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A병원 내의 다수 노동조합인 A병원노동조합(원고)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독점하고 소수 노동조합인 A병원 새노동조합(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행위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참가인은 이를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보아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불복한 원고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며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병원에는 다수 노동조합인 A병원노동조합(원고, 약 3,660명)과 소수 노동조합인 A병원 새노동조합(참가인, 약 270명)이 병존하고 있었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A병원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었고, A병원과 2017년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단체협약은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연간 14,000시간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A병원노동조합은 이 14,000시간 전부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며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임원을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했고, 별도로 무급 전임자 2명도 부여받고 있었습니다. A병원 새노동조합은 A병원노동조합과 A병원에 근로시간 면제 인정을 요청하며 4차례 협의를 시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A병원노동조합은 구체적인 배분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A병원 새노동조합은 A병원과 A병원노동조합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며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제기했습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독점하고 소수 노동조합에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행위가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A병원노동조합)가 참가인(A병원 새노동조합)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 따른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 원고의 재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할지라도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독점하여 소수 노동조합의 활동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소수 노동조합의 노동조합 설립 및 유지·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근로시간 면제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의 여러 조항과 관련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핵심은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 명시된 공정대표의무입니다. 이 조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보호하고, 복수 노동조합 상황에서 소수 노동조합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 그리고 단체협약의 이행 과정(이 사건에서는 근로시간 면제 배분)에서도 준수되어야 합니다. 또한, 차별이 있었다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법원은 조합원 수에 단순 비례하여 근로시간 면제를 배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조합 활동의 중요성(설립, 유지·존속, 고충 처리, 산안 확보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수 노동조합의 근로시간 면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2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고,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은 근로시간 면제 제도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수노조의 근로시간 면제 독점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독점하여 소수노동조합의 활동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소수노동조합의 근로시간 면제는 조합원의 수에 절대적으로 비례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의 설립, 유지·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활동 시간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근로시간 면제 협의 시 교섭대표노동조합은 소수노동조합에 구체적인 배분안을 제시하는 등 성실하게 협의에 임해야 합니다. 소수노동조합의 활동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 간주되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역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함께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