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A 주식회사가 B와 C에게 사옥 리노베이션 설계 및 감리 용역을 의뢰하고 대금을 지급했으나 설계 변경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여 계약 해제를 통지하고 손해배상 및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A 주식회사는 피고들이 설계도면을 임의로 변경하고 건축사 자격이 없었음에도 기망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20년 12월 10일 피고 B와 사옥 리노베이션 설계 및 감리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피고 C은 피고 B의 배우자로 사무실을 함께 운영했으며 2021년 1월 18일 건축사 자격을 등록하고 2021년 3월 3일 '주식회사 F'를 설립했습니다. 피고들은 리노베이션 설계도면 작성을 완료하고 2021년 3월 30일 건축허가신청을 했으며 원고는 기성금 76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2021년 4월 말경 원고는 높은 공사비용 견적으로 인해 리노베이션 계획을 사옥 신축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피고들은 이에 따라 기존 건축허가신청을 취하하고 신축설계업무를 진행하여 2021년 7월 14일 건물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신청을 완료했으며 원고는 기성금 55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2021년 8월 7일경 원고는 발코니 신설, 중정 삭제 등 대규모 설계 변경을 요구했고 피고들은 이를 사실상 새로운 설계로 보아 2021년 8월 9일 추가 용역기간 2개월 반과 비용 2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2021년 8월 21일 피고들이 상의 없이 설계도면을 변경하여 계약을 위반했다며 계약 해제 통지를 했습니다.
원고는 2022년 1월 12일경 피고들을 건축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용역대금 2,310만 원 편취 주장)로 고소했으며, 사기 혐의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습니다. 건축사법 위반에 대해서는 피고들에게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고 이후 정식재판 및 항소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2023년 11월 6일 각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미 지급된 설계 용역대금 합계 2,310만 원의 반환과 사옥 신축공사 착공 지연으로 인한 취득세 감면 취소 손해 3,900만 원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을 다루었습니다. 첫째는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설계도면 임의 변경, 설계의무 불이행, 특정 디자인 강요 등)으로 인한 계약 해제 사유 인정 여부입니다. 둘째는 피고들이 계약 체결 당시 건축사 자격이 없음에도 원고를 기망했는지 여부와 이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 또는 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들의 채무불이행 사실, 즉 설계도면의 임의 변경, 설계의무 불이행, 특정 디자인 강요 등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계약 해제 통지는 적법한 해제 사유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이 사건 설계계약 체결 당시 건축사 자격 유무에 관하여 원고를 기망하였다는 원고의 주장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피고 C이 계약 체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1월 18일에 건축사 자격을 등록하고 2021년 3월 3일에 건축사 사무소 개설 등록까지 마쳐 설계업무 진행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원고가 초기 형사 고소 시 사기 혐의에 건축사 자격 기망을 포함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결국 피고들의 기망 행위를 전제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와 계약 취소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민법상 계약 해제, 불법행위 책임, 부당이득 반환 그리고 건축사법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민법 제543조 (해지, 해제권): 이 조항은 계약 당사자가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다룹니다. 원고는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채무불이행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적법한 계약 해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합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건축사 자격 유무에 대해 기망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피고들의 기망 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각했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및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이 조항들은 착오나 사기에 의해 의사표시가 이루어진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원고는 피고들의 기망 또는 착오를 이유로 계약 취소 및 부당이득 반환을 주장했으나 기망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법원은 이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건축사법: 건축사 자격이 없는 자가 건축물의 설계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며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피고들은 이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으나 이는 민사상 계약 해제나 기망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피고 C이 계약 이후 빠르게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민사적 판단에 고려했습니다.
유사한 건축 설계 계약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내용의 명확화: 초기 계약은 물론 설계 변경 시에도 용역 범위, 기간, 비용 등을 명확히 정하고 서면으로 합의해야 합니다. 구두 협의만으로는 추후 분쟁 발생 시 입증이 어렵습니다. 전문 자격 확인: 건축 설계와 같은 전문 분야의 계약에서는 상대방의 건축사 자격증 보유 여부, 등록 여부를 사전에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법적 문제 발생 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기록: 설계 과정에서 오가는 모든 중요한 요청사항, 변경 지시, 협의 내용 등은 이메일이나 서면으로 남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화 통화 내용 등은 녹취하거나 통화 후 요점을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약 해제 사유의 구체적 입증: 계약을 해제할 경우 상대방의 구체적인 채무불이행 사실을 정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추상적인 주장이나 증거 없는 의혹만으로는 법적으로 계약 해제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손해배상 범위의 명확한 입증: 계약 위반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해당 손해액과 계약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취득세 감면 취소와 같은 간접 손해는 그 입증이 더욱 중요하므로 관련 증빙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