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망인 G는 2020년 1월 E 주식회사 내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 후 기존과 다른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중등도 우울증 등 진단을 받았고, 이후 업무 난이도 상승, 동료의 인사 이동으로 인한 책임감 증가, 클라이언트의 강한 항의 등으로 사망 직전까지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었습니다. 망인은 2023년 1월 관사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고,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악화시켜 정상적인 판단력을 저해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G는 E 주식회사에서 1996년부터 통신설비 유지보수 등 기술적인 업무를 해오다 2020년 1월 1일 나주 본사의 전력거래사업부로 발령받아 종전과 다른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망인은 발령 직후인 2020년 1월 28일부터 '새로운 직무 적응 어려움', '업무폭탄', '매뉴얼·인수인계 부재', '팀장의 매일 보고 요구', '팀 일이 워낙 힘들어서 오려는 사람이 없다' 등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양극성 정동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사망 무렵인 2023년 1월에는 함께 프로젝트를 관리하던 동료 F이 승진하며 부서 이동 대상자가 되어 망인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망 13일 전인 2023년 1월 18일, 망인이 책임자로 수행하던 프로젝트의 거래처 담당자로부터 '전화도 안되고 미팅도 안되면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는지 어떻게 아나', '말씀 좀 해보라', '상위관리자와 대화하면 되나'라는 메시지를 받는 등 강한 항의를 받았습니다. 사망 5일 전인 2023년 1월 26일에도 '대화가 무척 힘들다', '다음 주부터 주중 매일 17시에 회의를 진행하겠다', '이 프로젝트의 상위관리자 성함,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다시금 의사소통 문제를 지적하고 매일 회의를 요구받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망인은 사망 하루 전인 2023년 1월 30일 출근했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오후 반차를 내고 퇴근했고, 다음 날 2023년 1월 31일 09시 55분경 자신이 생활하던 관사에서 방바닥에 엎드린 채 양손에 쇠젓가락을 잡고 젓가락 끝을 전기 콘센트 구멍에 꽂은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이를 거부했습니다.
망인 G의 자살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즉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24년 3월 6일 원고 A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망인은 업무 과정에서의 스트레스와 지방생활 등으로 악화된 우울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가 핵심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이 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의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합니다. 특히 제37조 제1항 제2호 라목에서는 '자살'의 경우에도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던 중 발생한 것으로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재해로서 자살 인정 법리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판례는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나 과로 등으로 인하여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발생하거나 기존 정신질환이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업무상 사유'가 자살을 유발한 정신질환의 발생 또는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점과, 그 정신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여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망인이 2020년 1월 급격한 직무 변경 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무 강도와 책임감 증가, 클라이언트와의 갈등, 장기간 지방근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이 악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저하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경미한 우울증 이력이 있었더라도, 의학적 감정 결과 및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최근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 악화 및 재발의 주된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하여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