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고등법원 2025
주식회사 A(원고)가 B 주식회사(피고)와의 구두 용역도급계약을 근거로 지하차도 공법 변경 설계 용역비를 청구하고, 계약 불성립 시에는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혹은 상법상 보수 또는 민법상 사무관리 비용 상환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으나, 항소심 법원이 이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항소인): 피고 회사에 지하차도 공법 변경 설계를 제안하고 이에 대한 용역비 등을 청구한 회사입니다. - B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원고 회사로부터 지하차도 공법 변경 설계 용역을 받았다고 주장된 회사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였습니다. ### 분쟁 상황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가 지하차도 공법을 기존의 '박스형 개착공법'에서 원고가 제안한 '근접병설 갱외 선지보 터널공법'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2020년 4월경 구두로 설계변경에 관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따라 2020년 7월 28일, 2020년 9월 3일, 2021년 1월 4일에 걸쳐 설계 성과품을 제공했으므로, 피고는 용역 보수 357,3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이러한 구두 계약의 성립을 부인했으며, 원고의 공법에 대한 안전성 및 경제성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지하차도 시점부 터널 천단 약 6.8m 이내 점성토층에 갱외선지보공법 적용 사례가 없으며, 원고가 제시한 변형계수가 공사비를 저렴하게 보이게 하여 경제성 측면에서 피고가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점, 그리고 관련 행정당국의 특정공법심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지하차도 공법 변경에 대한 용역도급계약이 구두로 성립되었는지 여부. 2.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원고에게 부여했음에도 부당하게 교섭을 파기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3. 원고의 설계 용역이 상법상 보수 청구권 또는 민법상 사무관리로 인한 비용 상환 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위적 청구 (구두 용역도급계약에 따른 보수 청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구두로 용역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특히 피고가 공법 변경을 확정적으로 보고하거나 선시공을 승인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1 예비적 청구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제시한 공법의 안전성 및 경제성에 대한 문제(점성토층에서의 시공 사례 부족, 공사비 차이를 유발하는 변형계수 적용 문제 등)가 있었고, 관할 행정당국의 특정공법심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계약 체결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제2, 3 예비적 청구 (상법상 보수 청구 및 민법상 사무관리 비용 상환 청구)**​: 원고의 설계 변경 용역이 피고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었거나 피고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사무관리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기각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전성 및 경제성 문제, 행정당국 심의 미비 등의 이유가 고려되었습니다. ### 결론 따라서 원고가 제기한 주위적 청구, 제1 예비적 청구, 그리고 항소심에서 추가한 제2, 제3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되었습니다. 제1심 판결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상법 제61조 (상인의 보수청구권)**​: '상인이 그 영업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상인으로서 피고를 위해 설계 용역을 제공했으므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용역이 피고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인정하지 않아 이 조항에 따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민법 제739조 제1항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권)**​: '사무관리자가 본인을 위하여 지출한 필요비 또는 유익비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원고는 피고의 사무를 관리하며 비용을 지출했으므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행위를 피고를 위한 적법한 사무관리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에 따르면,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이때의 손해는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예: 계약준비비용)에 한정된다'는 법리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계약 체결의 신뢰를 부여하고 부당하게 파기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계약 체결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계약 체결은 항상 서면으로 명확히**: 중요한 용역이나 공사 계약은 구두로 진행하기보다 반드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 내용, 범위, 보수, 이행 조건, 종료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서면 계약은 분쟁 발생 시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 **계약 전 비용 지출의 신중성**: 계약이 완전히 체결되기 전, 즉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설계나 조사 등 비용이 발생하는 행위를 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계약이 불발될 경우 해당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단순히 논의가 오갔다는 것만으로는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 **기술 및 공법의 검증 자료 확보**: 새로운 기술이나 공법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술의 안전성, 경제성, 유사 환경에서의 적용 사례, 그리고 관련 법규나 행정당국의 인허가 및 심의 절차 통과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고 상대방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공사는 더욱 엄격한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 **신뢰 형성의 입증 자료**: 만약 계약이 불발되어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나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이메일, 회의록, 담당자 진술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희망적인 대화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상대방 이익과 의사 확인**: 상대방을 위해 어떤 행위를 했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지 않거나 상대방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상법상 보수나 민법상 사무관리 비용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행위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명확한 요청이나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에게 건물을 임대하였으나, 피고 B가 사업을 분할하여 D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D 주식회사가 다시 피고 E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차인 