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근로자, 지역주민, 시민운동가 등이 해당 공장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특별감독보고서와 종합진단보고서의 정보 공개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청은 해당 정보들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해치거나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고용노동청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 중 감사 담당자 신상 등 일부 비공개 사유가 명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대한 공개 거부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특별감독보고서 전체와 종합진단보고서 중 일부(진단총평 등)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13년 1월 28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유독가스 불산이 누출되어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에 대한 조치로 고용노동부는 2013년 2월 4일부터 25일까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여 총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삼성전자(주) 화성사업장 산업안전보건특별감독 결과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고용노동부 명령에 따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3년 4월 1일부터 12일까지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고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 종합진단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원고들(삼성전자 근무자, 지역주민, 시민운동가)은 2015년 4월 10일 피고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에게 이 두 보고서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피고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업무 공정성 저해) 및 제7호(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가 공개를 거부한 '삼성전자(주) 반도체사업부 화성캠퍼스 특별감독보고서'와 '삼성전자(주) 기흥·화성공장 종합진단보고서'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 초래) 또는 같은 항 제7호(법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설령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더라도, 근로자나 지역주민의 생명·신체·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거나, 비공개 부분이 특정될 경우 정보공개법 제14조에 따라 부분적으로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가 2015년 5월 4일 원고들에게 내린 정보공개 거부 처분 중, 특별감독보고서의 감사 담당자 신상 등 일부 비공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에 대한 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특별감독보고서 전체(일부 비공개 부분 제외)와 종합진단보고서 중 '진단총평' 부분(협력업체 관련 일부 정보 제외)을 원고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비공개로 결정된 부분에 대한 공개 요구 등)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5분의 4를, 피고가 5분의 1을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산업재해 발생 후 정부기관이 작성한 감독 및 진단 보고서의 정보 공개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무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공익적 가치, 그리고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 보호라는 사익적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이 직접 작성한 공식 감사 및 진단 결과는 업무의 공정성 침해 사유로 비공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기업의 생산방법이나 기술적 노하우 등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영업 비밀 정보는 비공개 대상으로 인정하되, 근로자나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개략적인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부분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이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인 '알 권리 보장'과 '국정 운영 투명성 확보'를 강조하면서도, '부분 공개'라는 절차를 통해 제3자의 정당한 이익도 보호하려는 법원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의 주요 관련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정보공개법) • 제1조 (목적):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국정운영 투명성 확보라는 정보공개법의 목적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 제9조 제1항 제5호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 "감사·감독·검사…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의 특별감독보고서 및 종합진단보고서가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작성한 결과 보고서이며 감사 과정의 내부 검토 문서가 아니므로, 공개될 경우 피고의 업무수행에 고도의 개연성으로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보고서 중 감사 담당자의 개인정보 등은 공개 시 업무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비공개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 제9조 제1항 제7호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정보):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합니다. 법원은 종합진단보고서 내 삼성전자의 생산 공정 흐름도, 설비 배치, 사용 물질의 종류와 투입량 등은 삼성전자의 기술적 노하우와 경쟁력에 직결되는 경영·영업상 비밀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가 국가핵심기술 보유 사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비공개 필요성을 넓게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생명·신체·건강 보호를 위한 공개 필요성은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제14조 (부분 공개): 비공개 대상 정보와 공개가 가능한 정보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특별감독보고서 전체(일부 비공개 부분 제외)와 종합진단보고서 중 진단총평 부분(일부 비공개 부분 제외)에 대한 부분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2. 산업안전보건법 • 제49조 (안전보건진단 등):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 안전보건진단을 받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안전공단이 종합진단을 실시한 법적 근거입니다. • 제51조 제1항 (감독): 고용노동부장관은 근로감독관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감독을 실시하도록 지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특별감독을 실시한 법적 근거입니다.
3.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보호법) • 제2조 제2호 (국가핵심기술):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사업장임을 인정하여 경영·영업상 비밀의 비공개 필요성을 넓게 판단하는 근거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 정보 공개 청구의 구체성: 정보공개 청구 시 어떤 정보의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보고서'보다는 '보고서 중 특정 항목이나 요약 부분'과 같이 특정할수록 공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 공익성 주장: 근로자의 건강권, 지역주민의 환경권 등 공익과 관련된 정보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면 정보 공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명, 신체, 건강과 직접 관련된 정보는 영업 비밀이라도 공개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존재합니다. • 부분 공개 가능성: 공공기관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더라도, 해당 정보 전체가 비공개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비공개 사유가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혼합된 경우, 정보공개법 제14조에 따라 비공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공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정부기관의 감사/감독 결과의 성격: 정부기관이 산업안전보건법 등 공익적 목적의 법률에 따라 직접 조사하여 작성한 감사·감독 결과 보고서는 원칙적으로 업무의 공정성 침해 사유(제9조 제1항 제5호)로 비공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업의 영업 비밀 범위: 기업의 생산 공정, 설비 배치, 상세 기술 노하우 등은 영업 비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정보는 공개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개략적인 정보나 요약된 진단 결과 등은 공개될 수도 있습니다. • 소송을 통한 정보 획득: 정보공개 청구가 거부된 경우, 관련 민사 소송이나 행정 소송 등의 절차에서 증거 조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