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국전력공사가 송전선로 설치 사업을 추진하며 A리 주민들에게 특별지원금 1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중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이 일부 세대에만 분배되자, 분배에서 제외된 약 16세대의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전력공사에 주민생활안정자금의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 등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사생활 침해 및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으나, 법원은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의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은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B 500kV 초고압직류송전선로 설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A리 주민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총 12억 원의 특별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이 A리 이장 등의 결정으로 전체 A리 주민이 아닌 33세대에만 분배되었습니다. 이에 분배에서 제외된 약 16세대의 주민들이 A리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한 분배를 위한 자료 확보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에 자금 지급 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거부하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A리 주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에 대한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을 포함한 관련 정보들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한국전력공사)가 원고(A리 비상대책위원회)에게 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중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에 대한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해당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원고의 나머지 정보공개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4/5, 피고가 1/5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에 대한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해당 정보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며, 공개된다고 해도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지원금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한국전력공사의 사업 추진이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회의 내용, 참석자 명단, 합의 내역, 계좌번호 등 개인의 신상 정보나 회의에서의 진술 내용이 포함된 정보, 그리고 한국전력공사와 주민들 간에 비공개로 합의했던 주민소득사업지원금 집행내역 등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하거나 향후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될 우려가 있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을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개인의 사생활 비밀 침해 우려 정보): 이 조항은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대법원 판례는 여기서 말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단순히 '개인 식별 정보'뿐만 아니라, 그 공개로 인해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 등이 알려져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는 정보'까지 포함된다고 봅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의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에 대해, 마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책정된 자금의 분배 내역인 만큼, 분배받은 주민의 명단과 분배금 액수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정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정보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속하거나 공개될 경우 해당 주민들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 관련 정보): 이 조항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경영·영업상 비밀'은 '타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함이 유리한 사업 활동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의미하며, 그 공개 여부는 공개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한국전력공사는 정보 공개 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비공개 사유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주민생활안정자금 6억 원에 대한 세대별 지급금액 조정내역'의 경우, 오히려 이를 공개하는 것이 지원금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반발을 해소하고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보아 한국전력공사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주민소득사업지원금 집행내역이나 사업찬성 동의 인센티브 지출내역 등은 한국전력공사와 주민들이 비공개로 합의했던 내용으로, 공개될 경우 합의 위반을 이유로 사업 동의가 철회될 수 있어 향후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비공개 정보로 인정했습니다.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는 해당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라고 해서 무조건 비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의 내용이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지, 그리고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실제적인 우려가 있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특히 마을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책정된 지원금의 분배 내역처럼 투명성이 요구되는 정보는 공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이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정당한 이익은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단순히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추상적인 주장보다는 구체적인 침해의 정도와 공공의 이익을 비교하여 결정됩니다.
반면,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의 성명, 주소, 계좌번호 등과 같은 민감한 신상정보나 진술 내용, 그리고 사업 추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 있는 합의 내용 등은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공공기관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아 비공개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공개 청구 시 어떤 정보가 공개 가능하고 어떤 정보가 비공개되는지에 대한 법원의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