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는 한국전쟁 중 대전형무소에서 희생된 동생의 유족으로, 희생자 추모 사업을 위해 국가기록원에 당시 재소자 인명부 등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피고인 국가기록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일부 정보의 공개를 거부했으나, 법원은 대전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의 역사적 중요성과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여, 재소자의 이름, 나이, 출신지역에 대한 공개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해당 정보의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다만, 수용자 신분장과 같이 상세한 개인 신상 정보는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비상사태하의 범죄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령에 따라 인민군 부역혐의자들이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과밀 수용, 식량 및 의약품 부족으로 재소자들이 사망했고, 1·4후퇴 시기에는 이감 과정이나 대전 산내에서 사형 집행 등으로 대규모 희생이 발생했습니다. 원고의 동생 망 C 또한 이 사건에 연루되어 사망한 것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되었습니다. 원고는 희생자 유족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위령탑 설치 등 추모 사업을 위해 국가기록원에 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가기록원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공공기관이 과거사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한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 개인정보가 포함된 과거사 관련 정보의 공개가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 비공개 대상 정보와 공개 가능 정보가 혼합되어 있을 경우 정보의 분리 공개 가능성 및 범위
피고가 원고에게 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중 '1950년 12월부터 1951년 1월까지의 대전형무소 재소자 인명부' 및 '1951년 1월 14일자 대전형무소 재소자 내역'에 기재된 재소자의 이름, 나이, 출신지역에 대한 공개거부처분은 취소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법원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인 개인정보라도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전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은 적법 절차 없이 1,800여 명 이상의 재소자들이 사망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원고가 희생자 추모 사업을 위해 청구한 재소자의 이름, 나이, 출신지역 정보는 위령탑 건립 등에 사용될 수 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정보만으로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국가 운영의 투명성 확보라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고 보아 해당 정보의 공개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재소자 개인의 상세 신상 정보가 담긴 수용자 신분장은 공익적 필요성이 크지 않아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같은 호 단서 (다)목은 '공개하는 것이 공익 또는 개인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예외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이 조항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사익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 역사적 진실 규명 등의 공익을 형량하여 판단하도록 합니다. 또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공개 청구된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와 공개 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을 경우,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두 부분을 분리하여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정보 공개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정보 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사익과 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공익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비교·형량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과거사 관련 정보의 경우 역사적 의미와 공익적 가치를 폭넓게 고려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과거사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단순히 개인정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가 거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역사적 진실 규명, 국민의 알 권리, 국가 운영의 투명성 등 공익적 가치가 크다면 개인정보의 일부라도 공개될 수 있습니다. 정보 공개를 청구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명확히 특정하여 청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한 청구는 부분 거부되거나 심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정보 공개 청구 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정보가 희생자 추모, 역사 교육, 권리 구제 등 명확한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소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공개를 원하는 정보가 장기간 보관되어 생성 시점으로부터 오래 지난 경우, 개인의 사생활 침해 정도가 비교적 낮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모든 개인 식별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재소자의 이름, 나이, 출신지역과 같이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신상카드와 같이 매우 상세한 개인정보는 여전히 비공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