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미국에 본사를 둔 B 그룹은 금융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B 그룹의 미국 자회사 G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 법인 A 주식회사 주식 지분을 영국 자회사 J로 현물출자 방식으로 양도했습니다. 이후 A 주식회사는 J에게 약 1,082억 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하며, J의 소재지국인 영국과의 조세조약에 따라 5%의 제한세율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원천징수·납부했습니다. 그러나 영등포세무서장은 J가 조세회피를 위한 도관회사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수익적 소유자는 미국 회사인 G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세무서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10%의 제한세율을 적용, A 주식회사에게 약 65억 원의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 그룹의 금융부문 지주회사 D는 미국 정부의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비은행 금융회사(비은행 SIFI)'로 지정되어 강화된 금융규제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D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5년 말까지 전 세계적인 사업 구조조정 계획인 'D Exit Plan'을 수립하고 실행했습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D의 자회사인 미국 법인 G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 법인 A 주식회사 주식(43.3%)을 영국 자회사 J에게 현물출자 방식으로 양도했습니다. 주식 양도 이후 A 주식회사는 J에게 약 1,082억 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했는데, A 주식회사는 J가 영국 거주자이므로 한·영 조세조약에 따라 배당소득에 대한 제한세율 5%를 적용하여 원천징수 법인세를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세무 당국은 J를 조세회피를 위한 도관회사로 보고, 배당소득의 실질적 소유자가 미국 법인 G라고 판단하여,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10%의 제한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며 약 65억 원의 법인세 추가 납부를 A 주식회사에 고지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A 주식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은 영국 법인 J가 해당 배당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J가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되면 한·영 조세조약에 따라 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세무서 주장처럼 J가 조세회피를 위한 도관회사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수익적 소유자가 미국 법인 G라면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10%의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또한,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J가 주식 및 배당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는지, 주식 이전의 주된 목적이 조세회피였는지 여부도 쟁점이 됩니다.
법원은 피고 영등포세무서장이 2019년 6월 11일 원고 A 주식회사에 부과한 2015 사업연도 법인세 6,531,870,170원(가산세 포함)의 원천징수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영국 법인 J가 A 주식회사가 지급한 배당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며,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보더라도 J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B 그룹이 미국 금융규제(도드-프랭크법에 따른 비은행 SIFI 지정) 회피를 위해 D 회사를 포함한 전 세계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G가 보유한 A 주식회사의 지분을 J에게 양도한 것이 정당한 사업상 목적이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J는 배당금을 자신 명의로 관리하고 투자에 사용했으며, 독립된 법인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점, 비록 물적·인적 시설이 다소 약해도 지주회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J를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하여 한·영 조세조약상의 5% 제한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한·영 조세조약 제10조 (배당): 이 조약은 대한민국 거주자와 영국 거주자 간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원칙을 정합니다. 특히 제10조 제2항 가목은 수취인이 배당의 '수익적 소유자'인 경우, 배당 지급 법인의 거주지국에서도 과세할 수 있으나 배당총액의 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제6항은 배당 혜택을 누리는 것이 주식 창설 또는 양도의 주된 목적이거나 그 중 하나인 경우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여 조약 남용을 방지합니다.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 원고는 J가 한·영 조세조약상 5%의 제한세율이 적용되는 '수익적 소유자'라고 주장했으며, 법원은 이를 인정했습니다. J가 배당금을 다시 이전할 법적·계약상 의무 없이 사용·수익권을 가졌고, 주식 양도가 정당한 사업상 목적(D 그룹의 비은행 SIFI 지정 해제)을 가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미 조세조약 제12조 (배당): 대한민국과 미국 간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원칙을 정하며, 제2항 (b)목은 일반적으로 10%의 제한세율을 규정합니다.
사례 적용: 세무 당국은 J를 도관회사로 보고 실질적 소유자를 미국 법인 G로 보아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10%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실질과세의 원칙): 과세 대상 소득, 재산 등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에게 세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조세조약의 해석 및 적용에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경우 명의와 실질의 괴리를 부인하고 실질 귀속자에게 과세할 수 있습니다.
사례 적용: 법원은 J가 물적·인적 요소가 다소 약하더라도 영국 내 지주회사로서 독립된 실체를 가지고 이 사건 주식과 배당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으며, 조세회피 목적보다는 정당한 사업상 목적에 의해 주식을 취득했다고 판단하여 실질과세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J를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납세의무자가 특정 경제적 목적 달성을 위해 선택한 법적 형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국제 조세 거래 시, 단순히 명의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 양도 등 거래의 배경에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업상 목적'이 명확하게 존재함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미국 금융규제 회피라는 명확한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었습니다. '수익적 소유자' 판단 시에는 해당 법인의 물적·인적 시설 유무뿐만 아니라 소득의 실제 사용 및 운용 내역, 이사회 개최 및 주요 의사결정 여부,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 여부 등 해당 법인의 독립적인 실체와 사업 활동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조세조약 적용에 따른 세금 절감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자체가 곧바로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거래의 전반적인 맥락과 기업의 경영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 지주회사 등을 활용한 투자 구조를 설계할 때는 각국의 조세조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익적 소유자' 개념 및 '실질과세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실질적인 사업 활동과 의사결정 과정을 문서화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주식 양수도 시 발생하는 증권거래세 등 부대 비용도 조세 절감 효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당한 증권거래세가 납부되어 조세 절감 효과가 희석되었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