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도시가스 사용시설 점검 및 검침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A 주식회사가 안전점검원들(노조 조합원)에게 업무 지시 불이행, 안전점검 태만, 업무시간 중 집회 참여 등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총 10명에게 정직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안전점검원들은 부당 징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 사유 일부는 인정하지만, 정직 처분의 수위가 과하여 회사의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 징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옳다고 확정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안전점검원들이 첫째, 2022년 하절기 매월 검침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서울특별시의 격월 검침 권고를 주장하며 납기 검침을 불이행한 것, 둘째, 2022년 상반기 현장 방문 안전점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실적이 미진(점검 미수행률 49.171.5%)하고, 셋째, 2022년 2월 8일부터 6월 30일까지 약 51회에 걸쳐 평일 09:0018:00 사이 업무시간 중 집회에 참여하여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업무를 태만히 한 것을 징계 사유로 삼아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안전점검원들은 서울시의 격월 검침 권고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한 현장 방문의 어려움, 그리고 간주근로시간제 적용 등을 이유로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첫째, 서울시의 격월 검침 권고는 재량 사항이며 회사의 매월 검침 지시는 정당하므로 이를 불이행하여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업무 지시를 위반한 것은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도시가스 안전점검은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며 회사의 현장 방문 지시는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안전점검 실적 미달은 징계 사유로 인정했습니다. 셋째, 근로계약서상 간주근로시간제는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완료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안전점검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채 업무시간 중 집회에 참여한 것은 근무지 이탈 또는 업무 태만에 해당하여 징계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징계 사유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정직 처분의 양정(수위)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1차 정직(1020일)의 경우, 회사가 2020년과 2021년에 하절기 격월 검침을 시행한 적이 있어 참가인들이 2022년에도 이를 기대했을 수 있고, 폭염 시 현장 근무의 어려움에 타당한 이유가 있으며, 회사의 과거 납기 미검침 징계 전례가 없고, 회사에 발생한 손해액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징계가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2차 정직(4080일)의 경우에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업무 미수행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고, 간주근무제 하에서 업무 수행 여부에 따라 집회 참여 문제가 달라질 수 있는 점, 역시 징계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정직 처분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 징계라고 판시했습니다.
회사가 안전점검원들에게 내린 정직 처분의 징계 사유가 정당한지, 그리고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정직이라는 처분 수위가 징계권자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정직 처분은 징계 재량권의 남용으로 부당하다'는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징계 사유는 인정되나, 정직 처분 자체가 과도하여 부당하다는 결론입니다.
이 판결은 근로자의 명백한 귀책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회사가 근로자에게 내리는 징계의 수위는 해당 사유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그리고 근로자가 받게 되는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아무리 징계 사유가 정당해도 처분이 과도하면 부당 징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상 징계의 정당성과 관련된 법리를 다룹니다. 특히, '징계권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대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를 인용하여, 징계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징계권자가 내린 처분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면 위법한 처분이 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관련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또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 회사 내부 규정의 내용이 근로자의 의무와 회사의 징계권 행사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에서는 간주근로시간제 적용 조항이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완료한 경우'라는 전제 조건이 있어, 업무 태만 시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내려졌습니다.
회사는 징계 사유가 명확하더라도 징계의 종류와 수위를 결정할 때 해당 행위의 경중, 발생한 피해의 정도, 근로자의 고의성, 평소 근무 태도, 징계 전례, 그리고 외부적 상황(예: 공공 보건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특히 징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에서 재량권 남용으로 취소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징계 양정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 신중하게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또한, 회사 내부의 업무 지시나 정책(예: 검침 방식 변경, 안전점검 강화)에 대해 근로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관련 외부 권고(예: 지자체 권고)나 상황(예: 전염병 유행)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자는 회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에는 따라야 하지만,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지시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협상을 시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