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한 회사가 지하광장을 조성하여 기부채납한 후 일부 시설에 대해 무상 사용 기간이 종료되자 지방자치단체가 도로점용료와 시설사용료를 부과했습니다. 회사는 이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고, 또한 허가 처분의 취소를 신청했음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허가 처분의 취소 청구는 각하하고 점용료 및 사용료 부과 처분 취소 청구는 기각했지만, 회사의 허가 취소 신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서울 송파구에 지하 3층 규모의 지하광장 시설물 설치 공사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해당 지하광장 및 시설물을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하고, 그 대가로 지하 2층, 3층의 지하차량 통행로 및 부대시설 면적 합계 4,229.9㎡를 2014년 8월 28일부터 2020년 2월 27일까지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통보받았습니다. 무상 사용 기간이 종료되자 도로관리청인 송파구청장은 A 주식회사에게 도로점용허가 및 시설물 사용허가를 신청하도록 통지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에 따라 2020년 2월 26일 도로점용허가 기간연장 신청을, 2020년 2월 27일 시설물 사용허가 신청을 각각 제출했습니다. 송파구청장은 A 주식회사의 신청대로 2020년 3월 5일 도로점용허가를, 2020년 3월 2일 시설물 사용허가를 각각 내주었고, 이어서 2020년 도로점용료 1,329,563,290원과 시설사용료 287,633,060원을 부과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부과처분 중 특히 지하광장 유지관리용으로 사용되는 부대시설에 대한 부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도중 허가 자체의 취소를 신청했으나 송파구청장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처리할 수 없다고 통지하여 이 또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 주식회사가 직접 신청하여 받은 도로점용허가 및 공유재산 사용허가(수익적 처분)에 대해 나중에 회사가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둘째, 이 사건 허가 처분들이 위법하다는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에 기반한 도로점용료 및 시설사용료 부과 처분 역시 적법한지 여부. 셋째, A 주식회사가 도로점용허가 및 시설물 사용허가 취소를 신청했음에도 피고인 송파구청장이 이에 대해 상당한 기간 동안 아무런 처분(응답)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첫째, A 주식회사의 이 사건 소 중 도로점용허가 처분 및 공유재산사용허가 처분의 각 취소청구 부분은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합니다. 둘째, 원고 A 주식회사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도로점용료 및 시설사용료 부과처분 취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합니다. 셋째, A 주식회사가 2020년 6월 3일에 신청한 도로점용허가 취소신청 및 공유재산사용허가 취소신청에 대한 피고 송파구청장의 각 부작위는 위법임을 확인합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1/2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A 주식회사가 스스로 신청하여 받은 도로점용허가와 공유재산 사용허가는 A 주식회사에게 이익이 되는 '수익적 처분'에 해당하며, 원고의 신청 내용대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원고가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피고의 요구에 의해 신청이 이루어졌더라도 이를 침익적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도로점용료 및 시설사용료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해당 허가 처분들이 '당연 무효'라고 볼 만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없으므로, 설령 취소 사유가 되는 흠이 있더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행정행위의 공정력'이 인정되어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A 주식회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허가 취소 신청에 대한 부작위에 대해서는, 도로법 제63조 제1항 제4호와 이 사건 사용허가의 허가조건 제12조에 따라 A 주식회사에게 허가 취소를 신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민원처리법상 법정민원에 해당하는 도로점용허가 취소 신청은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처리를 거부할 수 없으며, 기존 허가 처분의 취소를 다투는 소송과는 별개로 허가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철회'를 구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로법 제61조 제1항은 도로의 점용에 관하여 도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함을 규정합니다. 또한 도로법 제66조 제1항은 도로관리청이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점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0조 제1항은 행정재산의 사용·수익 허가에 대해 규정하며, 제22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재산의 사용·수익을 허가했을 때 매년 사용료를 징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도로법 제63조 제1항 제4호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자가 스스로 허가의 취소를 신청하는 경우 도로관리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사자에게 허가 철회 신청권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도로법 시행규칙 제33조 제2항은 도로점용허가 취소신청서의 제출 및 처리 기간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정소송법 제4조 제3호는 행정청의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부작위위법확인의 소'에 대해 규정합니다. 이는 당사자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에 기한 신청을 했음에도 행정청이 상당한 기간 내에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을 때 제기할 수 있습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1조는 민원 처리를 하지 아니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규정하지만, 도로법 제63조 제1항 제4호에 근거한 도로점용허가 취소 신청과 같은 '법정민원'에는 이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판례에서 중요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익적 처분: 행정처분이 신청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신청 내용대로 이루어진 경우, 해당 신청인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습니다. 행정행위의 공정력: 행정행위는 설령 위법성이 있더라도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것으로 통용되는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허가 처분에 취소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취소되지 않는 한 이에 기반한 후속 처분의 효력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의 허가를 신청하여 받은 경우, 해당 허가(수익적 처분)의 내용에 불만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 그 취소를 직접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스스로 신청하여 이익을 얻은 처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허가 신청 시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고, 이의가 있다면 신청 전에 조정하거나 신청을 철회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행정청이 적법하게 허가를 내주었다면, 그 허가에 근거한 점용료나 사용료 부과 처분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유효하게 인정됩니다. 비록 허가 처분에 사소한 위법이 있더라도 '행정행위의 공정력' 때문에 해당 처분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허가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고 싶다면 즉시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행정청에 특정 허가의 취소나 변경을 신청할 권리가 법령이나 허가 조건 등에 명시되어 있다면, 행정청은 이에 대해 상당한 기간 내에 긍정 또는 부정적인 응답을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설령 관련하여 법원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법정민원'에 해당하는 경우 행정청은 민원 처리를 회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행정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응답을 지연한다면,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통해 행정청의 응답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허가 취소는 허가가 위법해서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취소'와 달리, 허가가 적법하게 발령되었지만 사후적인 사정 변경으로 그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철회'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