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인천-제주 항로 해상여객운송사업자인 A 주식회사는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로부터 이차보전금을 지원받아 여객선을 건조했습니다. 그러나 여객선의 잦은 고장으로 운항이 어려워지자 다른 회사에 매각하려 했고, 해양수산부는 매각을 승인하면서 기존에 지원했던 이차보전금 및 가산이자를 반납하라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후 해양수산부장관은 이차보전금을 대출해준 은행에 원고로부터 이차보전금 등을 환수하라는 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이 환수 통보가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해양수산부장관이 은행에 내린 환수 통보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며, 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고 법률의 위임 없이 환수 사유를 확장하여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인천-제주 항로에서 해상여객운송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였습니다. 2019년 12월, 원고는 여객선 'C'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이 선박 건조 비용 대출금에 대해 해양수산부로부터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금(정책금리 2.5% 상당의 이자 보전)을 지원받는 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보전금은 해양수산부가 대출 은행인 D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21년 12월부터 여객선을 운항했으나 잦은 고장으로 계속 운항하기 어려워지자, 2023년 11월 14일 피고 해양수산부에 여객선 매각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 12월 8일, 매각을 승인하면서 '5년간 내항운송사업 용도 운항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이차보전 지원액 전액과 가산이자를 반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습니다. 이어 2023년 12월 13일, 해양수산부는 D 은행에 원고의 이차보전 지원액 2,174,425,110원과 가산이자 114,192,660원, 총 2,288,617,770원을 원고로부터 환수하라는 통보를 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이 환수 통보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해양수산부의 여객선 매각 승인 및 이차보전금 반납 조건 통보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둘째, 해양수산부의 은행에 대한 이차보전금 환수 통보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으며, 원고에게 이에 대한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셋째, 환수 통보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 부여 의무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 넷째, 환수 통보의 근거가 된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시행지침'이 법률의 위임 없이 환수 사유를 확장하여 규정함으로써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해양수산부가 A 주식회사에게 이차보전금을 환수하라고 은행에 통보한 것은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처분은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환수 통보의 근거가 된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시행지침'은 해운법의 위임 없이 마련된 행정 내부 준칙에 불과하며, 해운법 제41조의2 제2항에서 정한 환수 사유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등을 받은 경우'로 한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여객선을 매각한 행위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률의 근거 없이 환수 조치를 한 것이 되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환수 통보를 위법하다고 보고 취소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6두41729 판결 등):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국민의 구체적 권리 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행정청 내부의 행위나 사실상의 통지처럼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적 변동을 일으키지 않는 행위는 행정처분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매각 승인 및 조건 통보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았지만, 은행에 대한 이차보전금 환수 통보는 국민인 원고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으로 판단했습니다.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3항):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미리 그 처분의 내용을 당사자에게 통지하고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는 행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법원은 해양수산부가 환수 통보를 하면서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별 및 법률유보원칙: 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부령 등은 국민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지만, 법령의 위임 없이 법령에 규정된 처분 요건을 변경하거나 확장한 부령 등의 규정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인 행정규칙에 불과하며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누4928 판결 등). 이러한 행정규칙에 근거한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는 상위 법령의 규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 시행지침'이 해운법의 위임 없이 환수 사유를 정하고 있으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으며, 해운법 제41조의2 제2항에서 정하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등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환수 처분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운법상 선박현대화 지원사업 및 이차보전금 환수 (해운법 제38조 제1항, 제41조의2 제2항): 해운법 제38조 제1항은 정부가 해운업자에게 선박현대화 지원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하거나 융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해운법 제41조의2 제2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등을 받은 해운업자'에 대해 보조금 등을 반환하도록 명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환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의 의미를 '자격이 없음에도 사실과 어긋나게 또는 올바르지 아니한 방법으로 보조금 등을 신청하여 교부받은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 단순히 5년 내 선박 매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 여부 확인의 중요성: 정부 기관의 통보나 승인이라도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행정처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이 아니라면 취소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자신의 상황에서 받은 조치가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지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행정 절차 준수 여부 확인: 행정청이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는 반드시 사전 통지하고 의견을 들을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해당 처분의 취소를 다툴 수 있습니다. 다만,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의 경우에도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했다면 취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법령 위임 여부 및 법적 근거 확인: 행정청이 마련한 지침이나 규칙이 법률이나 시행령의 명확한 위임 없이 법령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확장했다면, 해당 지침은 행정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여 국민에 대한 대외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지침에 근거한 처분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보조금 등의 환수 조치는 반드시 상위 법령에 명시된 환수 사유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실질적 이익 관계 파악: 법적 계약상 형식적인 당사자와 실질적으로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에게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형식적으로 SPC가 대출 계약을 맺었으나, 실제 대출금 상환 및 사업의 주체는 원고 회사였음을 인정하여 원고 적격을 부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