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A대학교 소속 연구자 B는 학술지원사업을 수행하며 연구실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일부를 공동관리 계좌로 모아 연구실 운영비나 학생들의 학술활동 비용 등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B에게 3년간 학술지원대상자 선정 제외 및 사업비 71,976,426원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A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소송은 원고 자격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으나, 연구자 B에 대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구장학금의 공동 관리가 협약 위반의 소지는 있으나, 사업의 본래 목적이 학문후속세대 양성이었고 B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실이 없으며, 학생들의 자발적 동의 하에 연구실 공동 필요를 위해 사용되었으므로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교육부장관의 B에 대한 학술지원대상자 선정 제외 및 사업비 환수 처분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교육부장관은 학술진흥법에 따라 한국연구재단에 학술지원사업을 위임하여 추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A대학교를 학술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A대학교 총장과 'C 사업', 'D 사업', 'E 사업' 등의 학술지원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A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이 사업의 사업비를 지급받아 관리하는 부서였으며, 원고 B는 해당 사업의 연구자로 참여했습니다.
2015년 한국연구재단의 사업비 집행내역 점검 결과, 원고 B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이 2011년 5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받은 인건비 중 총 71,976,426원을 공동관리 계좌(행정직원의 계좌)로 입금하고, 이를 연구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2016년 5월 19일, 원고 B에게 대학원생 연구장학금 부적정 집행(학생연구원 인건비 공동관리)을 사유로 3년간 학술지원대상자 선정 제외 처분과 함께 사업비 71,976,426원의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연구자가 대학원생 연구장학금의 일부를 공동관리 계좌로 입금받아 연구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행위가 학술지원사업의 협약 및 지침상 금지된 행위인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자를 제재하는 처분의 적법성 및 사업비를 관리하는 A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소송 자격 유무도 함께 다루어졌습니다.
재판부는 A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이 사건 처분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며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 즉 원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했습니다.
반면, 연구자 B에 대한 처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학술지원사업의 주된 목적은 학문후속세대 양성 및 특정 학문 분야 인력 지원에 있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동 경비를 모아 연구실 운영, 국제학술대회 참가비 등으로 사용한 것은 이러한 사업 목적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장학금의 공동 관리나 회수를 금지하는 주된 목적은 교수의 횡령이나 유용을 방지하려는 것인데, 연구자 B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며, 해당 금액이 본래 지급 대상인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연구실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 지출이나 학생들의 학술활동 지원 등 공동 경비를 모아 사용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정하여 사용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특히, 처분의 근거 법령은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를 처분 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 '협약 등을 위반한 경우'로 정하고 있지 않아, 협약 위반의 소지가 있더라도 '용도 외 사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연구자 B가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교육부장관의 처분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본 사건의 주요 관련 법령은 '학술진흥법'과 그 하위 규정입니다.
학술진흥법 제1조 (목적)는 이 법이 학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관리하여 학문의 균형적인 발전을 유도하고 새로운 지식 창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학술지원사업의 목적이 대학원생 및 신진연구인력 지원, 학문후속세대 양성 등 이공계열 인력 양성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학술진흥법 제19조 제2항 제1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0조 제3호는 학술지원대상자 선정 제외 및 사업비 환수 처분의 사유를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도 외 사용'의 범위입니다.
재판부는 연구장학금의 공동 관리나 회수를 금지하는 지침의 주된 목적이 연구책임자가 연구장학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본 사건의 경우 연구자 B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했다고 볼 증거가 없었고, 이 사건 금액이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 지급, 연구실 운영비, 국제학술대회 참가비 등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용도로 사용된 점을 고려했습니다. 즉, 자금이 본래의 지급 대상인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었으므로 '용도 외 사용'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또한, 재판부는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와 '사업 협약이나 지침을 위반한 경우'를 구분하여 판단했습니다. 비록 연구장학금 공동 관리가 협약 위반의 소지가 있더라도, 처분의 근거 법령이 협약 위반을 직접적인 처분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사업비를 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지적하며, 학생들의 자발적 동의와 합리적인 공동 경비 사용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사업비는 사용 용도와 방법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연구비나 인건비와 같이 개인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자금은 공동관리 계좌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보다는 반드시 개인의 통장으로 직접 지급하고, 일괄 회수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합니다.
다만, 본 사례와 같이 연구실의 특성상 공동 경비 사용의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고, 관련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하며, 자금의 횡령이나 유용 없이 본래의 지급 대상인 학생들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명확하다면, 일괄적인 제재 처분이 아닌 개별적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연구기관 및 연구자는 연구비 집행 관련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공동 경비 마련이 필요한 경우에도 규정의 허용 범위 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관리될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특히, 연구비 공동관리나 회수가 법령에서 금지하는 '사업비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히 협약 위반 여부를 넘어 자금의 실제 사용 목적과 경위, 횡령·유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