지위가 피고 E에게 승계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를 임대차 계약 위반으로 보아 건물 인도와 차임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회사 분할에 따른 임차인 지위 승계를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사건 건물의 소유주이자 임대인으로, 회사 분할로 임차인이 변경된 것에 동의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 B 주식회사: 주식회사 A로부터 건물을 최초로 임차한 회사로, 사업 분할을 통해 임차인 지위를 다른 회사에게 승계시킨 당사자 - E 주식회사: B 주식회사의 사업이 인적 분할된 D 주식회사를 다시 물적 분할하여 설립된 회사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차인 지위를 최종적으로 승계받아 건물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당사자 (D 주식회사도 분할 과정에 있었으나 소송수계로 인해 최종적으로 E 주식회사로 지칭됨) ### 분쟁 상황 원고 주식회사 A는 2016년 11월 피고 B 주식회사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고 B는 해당 건물에서 수입 자동차 판매 매장을 운영하던 중, 2022년 7월 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23년 1월 1일을 분할기일로 삼아 수입 자동차 판매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하여 D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상의 임차인 지위는 D 주식회사로 승계되었습니다. 이후 D 주식회사는 2023년 9월 1일 다시 수입 자동차 판매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여 피고 E 주식회사를 신설했고, 임대차 계약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피고 E 주식회사가 승계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이러한 임차인 변경 사실에 대해 원고에게 합의서 작성을 요청했지만, 원고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원고는 임대인 동의 없는 임차권 양도 및 차임 미지급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건물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핵심 쟁점 회사가 사업 분할을 통해 임차인의 지위를 다른 신설 회사에게 승계시켰을 때, 임대인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이는 임대차 계약에 명시된 '임차권의 무단 양도 또는 전대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또한 새로운 회사(피고 E)가 기존 임대차 계약의 월 차임을 지급하는 것이 기존 임차인(피고 B)이 차임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인 주식회사 A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상법상 회사 분할의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 B 주식회사의 임차인 지위가 인적 분할 및 물적 분할을 통해 피고 E 주식회사로 정당하게 포괄 승계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주장한 '임차권의 무단 양도 또는 전대'가 아니며, 피고 E 주식회사의 차임 지급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건물 인도 및 차임 지급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상법 제530조의2 이하의 회사 분할 규정**과 관련된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530조의2(분할 또는 분할합병의 의의 및 분할원칙)**​는 회사가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하여 1개 또는 수개의 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회사 분할의 경우, **분할계획서에 따라 분할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그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거나 분할합병의 상대방이 되는 회사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두11782 판결,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44002 판결 등 참조). 이는 특정 권리나 의무만을 개별적으로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된 사업 부문에 속하는 모든 권리 의무가 일괄적으로 새로운 회사에 넘어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피고 B 주식회사의 수입 자동차 판매 사업부문과 함께 인적 분할 및 물적 분할을 통해 피고 E 주식회사에 적법하게 승계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임대인이 이러한 임차인 지위 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법상 정당한 포괄 승계에 해당하므로, 임차권의 무단 양도나 무단 전대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피고 E 주식회사가 지급한 월 차임도 적법한 차임 지급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참고 사항 회사가 분할되는 경우 기존 계약 관계의 승계 여부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법상 회사 분할은 단순히 임차인의 개인적인 계약 양도와는 다른 '포괄 승계'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회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분할되고 사업 부문과 함께 임차인의 지위가 신설 회사로 승계되었다면, 임대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이는 유효한 계약 승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와 계약을 맺을 때는 회사 분할 또는 합병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규와 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임대차 계약서에 회사 분할 시의 지위 승계에 대한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상법의 일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 2024
주식회사 A는 B 주식회사에 E고속도로 신설사업 중 J지하차도 구간의 새로운 공법에 대한 설계 용역을 제공하고 용역비 3억 5천 7백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A사는 주위적으로는 설계 용역 계약이 성립했다고 주장했으며 예비적으로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B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이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E고속도로 J지하차도 구간에 자체 특허 공법을 제안하고 설계도면을 제공한 회사 - 피고 B 주식회사: E고속도로 4공구 신설공사를 맡은 수급인 회사 - G 주식회사 (소외회사): E고속도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사업 시행자 - 주식회사 M: E고속도로 전체 구간 설계를 담당한 회사 ### 분쟁 상황 수도권 물류 여건 개선을 위한 E고속도로 신설사업 중 4공구 J지하차도 구간 공사에서 기존 박스형 개착공법으로 인한 교통정체, 소음, 분진 등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G 주식회사와 수급인인 B 주식회사는 공법 변경을 검토하게 되었고 원고 주식회사 A는 자체 특허 공법인 선지보공법을 제안하며 설계도면을 제공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와의 공법 검토 회의 등을 거쳐 설계 작업을 진행했으나 피고는 원고의 공법에 안전성 문제와 공사비 증가 우려를 제기하며 최종적으로는 원고의 공법을 채택하지 않고 L 주식회사의 파이프루프공법으로 설계 변경을 승인받아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제공한 설계 용역에 대한 보수를 청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속도로 지하차도 신설공사에 관한 설계 용역 계약 또는 하도급 계약이 성립했는지 여부. 