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법 파견 및 직접 고용 요구 사건

이 사건은 포항제철소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이 원청인 피고 주식회사 J를 상대로 자신들의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불법적인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며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고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으며 협력업체가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원고(A, B, G)에 대해서는 2년 초과 파견으로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나머지 원고(C, D, E, F, H, I)에 대해서는 불법 파견으로 피고에게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했으므로 이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D, E, F, G, H, I): 피고의 협력업체 O과 P에 소속되어 피고의 K제철소에서 철강제품 생산 관련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J): 포항시 남구에 K제철소, 광양시 M에 N제철소 등을 두고 철강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원고들이 소속된 협력업체 O, P와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한 원청업체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 주식회사 J는 K제철소의 철강제품 생산 업무 중 일부를 외주업체 O과 P에 맡겨왔습니다. 원고들은 이 외주업체 소속으로 피고 제철소의 선재 압연공정 중 포장 및 제품공정과 STS(스테인리스강) 제강·연주공정 중 URB 작업, 전기로 작업, 용탕스키머 작업, 정정작업 등을 수행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업무 지시와 명령을 했고, 자신들의 업무가 피고의 핵심 생산 공정에 필수적으로 편입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불법적인 근로자파견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직접 고용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적법한 도급계약에 따라 업무를 맡긴 것이므로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와 협력업체(O, P) 사이에 체결된 '협력작업계약'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규정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면 피고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 원고 A, B, G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합니다.
2. 피고는 원고 C, D, E, F, H, I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계약의 명목이 도급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근로관계는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는 원청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지휘·명령을 행사하고, 그들의 업무가 원청의 핵심 사업에 깊이 편입되어 있을 경우, 형식적인 계약 관계와 상관없이 원청이 직접 고용 의무를 져야 한다는 파견법의 취지를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특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불법 파견은 즉시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과 직접 고용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본 점도 중요한 판단 내용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과 관련된 다양한 법리와 대법원 판례의 판단 기준이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자파견'의 정의 (파견법 제2조 제1호)​: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2.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법원은 다음과 같은 5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합니다.

   •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수행 자체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KPI 평가(노무 제공 방식 통제), 작업표준서/기술기준 작성 및 변경 권한, MES(전산관리시스템)를 통한 구체적인 작업 지시, 이메일·유선·무전기를 통한 상시적 지시, 피고에 의한 업무 개선 방안 수립 등이 지휘·명령의 증거로 인정되었습니다.
   • 사용사업주 사업으로의 실질적 편입: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여 공동 작업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업무가 피고의 핵심 생산 공정에 필수적이며 기능적으로 분리될 수 없고, MES를 통한 전후 공정의 실시간 연동,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의 분업적 협업 관계, 과거부터의 작업 범위 불명확성과 장소적 혼재, 그리고 피고가 직접 수행하던 업무의 외주화 등이 편입의 증거라고 보았습니다.
   •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 행사: 협력업체(원고용주)가 근로자의 선발, 교육·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협력업체가 형식상 인사권을 행사했어도, 인원 증원이나 연장근무에 피고의 승인이 필요했고, 피고가 직접 교육에 관여하며 교체 요구 권한을 가졌다는 점을 들어 협력업체의 독자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업무의 한정성, 구별, 전문성·기술성: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업무가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계약 당시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고 피고의 지시로 보충되었으며, 원고들의 업무가 피고의 일반 업무와 질적 차이가 없고, 대부분 단순 반복적인 작업으로 전문성·기술성이 낮다고 보았습니다.
   •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협력업체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사무실, 설비 등을 무상 제공했고, 협력업체가 고정된 물적 시설이 부족하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피고에게 의존했다는 점을 들어 독립성이 미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 금지 및 직접 고용 의무 (파견법 제5조, 제6조의2)​: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어, 원고 C, D, E, F, H, I에 대해 피고의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했습니다.

4. 2년 초과 파견 시 직접 고용 간주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본문)​: 파견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2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원고 A, B, G는 이 규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5. 직접고용청구권의 소멸시효 (민법 제162조 제1항)​: 직접고용청구권은 파견법상 부여된 법정채권으로서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상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아닌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서 자신의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거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자 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계약서의 명칭이 '도급'이라 하더라도,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이 사용사업주(원청)의 지휘·명령을 받고 일하는 '파견근로'의 실질을 갖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 사용사업주가 KPI(핵심 성과 지표) 평가를 통해 하청업체의 노무 제공 방식이나 작업 과정을 통제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작업표준서, 기술기준, 전산관리시스템(MES) 등을 통해 사용사업주가 근로자들의 작업 내용과 방법을 세세하게 정하고 변경 권한을 가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사용사업주가 이메일, 유선, 무전기 등을 통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상시적으로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업무 개선 방안 마련, 기술 개발, 새로운 공법 도입 등을 누가 주도했는지 여부도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사용사업주의 핵심 생산 공정에 필수적이고 기능적으로 분리되기 어려우며,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공동 작업을 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 하청업체가 근로자 선발, 교육,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아니면 사용사업주의 통제나 영향력 아래에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하청업체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는지, 아니면 사용사업주의 물적 시설에 크게 의존했는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불법 파견의 경우, 파견법에 따라 즉시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직접 고용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는 민법상 10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권리 행사 기간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