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과거 병역 문제로 인해 대한민국 입국이 금지되었던 유명 미국 국적 동포가 재외동포(F-4) 사증 발급을 신청하였으나 세 차례에 걸쳐 거부당했습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영구적인 입국금지 조치가 지나치게 가혹하고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며, 38세 이상인 원고에게 사증 발급 거부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다만, 간접강제신청은 법적 요건 미달로 각하되었습니다.
원고는 2001년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소집기일 연기 후 2002년 1월 18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병무청장은 원고가 병역의무를 면탈했다고 보고 법무부장관에게 입국금지를 요청하였고, 법무부장관은 2002년 2월 1일 원고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원고는 2015년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2020년 3월 12일 제1차 거부처분 취소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피고는 재차 원고의 사증 발급 신청을 거부했고(제2차 거부처분), 원고는 다시 소송을 제기하여 2023년 12월 8일 제2차 거부처분 취소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피고는 2024년 6월 17일 원고의 2020년 7월 2일 이후 언행을 새로운 거부 사유로 들며 다시 사증 발급을 거부했고(제3차 거부처분),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차례에 걸친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위반되는지 여부, 원고에게 재외동포법상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피고의 사증발급 거부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재량권 일탈·남용인지 여부, 그리고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의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재처분을 지체할 경우를 대비한 간접강제신청의 적법성도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제3차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는 반하지 않지만, 원고에게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20여 년간의 입국 금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간접강제신청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져 각하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원고는 '외국국적동포'에 해당합니다.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 제2호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했더라도 38세가 넘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재외동포법 개정 취지를 강조하며, 20년 이상 입국 금지된 상황에서 원고의 일부 언행만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은 외국인의 입국금지 사유를 규정하며, 2002년 법무부장관이 원고의 입국을 금지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가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함을 지적하며, 원고에게 더 이상 입국금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및 제2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대해 규정합니다. 이는 확정판결의 주문뿐만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처분의 구체적 위법사유에 관한 이유 중의 판단에도 미치지만,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 발생한 새로운 사유를 내세워 다시 거부처분을 하는 것은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2020년 7월 2일 이후 언행이 새로운 사유로 인정되어 제3차 거부처분이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34조와 '민사집행법' 제261조 제1항은 간접강제에 대해 다루지만, 행정소송법상 간접강제는 거부처분 취소판결의 '확정'을 요건으로 하므로,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간접강제 신청은 각하됩니다.
또한,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서 '비례의 원칙'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비례의 원칙은 행정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함을 요구하는데, 법원은 원고에 대한 22년 6개월간의 입국 금지 조치가 병역면탈 행위에 대한 대가로 보기에 지나치게 과중하며 공익 달성 목적에 비하여 원고의 불이익이 너무 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가 법률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목적에 비추어 부당하게 행사될 경우 위법하다는 '재량권 일탈·남용' 법리에 근거합니다.
병역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 장기간 국내 입국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체류 제한을 완화하려는 재외동포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38세 이상이 된 외국 국적 동포에게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증 발급 거부 처분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이지만,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나 관계 기관의 의견만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의 일반원칙에 비추어 타당성을 갖춰야 합니다. 과거의 병역 면탈 행위만으로 20년 이상 장기간 입국을 불허하는 것은 과도한 제재로 볼 수 있습니다. 거부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행정청은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를 근거로 다시 거부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이전 판결의 기속력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합니다. 간접강제는 행정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행정청이 재처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신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