둘째, 만약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피고가 계약 교섭 단계에서 원고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피고 B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설계 용역 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인 보수 금액, 공사 시행 방법, 보수 지급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없었으므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피고는 안전성 및 공사비 문제를 고려하여 다른 공법을 채택할 수 있었으므로 계약 체결 거부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사건은 민법상의 도급 계약 성립 요건과 불법행위 책임 특히 계약 교섭 과정에서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 여부가 핵심입니다. **1. 도급 계약의 성립 (민법 제664조)**​ 민법 제664조는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합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계약의 본질적 또는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공사금액이 크고 대규모로 진행되는 도급 공사의 경우 공사금액 외에도 구체적인 공사 시행 방법, 준비, 공사비 지급 방법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견적서나 서류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2. 불법행위 성립 여부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어느 일방이 계약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계약이 확실히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고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여 손해를 입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계약 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신뢰 손해'에 한정되며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될 것이라고 믿고 지출한 계약 준비 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 상당의 손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제안서, 견적서 작성 비용 등 계약 체결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에 지출된 비용은 신뢰 손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확실하게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참고 사항 유사한 사업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들은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중요한 공사나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을 작성하고 공사금액, 공법, 공사 기간, 보수 지급 방식 등 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해야 합니다. 2. 단순히 제안서나 견적서, 설계도면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3. 계약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이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주었는지 여부는 주고받은 문서나 의사 표시의 내용,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새로운 공법을 제안하고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만으로는 이러한 기대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4. 발주처나 수급인은 기업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여러 제안을 검토하고 안전성, 비용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최종 공법을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제안된 공법에 중대한 안전상의 문제나 과도한 비용이 예상될 경우 이를 채택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
주식회사 A(원고)가 B 주식회사(피고)와의 구두 용역도급계약을 근거로 지하차도 공법 변경 설계 용역비를 청구하고, 계약 불성립 시에는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혹은 상법상 보수 또는 민법상 사무관리 비용 상환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으나, 항소심 법원이 이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원고, 항소인): 피고 회사에 지하차도 공법 변경 설계를 제안하고 이에 대한 용역비 등을 청구한 회사입니다. - B 주식회사 (피고, 피항소인): 원고 회사로부터 지하차도 공법 변경 설계 용역을 받았다고 주장된 회사로, 원고의 청구를 거부하였습니다. ### 분쟁 상황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가 지하차도 공법을 기존의 '박스형 개착공법'에서 원고가 제안한 '근접병설 갱외 선지보 터널공법'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고, 2020년 4월경 구두로 설계변경에 관한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따라 2020년 7월 28일, 2020년 9월 3일, 2021년 1월 4일에 걸쳐 설계 성과품을 제공했으므로, 피고는 용역 보수 357,300,0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이러한 구두 계약의 성립을 부인했으며, 원고의 공법에 대한 안전성 및 경제성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특히 지하차도 시점부 터널 천단 약 6.8m 이내 점성토층에 갱외선지보공법 적용 사례가 없으며, 원고가 제시한 변형계수가 공사비를 저렴하게 보이게 하여 경제성 측면에서 피고가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점, 그리고 관련 행정당국의 특정공법심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지하차도 공법 변경에 대한 용역도급계약이 구두로 성립되었는지 여부. 2.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원고에게 부여했음에도 부당하게 교섭을 파기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3. 원고의 설계 용역이 상법상 보수 청구권 또는 민법상 사무관리로 인한 비용 상환 청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위적 청구 (구두 용역도급계약에 따른 보수 청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구두로 용역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특히 피고가 공법 변경을 확정적으로 보고하거나 선시공을 승인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1 예비적 청구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제시한 공법의 안전성 및 경제성에 대한 문제(점성토층에서의 시공 사례 부족, 공사비 차이를 유발하는 변형계수 적용 문제 등)가 있었고, 관할 행정당국의 특정공법심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계약 체결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제2, 3 예비적 청구 (상법상 보수 청구 및 민법상 사무관리 비용 상환 청구)**​: 원고의 설계 변경 용역이 피고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었거나 피고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사무관리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기각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안전성 및 경제성 문제, 행정당국 심의 미비 등의 이유가 고려되었습니다. ### 결론 따라서 원고가 제기한 주위적 청구, 제1 예비적 청구, 그리고 항소심에서 추가한 제2, 제3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되었습니다. 