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G 유한회사 총무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F가 2021년 1월부터 기존 업무에 더해 공무(설비유지 보수 및 관리) 팀장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되면서 발생한 사례입니다. F는 생소하고 기술적인 공무 팀장 업무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2021년 3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우울증과 경조증 증세를 번갈아 보이다 2021년 10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악화되어 입원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결국 F는 2022년 2월 7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사망자의 배우자인 원고 B는 F의 죽음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개인적인 요인으로 인한 자살'이라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F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망인 F는 2014년 6월부터 총무 업무를 맡아왔으나, 2021년 1월 1일부터는 공무 팀장 업무를 추가로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행정학 전공자로 기술적 배경이 없던 F는 설비유지 보수, 고장 대응 등 생소한 공무 팀장 업무에 '자신이 무능해서 미안하다', '회사를 계속 다니면 죽을 것 같다'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무능력감을 호소했습니다. 직장 동료들 또한 F의 말수가 줄고 위축된 모습을 보며 걱정했고 육아휴직을 권유할 정도였습니다. F는 2021년 3월 정신과 진료를 시작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2021년 10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고 2022년 1월에는 입원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결국 2022년 2월 7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원고 B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 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F의 자살을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요인(유전적 소인, 조증 시기 과소비로 인한 2억 원 상당의 채무 부담 등)으로 돌리며 급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직원이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인해 정신 질환이 발병하거나 악화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개인적인 취약성이나 다른 재정적 문제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정신 질환 발병 또는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23년 12월 13일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망인 F의 유족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망인 F가 겪었던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양극성 정동장애를 유발하거나 악화시켜 자살에 이르게 된 주된 원인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에게 내재된 개인적인 취약성이나 조증 시기의 과소비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있었다 하더라도, 업무 스트레스의 기여도가 상당하다면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가 육체적 재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까지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법리는 '업무상의 재해'와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입니다.
1. 업무상의 재해 인정 범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재해 발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필요는 없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2. 자살의 경우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해 심신상실, 정신착란,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상당인과관계 판단 기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에 따르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이나 후유증상의 정도,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 기간, 회복 가능성,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주위 상황, 자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의 적용: 법원은 망인 F가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새로운 공무 팀장 업무를 맡게 되면서 학문적, 업무적 배경이 없는 분야에 대한 부담과 무능력감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업무상 스트레스가 F에게 내재된 양극성 정동장애의 소인을 촉발하거나 기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비록 F에게 개인적인 취약성이나 재정적 문제 등 다른 요인이 있었지만, 업무상 스트레스가 양극성 정동장애 발현 및 자해 행위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했다고 보아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개인의 특성에 따라 같은 업무라도 어떤 이는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어떤 이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우울증이 심하면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극복 가능한 부담도 감수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의 소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여, 객관적인 업무 강도 외에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스트레스의 정도와 정신 건강 상태가 인과관계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습니다.
직원이 업무상 역할이나 책임이 급격하게 변화하여 새로운 분야의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특히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적 배경이나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웃음 감소, 고립, 자책, 자신감 상실, 무기력감 등)를 보이거나 '죽고 싶다'는 등의 극단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 이를 심각한 경고 신호로 인식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 동료나 가족의 진술, 업무 내용 및 강도 변화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 자료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인의 기질적 취약성이나 재정적 어려움 등 다른 요인이 존재하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정신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기업은 직원의 직무 변경 시 새로운 업무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고,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마련하여 직원의 정신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