당하고 매출액에 따라 급여를 받은 피고 B를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상업사용인'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상업사용인의 경업금지 의무 관련 법리를 적용하는 기초가 됩니다.
• 상법 제17조 (경업금지, 겸직금지)​: 상업사용인은 영업주의 허락 없이 자기 또는 제삼자의 계산으로 영업주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경쟁 회사의 직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영업주의 영업부류'란 영업주가 경영하는 사업과 시장에서 거래처가 경합하여 이익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들이 설립한 H 및 I 주식회사의 사업 목적과 제품이 D 주식회사의 사업과 실질적인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보아 경업금지 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 약정이 존재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나 자유로운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D을 퇴직한 이후에도 부담하는 경업금지 의무는 경쟁 관계가 명확할 경우에만 부담한다고 보아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부정경쟁행위, 영업비밀의 정의)​: 영업비밀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가 유출된 정보가 무엇인지, 그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비밀로 유지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경업금지 약정의 범위 명확화: 합의서 작성 시 금지되는 사업의 구체적인 범위, 제품 종류, 지역, 기간 등을 명확히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퇴직 후 경업금지 약정은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됩니다.
• 영업비밀의 구체적 특정 및 관리: 영업비밀 유출을 주장하려면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해당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어왔는지, 그리고 유출되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정보의 비밀성 유지를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 입증 자료의 확보: 소송에서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필수적입니다. 경업 행위나 영업비밀 유출 등을 주장할 때는 관련 사업자등록 정보, 제품 비교 자료, 특허 출원 내용, 내부 문서, 이메일, 거래 내역 등 다양한 자료를 철저히 수집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 계약 위반 판단의 신중함: 단순히 유사한 사업을 한다고 해서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사업이 기존 회사와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을 하는지, 이익 충돌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허 출원과 같은 행위 자체는 거래 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