제1심 판결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 **상법 제61조 (상인의 보수청구권)**​: '상인이 그 영업 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상인으로서 피고를 위해 설계 용역을 제공했으므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용역이 피고에게 이익이 되었다고 인정하지 않아 이 조항에 따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민법 제739조 제1항 (사무관리자의 비용상환청구권)**​: '사무관리자가 본인을 위하여 지출한 필요비 또는 유익비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원고는 피고의 사무를 관리하며 비용을 지출했으므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행위를 피고를 위한 적법한 사무관리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에 따르면,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이때의 손해는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예: 계약준비비용)에 한정된다'는 법리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가 계약 체결의 신뢰를 부여하고 부당하게 파기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계약 체결을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계약 체결은 항상 서면으로 명확히**: 중요한 용역이나 공사 계약은 구두로 진행하기보다 반드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여 계약 내용, 범위, 보수, 이행 조건, 종료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서면 계약은 분쟁 발생 시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 **계약 전 비용 지출의 신중성**: 계약이 완전히 체결되기 전, 즉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의 요청에 따라 설계나 조사 등 비용이 발생하는 행위를 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계약이 불발될 경우 해당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단순히 논의가 오갔다는 것만으로는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 **기술 및 공법의 검증 자료 확보**: 새로운 기술이나 공법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술의 안전성, 경제성, 유사 환경에서의 적용 사례, 그리고 관련 법규나 행정당국의 인허가 및 심의 절차 통과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고 상대방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공사는 더욱 엄격한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 **신뢰 형성의 입증 자료**: 만약 계약이 불발되어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나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이메일, 회의록, 담당자 진술 등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희망적인 대화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상대방 이익과 의사 확인**: 상대방을 위해 어떤 행위를 했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지 않거나 상대방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상법상 보수나 민법상 사무관리 비용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행위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명확한 요청이나 동의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원고인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에게 건물을 임대하였으나, 피고 B가 사업을 분할하여 D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D 주식회사가 다시 피고 E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차인 지위가 피고 E에게 승계되었습니다. 원고는 이를 임대차 계약 위반으로 보아 건물 인도와 차임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회사 분할에 따른 임차인 지위 승계를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사건 건물의 소유주이자 임대인으로, 회사 분할로 임차인이 변경된 것에 동의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 B 주식회사: 주식회사 A로부터 건물을 최초로 임차한 회사로, 사업 분할을 통해 임차인 지위를 다른 회사에게 승계시킨 당사자 - E 주식회사: B 주식회사의 사업이 인적 분할된 D 주식회사를 다시 물적 분할하여 설립된 회사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차인 지위를 최종적으로 승계받아 건물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당사자 (D 주식회사도 분할 과정에 있었으나 소송수계로 인해 최종적으로 E 주식회사로 지칭됨) ### 분쟁 상황 원고 주식회사 A는 2016년 11월 피고 B 주식회사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고 B는 해당 건물에서 수입 자동차 판매 매장을 운영하던 중, 2022년 7월 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23년 1월 1일을 분할기일로 삼아 수입 자동차 판매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하여 D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 계약상의 임차인 지위는 D 주식회사로 승계되었습니다. 이후 D 주식회사는 2023년 9월 1일 다시 수입 자동차 판매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여 피고 E 주식회사를 신설했고, 임대차 계약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피고 E 주식회사가 승계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이러한 임차인 변경 사실에 대해 원고에게 합의서 작성을 요청했지만, 원고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원고는 임대인 동의 없는 임차권 양도 및 차임 미지급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건물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핵심 쟁점 회사가 사업 분할을 통해 임차인의 지위를 다른 신설 회사에게 승계시켰을 때, 임대인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이는 임대차 계약에 명시된 '임차권의 무단 양도 또는 전대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또한 새로운 회사(피고 E)가 기존 임대차 계약의 월 차임을 지급하는 것이 기존 임차인(피고 B)이 차임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인 주식회사 A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상법상 회사 분할의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 B 주식회사의 임차인 지위가 인적 분할 및 물적 분할을 통해 피고 E 주식회사로 정당하게 포괄 승계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주장한 '임차권의 무단 양도 또는 전대'가 아니며, 피고 E 주식회사의 차임 지급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건물 인도 및 차임 지급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상법 제530조의2 이하의 회사 분할 규정**과 관련된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상법 제530조의2(분할 또는 분할합병의 의의 및 분할원칙)**​는 회사가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하여 1개 또는 수개의 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회사 분할의 경우, **분할계획서에 따라 분할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는 그 성질상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거나 분할합병의 상대방이 되는 회사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두11782 판결, 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0다44002 판결 등 참조). 