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아파트 신축 공사를 담당한 건설사(채권자)가 공사 지연이 코로나19 확산, 물류 파업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사업 시행자의 대출 채무 인수 효력을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정지해달라고 신청한 가처분 사건입니다. 법원은 계약서상 '불가항력'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건설사가 주장하는 사유들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또한 가처분을 인용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건설사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B는 대구 수성구에 아파트 384세대와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을 시행했고 주식회사 A는 시공을 맡았습니다.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B에 1,650억 원을 대출해 준 채무자들에게 책임준공확약을 했으며, 이는 예정된 2024년 1월 22일까지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주식회사 A가 주식회사 B의 대출 채무를 인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사는 2024년 3월 29일에 완료되어 책임준공기한(2024년 1월 22일)을 67일 초과하게 되었고, 이에 주식회사 A는 공사 지연이 코로나19 관련 법원 휴정, 토지 매도청구 소송 지연, 철거 행정지도 강화, 화물연대 총파업, 레미콘 수급 문제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책임준공기한이 연장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채무인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채무인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건설 공사 지연 사유가 계약서에 명시된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이로 인한 채무 인수의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채권자(주식회사 A)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서상의 '불가항력' 조항을 '천재지변, 내란, 전쟁 등'에 준하는 매우 예외적인 사유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채권자가 주장한 코로나19로 인한 소송 지연, 행정지도, 화물연대 총파업, 레미콘 8·5제 도입 등은 계약 체결 당시 충분히 예견 가능하거나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정 또는 건설사의 책임 영역 안에 있는 사항으로 보아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채무자들이 대출 만기 연장을 고려하는 등 당장 채무자들에게 불리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 않아 가처분을 통해 채무인수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도 없다고 보아 최종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채무불이행에 있어 '불가항력'의 판단 기준과 가처분 제도의 요건을 다룬 사례입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사 지연이 건설사의 책임(고의 또는 과실)인지, 아니면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가처분 제도 (민사집행법 제300조): 가처분은 본안 소송에서 다툴 권리가 존재할 가능성(피보전권리)과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현상 유지가 긴급하게 필요한 사유(보전의 필요성)가 소명될 때 인용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피보전권리(불가항력으로 인한 책임준공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와 보전의 필요성 모두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해석의 원칙: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준으로 해석되며, 명확하지 않은 조항은 당사자들이 계약을 체결한 목적,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천재지변, 내란, 전쟁 등 불가항력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이유를 불문하고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할 수 없다'는 이 사건 계약서의 문구처럼 불가항력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있을 경우, 법원은 이를 매우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5다59475, 59482, 59499 판결: 대법원은 주택공급사업자가 입주 지연이 불가항력이었음을 이유로 지체상금 지급책임을 면하려면, 입주 지연의 원인이 사업자의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사업자가 통상의 수단을 다하였어도 이를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불가항력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건설 계약을 체결할 때는 '불가항력' 조항의 내용을 매우 상세하게 검토하고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일반적인 사유(예: 통상적인 경기 변동, 일반적인 사회적 혼란, 예상 가능한 노사 분규 등)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또한, 공사 지연 발생 시에는 계약서상 명시된 절차에 따라 즉시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불가항력적 사유 및 이로 인한 지연 일수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철저히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처분 신청은 본안 소송에서의 권리 다툼 외에도 '긴급성'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등의 보전의 필요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