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관리소장의 백혈병 발병 후 사망에 대한 유족급여 불승인 취소 사건

원고의 남편인 망인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반도체 제조 설비의 예방적 유지보수(PM) 업무를 수행하는 협력업체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여 치료받다가 2012년 사망했습니다.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망인의 유해화학물질 노출 빈도와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망 B의 남편이자 유족급여 청구인
• 피고 근로복지공단: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불승인 처분을 내린 기관
• 망인 B: C 주식회사 및 E 주식회사의 협력업체 관리소장으로 근무 중 백혈병이 발병하여 사망한 근로자
• C 주식회사: 망인이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반도체 제조 사업장
• D 주식회사, E 주식회사: C 주식회사의 협력업체로 망인이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회사

분쟁 상황

원고는 망인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반도체 공장 협력업체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신규 구축된 웨이퍼 가공 라인의 초기 안정화 단계에서 벤젠 등 유해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고, 복직 후 과로와 스트레스로 질병이 재발하여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현장소장 업무를 수행하여 유해화학물질의 노출 빈도 및 노출 수준이 낮았으며, 유해인자에 직접적으로 충분히 노출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핵심 쟁점

반도체 공장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망인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발병 및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관리소장의 유해물질 노출 빈도 및 수준이 낮다는 피고의 주장이 실제 작업 환경 및 희귀 질환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타당한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14년 10월 28일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의학적·자연과학적 명백한 증명 대신 법적·규범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며, 희귀질환이나 첨단산업 질환의 경우 발병원인 규명이 어렵더라도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망인이 반도체 생산라인의 초기 안정화 단계에서 관리소장으로서 빈번하게 작업 현장에 출입하며 벤젠, 전리방사선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작업 환경은 안전설비가 미비했고 유해물질 모니터링이 불충분했으며, 동일 사업장 근로자들 사이에서 백혈병 발병률이 높은 점, 망인의 발병 연령이 호발 연령과 다르며 비직업적 원인이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법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으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인과관계 입증 책임 및 정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증명 책임이 있으나,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2. 인과관계 판단 기준: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 유무, 발병원인 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닌 질병이 생긴 근로자 개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3.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 분야 질환의 특례: 첨단산업 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이 '희귀질환'이거나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여 그 발병원인이 현재 의학 및 자연과학 수준에서 명확하게 규명하기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할 수 없습니다.
4.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 고려: 희귀질환의 평균 발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등으로 작업환경 유해요소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5. 복합적·누적적 작용: 작업 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 사항

이 사건은 희귀하거나 발병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질병이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만약 유사한 상황에 처한다면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질병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거나 희귀 질환이라 할지라도, 특정 업무 환경의 유해인자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2. 과거의 작업 환경 기록이 부족하더라도,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나 본인의 기록(일기 등), 관련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유해물질 노출 사실 및 작업 환경의 문제점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3. 관리직이나 현장 순회 업무자라도 초기 안정화 단계와 같이 특수한 시기에는 일반적인 작업 환경보다 유해물질 노출 위험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무 내용뿐 아니라 특정 시기의 업무 특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4. 작업 환경 측정 결과가 노출 기준 이하였다거나 특정 유해물질이 측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 관련성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여러 유해인자에 대한 복합적, 누적적 노출이나 장시간 노출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5.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들의 유사 질병 발병 사례는 인과관계 입증에 유리한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사례를 파악하고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6.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나 다른 건강상 결함 등 비직업적 질병 원인이 없는 경우, 직업 환경적 요인이 질병 발병에 미친 영향이 더 크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