이는 특정 권리나 의무만을 개별적으로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된 사업 부문에 속하는 모든 권리 의무가 일괄적으로 새로운 회사에 넘어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피고 B 주식회사의 수입 자동차 판매 사업부문과 함께 인적 분할 및 물적 분할을 통해 피고 E 주식회사에 적법하게 승계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임대인이 이러한 임차인 지위 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법상 정당한 포괄 승계에 해당하므로, 임차권의 무단 양도나 무단 전대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피고 E 주식회사가 지급한 월 차임도 적법한 차임 지급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참고 사항 회사가 분할되는 경우 기존 계약 관계의 승계 여부에 대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법상 회사 분할은 단순히 임차인의 개인적인 계약 양도와는 다른 '포괄 승계'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회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분할되고 사업 부문과 함께 임차인의 지위가 신설 회사로 승계되었다면, 임대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이는 유효한 계약 승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와 계약을 맺을 때는 회사 분할 또는 합병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규와 계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임대차 계약서에 회사 분할 시의 지위 승계에 대한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상법의 일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수원지방법원안양지원 2024
주식회사 A는 B 주식회사에 E고속도로 신설사업 중 J지하차도 구간의 새로운 공법에 대한 설계 용역을 제공하고 용역비 3억 5천 7백여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A사는 주위적으로는 설계 용역 계약이 성립했다고 주장했으며 예비적으로는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B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이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E고속도로 J지하차도 구간에 자체 특허 공법을 제안하고 설계도면을 제공한 회사 - 피고 B 주식회사: E고속도로 4공구 신설공사를 맡은 수급인 회사 - G 주식회사 (소외회사): E고속도로 건설 및 운영을 위한 사업 시행자 - 주식회사 M: E고속도로 전체 구간 설계를 담당한 회사 ### 분쟁 상황 수도권 물류 여건 개선을 위한 E고속도로 신설사업 중 4공구 J지하차도 구간 공사에서 기존 박스형 개착공법으로 인한 교통정체, 소음, 분진 등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사업 시행자인 G 주식회사와 수급인인 B 주식회사는 공법 변경을 검토하게 되었고 원고 주식회사 A는 자체 특허 공법인 선지보공법을 제안하며 설계도면을 제공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와의 공법 검토 회의 등을 거쳐 설계 작업을 진행했으나 피고는 원고의 공법에 안전성 문제와 공사비 증가 우려를 제기하며 최종적으로는 원고의 공법을 채택하지 않고 L 주식회사의 파이프루프공법으로 설계 변경을 승인받아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이 제공한 설계 용역에 대한 보수를 청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고속도로 지하차도 신설공사에 관한 설계 용역 계약 또는 하도급 계약이 성립했는지 여부. 둘째, 만약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피고가 계약 교섭 단계에서 원고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피고 B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 결론 법원은 설계 용역 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인 보수 금액, 공사 시행 방법, 보수 지급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없었으므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피고는 안전성 및 공사비 문제를 고려하여 다른 공법을 채택할 수 있었으므로 계약 체결 거부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사건은 민법상의 도급 계약 성립 요건과 불법행위 책임 특히 계약 교섭 과정에서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 여부가 핵심입니다. **1. 도급 계약의 성립 (민법 제664조)**​ 민법 제664조는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합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계약의 본질적 또는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공사금액이 크고 대규모로 진행되는 도급 공사의 경우 공사금액 외에도 구체적인 공사 시행 방법, 준비, 공사비 지급 방법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견적서나 서류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2. 불법행위 성립 여부 (계약 교섭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어느 일방이 계약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계약이 확실히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고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여 손해를 입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계약 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신뢰 손해'에 한정되며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될 것이라고 믿고 지출한 계약 준비 비용과 같이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 상당의 손해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제안서, 견적서 작성 비용 등 계약 체결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이전에 지출된 비용은 신뢰 손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확실하게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참고 사항 유사한 사업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들은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중요한 공사나 용역 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을 작성하고 공사금액, 공법, 공사 기간, 보수 지급 방식 등 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해야 합니다. 2. 단순히 제안서나 견적서, 설계도면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3. 계약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이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주었는지 여부는 주고받은 문서나 의사 표시의 내용,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새로운 공법을 제안하고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만으로는 이러한 기대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4. 발주처나 수급인은 기업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여러 제안을 검토하고 안전성, 비용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최종 공법을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제안된 공법에 중대한 안전상의 문제나 과도한 비용이 예상될 경우 이를 채택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