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현장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근로자가 시공사가 아닌 하도급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였고 시공사가 근로자의 안전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2017년 12월 14일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사망 근로자의 유족들(원고 A, B, C)은 해당 현장의 시공사인 주식회사 D를 상대로 망인의 일실수입과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D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원고 A에게 28,572,870원, 원고 B, C에게 각 60,713,565원 및 지연이자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D는 사망 근로자가 피고보조참가인인 주식회사 E와 근로계약을 맺고 E로부터 급여를 받는 등 피고 D의 직접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 D에게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사망 근로자가 피고보조참가인 E의 계약직 월급제 근로자였고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또한 E를 통해 처리되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건설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 유족들이 지목한 시공사(주식회사 D)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 사망 근로자가 시공사의 직접 근로자인지, 시공사가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안전 관리에 대해 실질적인 지시 및 감독 의무를 부담하는지 즉 실질적인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유족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제1심과 동일하게 피고(시공사 주식회사 D)에게 사망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사망 근로자가 피고 시공사의 직접 근로자가 아니며 시공사가 해당 근로자의 고용 및 안전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건설 현장 사고의 책임 소재를 판단할 때 명목상의 계약 관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고용 관계와 안전 관리 책임의 주체를 면밀히 파악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및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와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 법리가 적용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 의무: 사업주(고용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도급인(원청)도 수급인(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일정한 안전보건 조치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그러나 이 의무가 무한정한 것이 아니며 원청이 하도급 근로자의 구체적인 작업에 대해 직접적인 지시 감독권을 행사했거나 위험 발생의 예견 가능성 및 회피 가능성이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용자'란 단순히 명목상 고용주를 넘어 피용자의 업무수행을 지휘 감독하는 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고 D가 망인에 대해 실질적인 지휘 감독 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불법행위 책임(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D가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 D가 망인의 고용 및 안전 관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고용 관계의 실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재해조사서의 내용과 달리, 사망 근로자가 피고보조참가인 E와 근로계약을 맺고 E로부터 급여 및 4대 보험을 처리받았다는 점이 피고 D와의 직접적인 고용 관계를 부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건설 현장 사고 발생 시, 실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용직이든 계약직이든 근로자의 소속이 어디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4대 보험 가입 이력 등)를 확보해야 합니다.
원청(시공사)이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는 원청이 해당 근로자의 작업에 대해 실질적인 지시 감독권을 행사했거나 안전 관리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고가 원청의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서 내용 외에 실제 고용주가 누구인지, 원청이 하도급 근로자의 업무에 대해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재해조사서에 기재된 내용이 반드시 법적 책임 소재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증거가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