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서울 은평뉴타운 개발사업 시행으로 영업 근거를 상실한 한 화훼 도매업자가 이주대책에 따른 용지 공급을 신청했습니다. 해당 사업자는 처음에는 동생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태평양농원'을 운영하다가, 이후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변경하여 동일한 장소에서 계속 영업했습니다. 그러나 에스에이치공사는 사업자가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자신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영업을 한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화훼용지 대신 상가용지 공급 대상자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사업자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실질적인 영업의 계속성을 인정하여 에스에이치공사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서울 은평뉴타운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사업 시행자인 에스에이치공사는 사업 구역 내 주민들을 위한 주거 및 생활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화훼영업자를 위한 생활대책은 '기준일(2002년 11월 20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구역 내에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협의계약 체결일까지 계속 영업을 한 화훼영업자'에게 화훼용지를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1999년 2월 5일부터 동생 명의로 '태평양농원'을 운영하다가, 신용불량 해제 후 2003년 6월 30일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변경하여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화훼 도매업을 계속 영위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와 손실보상 협의를 마치고 자진 이주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자신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화훼영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를 화훼용지 82㎡ 이하 지분 공급 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상가용지 16.5㎡ 이하(3순위) 공급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도시개발사업 이주대책에서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자등록을 하고 계속 영업을 한 화훼영업자'의 범위에,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을 하다가 본인 명의로 변경하여 동일한 영업을 계속한 경우도 포함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다시 말해, 사업자등록 명의가 바뀌었더라도 실질적인 영업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법원은 피고(에스에이치공사)가 2007년 6월 7일 원고에게 내린 상가용지 공급 대상자 적격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2년 11월 20일로부터 3개월 이전인 2002년 8월 20일 이전부터 동생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태평양농원'을 운영하다가, 이후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변경하여 동일한 영업을 계속해 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즉, 사업자등록 명의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화훼 도매업이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생활대책상의 '기준일 3개월 이전부터 사업자등록을 하고 계속 영업을 한 화훼영업자'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판단되어, 화훼용지 82㎡ 이하 지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피고의 상가용지 공급 대상자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주대책 및 생활대책의 법적 성격과 사업자등록 요건의 해석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이주대책과 생활대책은 택지 등 조성사업의 시행자가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생활 근거를 상실하는 이주자에게 종전의 생활상태를 원상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으로, 헌법 제23조 제3항의 손실보상(재산권 수용 시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거 이전의 보상을 넘어 생계 유지를 고려한 조치입니다. 다음으로, 사업자등록의 목적은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영업자를 파악하고, 개발사업 기준일 이전에 사업을 가장하여 부당하게 보상을 받으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실질적인 영업의 계속성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었습니다. 법원은 사업자등록 명의가 변경되었더라도, 사업장소, 상호, 영업 내용 등이 동일하게 유지되며 사업이 중단 없이 계속되었다면 실질적인 영업의 계속성을 인정했습니다. 즉, 타인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다가 본인 명의로 전환한 경우에도, 그 목적이 사업 영위를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면 형식적인 명의 변경보다는 실질적인 사업 운영의 사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입니다.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주대책에서 사업자등록 명의와 실제 사업 영위자가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세요. 첫째, 사업자등록 명의를 변경했더라도 사업장소, 상호, 영업 내용 등이 동일하게 유지되었다면, '계속 영업'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이러한 경우 실제 사업 영위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임대차 계약서, 세금 신고 및 납부 자료, 거래 내역, 주변 사람들의 증언, 사업장 사진 등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셋째, 사업 시행자의 이주대책이나 보상 기준의 문구를 꼼꼼히 확인하고, '사업자등록' 요건과 같은 용어의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업자등록 명의 변경의 이유가 개인적인 사정(신용불량 등)에 의한 것이었으며, 사업 영위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