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연구과제 실패로 인한 사업비 환수처분 사건

사단법인 A는 주식회사 C와 협동연구기관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연구과제가 최종적으로 ‘불량’ 평가를 받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A에게 정부출연금 3,000만 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A는 자신들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며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A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사단법인 A: B대학교 내에 설립된 법인으로, 국가 기술 발전을 위한 공학설계기술 연구를 수행하며 이 사건 과제의 협동연구기관이었습니다.
• 피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고 연구과제 실패 시 사업비 환수 등 제재 처분을 내리는 주체입니다.
• 주식회사 C: 농산물 생산, 유통,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이 사건 과제의 주관연구기관이었고 H가 주관연구책임자였습니다.
•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림수산식품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사업의 기획, 관리 및 평가를 지원하며 피고의 위탁을 받아 협약 체결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분쟁 상황

사단법인 A는 주식회사 C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의 'F사업' 중 'ICT 융복합 자동 G 개발' 연구과제를 협동연구기관으로서 2016년 9월 5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총 16개월간 수행했습니다. 총 연구개발비는 3억 5,700만 원(정부출연금 2억 6,700만 원, 기업부담금 9,000만 원)이었으며, 원고의 사업비는 총 8,000만 원(전액 정부출연금)이었습니다. 연구기간 종료 후 최종평가에서 이 과제는 49점으로 '매우 불량' 판정을 받았고, 이의신청을 통해 59.3점으로 '불량'으로 재평가되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관리규정에 따라 제재조치 평가단을 열어 주관연구기관인 C와 주관연구책임자 H에게는 참여제한 1년, C에게는 사업비 9,000만 원 환수, 그리고 협동연구기관인 원고 A에게는 사업비 3,000만 원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자신들의 귀책이 없음을 주장하며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원고 사단법인 A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사업비 환수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1. 처분사유의 부존재 여부: 이 사건 과제가 불량으로 평가된 주된 원인은 주관연구기관인 C의 잘못에 기인하며, 협동연구기관인 원고에게는 귀책사유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피고가 처음에는 원고를 제재대상자로 명시하지 않아 처분 사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원고는 연구개발을 성실히 수행했고 피고의 처분 통보 문서만으로는 원고의 연구수행이 어떠한 점에서 불량한지 알 수 없으며, 2차년도 사업비의 절반인 3,000만 원 환수는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3. 신뢰보호 원칙 위반 여부: 피고가 제재대상자를 C와 H로만 명시한 공문을 보내고 이의신청 기관도 C로 명시하는 등 원고에게 제재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했음에도, 돌연 환수 처분을 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처분사유의 존부: 연구계획서상 원고가 학술발표 및 보고서 작성 등 연구성과를 전적으로 담당하기로 했고, 연구과정에서 정량적 성과 미달, 시작품 성능 검증 부족 등 원고의 귀책 사유가 될 수 있는 지적이 있었으며, 제재조치 평가단 역시 원고의 전문성 부족 등을 언급했던 점을 종합할 때, 원고에게도 과제 실패의 일부 원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가 제재대상을 C와 H로만 명시한 공문은 대표적인 예시일 뿐,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국가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의 특성상 성실한 수행 책임이 있으며, 원고가 학술대회 발표 등 정량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 정부출연금이 허비된 점, 피고가 원고의 협동연구기관 지위를 고려해 주관연구기관보다 적은 2차년도 사업비의 절반인 3,000만 원만 환수하도록 감경한 점 등을 볼 때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신뢰보호 원칙 위반 여부: 피고가 보낸 공문은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하지 않고, 과학기술기본법상 협동연구기관도 제재대상에 포함되므로 원고가 환수 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라 신뢰했더라도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최종평가 재평가 및 제재조치 평가단 심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므로 침해되는 이익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의 모든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사업비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3,000만 원의 사업비를 환수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과학기술기본법 제11조의2 제1항: 이 법은 연구개발의 결과가 극히 불량하여 실패한 연구개발과제로 결정된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5년 이내의 범위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하거나 이미 출연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국가 예산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제재 수단입니다.
2.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관리규정) 제27조 제11항 [별표 5] 및 운영규정 제48조 [별표 6]: 이 규정들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환수 기준을 해당 연도 출연금 전액 이내로 정하면서, 위반 행위의 경중과 연구개발과제의 목표 달성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업비 환수 금액을 감액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의 환수액을 2차년도 사업비의 절반인 3,000만 원으로 감액하여 처분했습니다.
3. 제재조치 평가단의 전문성과 재량권 존중: 관리규정 제27조 제6항, 제8항 등은 참여제한 및 사업비 환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제재조치 평가단을 구성·운영하도록 합니다. 법원은 이와 같이 관계 법령에 따라 선정된 평가위원들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서 내린 판단은,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4. 재량권 일탈·남용 금지 원칙: 행정청이 재량권을 행사할 때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의 협동연구기관 지위와 과제 실패의 원인 등을 고려하여 환수액을 감경한 점 등을 들어 재량권 일탈·남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5. 신뢰보호 원칙: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개인이 신뢰하고 이에 따라 어떤 행위를 했을 때, 행정청이 그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공문이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신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뢰보호 원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책임의 명확화: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은 주관연구기관이든 협동연구기관이든 협약 내용에 따라 연구과제를 성실히 수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연구계획서에 명시된 각 기관의 역할, 연구 목표, 성과 지표 등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학술발표나 보고서 작성 등 개별 기관이 전적으로 담당하기로 한 부분은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2. 성과 관리: 연구과제 평가 시 지적되는 정량적 성과 미달이나 성능 검증 부족 등은 사업비 환수나 참여 제한과 같은 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연구 진행 중에도 지속적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소명 기회 적극 활용: 제재조치 평가단의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소명할 기회가 주어지므로, 관련 증빙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공문 해석 주의: 공문의 제재대상 명시가 모든 관련자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과학기술기본법 등 관련 법령상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참여 기관은 잠재적인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공문의 내용에만 의존하여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