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 시공사 계약 해지 및 대여금 반환 판결

이 사건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사였던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B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피고 조합')과의 공사도급 가계약 해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시공사 지위 확인 및 대여금 상환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조합이 원고의 부당한 공사비 증액 요구와 사업비 대여 중단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시공사 지위 확인 주장은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조합이 원고에게 대여받은 사업비에 대해서는, 피고 조합과 조합장, 이사, 감사 등 연대보증 책임을 지는 임원들이 연대하여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포함한 4,493,562,148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부 임원(J, K)에 대해서는 연대보증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주택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재개발사업의 시공사였음)
• 피고: B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인천 미추홀구 일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 조합)
• 피고 (연대보증인): C (피고 조합의 조합장), E, F, H, I (피고 조합의 이사), G (피고 조합의 감사) - 피고 조합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 책임을 지는 조합 임원들
• 피고 (연대보증인 불인정): J, K (피고 조합의 감사 또는 이사 지위에 있었으나 연대보증 책임이 인정되지 않음)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2018년 2월 피고 B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주택재개발사업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대여하며 시공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2020년 1월, 원고 A는 피고 조합이 합의되지 않은 일반분양가 및 조합원 분양가를 책정하여 분양신청을 개시한 것에 대해 재협의 및 업무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피고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이에 원고는 시공사 선정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으나, 피고 조합은 2020년 3월부터 4월까지 원고의 무리한 공사비 증액 요구와 운영비 대여금 지급 거절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 해지 및 해지를 통보하고, 2020년 4월 정기총회에서 원고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이후 관련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고, 피고 조합은 2020년 8월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했습니다. 원고 A는 이 사건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고, 대여한 사업비 및 이행이익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조합이 원고와의 공사도급 가계약을 해지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가 피고 조합에 대여한 사업비 및 이에 대한 이자와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입니다. 셋째, 피고 조합의 임원들(C, E, F, G, H, I, J, K)이 피고 조합의 대여금 상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 책임을 지는지 여부 및 책임의 범위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시공자 지위 확인)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대여금 반환)는 일부 인용했습니다. 구체적으로,

1. 피고 조합이 원고의 과다한 공사대금 증액 요구와 부당한 사업비 대여 중단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2. 따라서 원고의 시공자 지위 확인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3. 피고 조합, C, E, F, G, H, I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대여원리금 4,493,562,148원 및 그중 4,379,665,644원에 대하여 2020년 9월 17일부터 2023년 4월 13일까지는 연 6.13%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4. 피고 J, K에 대한 예비적 청구는 연대보증인의 서면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시공사 주식회사 A는 재개발조합에 대한 시공사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조합에 대여했던 사업비 원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조합과 연대보증 책임이 있는 일부 임원들로부터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반면, 조합은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정당화하고, 일부 임원들은 연대보증 책임에서 벗어났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계약 해지권의 행사 (민법 제673조 및 약정해지)​: 민법 제673조는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이 공사를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조합이 계약서상의 약정해지 조항(이 사건 계약 제36조 제1항 제3호)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중요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조합의 약정해지권 행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원고의 무리한 공사비 증액 요구와 부당한 사업비 대여 중단이 계약 목적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2. 확인의 이익: 소송에서 원고가 어떤 권리나 법률적 지위의 확인을 구할 때, 현재 그 권리나 지위에 불안이나 위험이 존재하고, 이를 제거하는 데 확인 판결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경우에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조합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했더라도, 이는 기존 시공사의 지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원고가 여전히 시공사 지위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3.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금 및 이자: 대여금 반환 의무가 발생한 이후 그 이행이 지체될 경우, 채무자는 약정된 이율 또는 법정 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여금의 변제기가 도래한 다음 날부터 '91일물 CD유통수익률+5.5%'의 비율로 연체이자를,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4. 보증의 방식 (민법 제428조의2,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6조 제2항)​: 보증 계약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민법 제428조의2). 또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6조 제2항은 근보증(계속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특정한 채무를 보증하는 것)의 경우 채무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J, K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보증 의사를 확인한 증거가 없어 연대보증 책임이 부정되었고, 나머지 임원들의 경우 무이자 대여금의 한도액이 계약에 명시되어 있어 채무 최고액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시공사 선정 및 계약 해지 시에는 관련 법령(도시정비법, 민법)과 계약서 조항을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정비사업의 시공사 변경은 조합 총회 결의를 통해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2. 공사비 증액을 요청할 경우, 구체적인 증액 사유(지질 여건 변동, 물가 변동, 설계 변경 등)와 명확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협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3. 사업비 대여 등 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이는 계약 해지의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른 의무의 이행을 중단하는 것은 계약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계약 해지 통보는 계약서에서 정한 절차(예: 30일 이상의 서면 최고)를 준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신뢰 관계가 완전히 상실되어 계약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최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해지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조합 임원이 조합의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 책임을 지는 경우, 그 보증 의사는 반드시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명확히 표시되어야 합니다. 또한, 근보증의 경우 채무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