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가 2015년 술자리 후 잠든 피해자 C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준강간을 시도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원심인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검사가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2015년 3월 새벽 3시경, 강원 홍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술에 취해 잠든 피해자 C에게 피고인 A가 접근하여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넣으려다가 피해자가 잠에서 깨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원심과 항소심 모두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제기했습니다. 사건 직후 피해자는 동행인 D에게 '피고인이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는 취지로만 이야기했을 뿐 강간 시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D도 강간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2021년이 되어서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사건 당시 객실에 D, E, 피고인의 아내 F가 함께 있었고, D는 몸싸움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한 반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 부합하는 정황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만취 상태에서 피해자를 아내로 착각하여 팔베개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정적으로 피해자가 사건 발생 약 6년 10개월이 지난 2022년 1월경에야 피고인을 고소했으며, 고소 동기가 자신을 뒤에서 헐뜯은 F에게 앙갚음하기 위함이라고 스스로 진술한 점 등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준강간 미수 혐의를 입증할 유일한 직접 증거인 피해자 C의 진술 신빙성 여부입니다. 특히 사건 발생 직후의 진술 내용, 주변인의 상황 인식, 그리고 약 6년 10개월이 지난 후에야 고소가 이루어진 경위와 동기 등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건 발생 직후의 행동, 주변 상황, 오랜 시간 고소가 지연된 점, 고소 동기가 불분명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진실성과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이 된 법리는 형법상 준강간미수죄와 증거의 신빙성 판단입니다. 준강간죄(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하는 경우에 성립하며, 미수범(형법 제25조)도 처벌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이란 피해자가 술이나 약물 등으로 인해 의사를 결정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평가했습니다. 특히 직접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뿐인 경우, 그 진술이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은 항소법원이 항소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 검사의 항소는 이 조항에 따라 기각되었습니다. 제1심 법원의 증인 진술 신빙성 판단은 직접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관찰하여 얻은 심증을 바탕으로 하므로, 항소심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의 원칙도 적용되었습니다.
성범죄 피해를 주장할 때에는 사건 발생 직후 신속하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심이 커질 수 있으며,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이나 다른 증거들과 진술이 일치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판단됩니다. 특히 직접적인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밖에 없는 경우,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그리고 다른 정황 증거와의 부합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거나 CCTV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소 시점과 고소 동기 또한 피해 사실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