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두 명의 파견근로자 원고 A와 B는 스마트폰 부품 제조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고농도 메탄올에 노출되어 영구적인 시력 상실 및 신경학적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들은 각각 다른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에게 파견되어 일했지만, 작업 현장에서는 메탄올의 유해성에 대한 고지나 적절한 안전 장비 지급, 국소배기장치 설치 등의 안전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들의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고, 이에 원고들은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파견근로 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피고들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원고들에게 총 2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 9월 피고 주식회사 C에 고용되어 피고 D과 E가 운영하는 1사업장에 파견되었고, 원고 B는 2015년 1월 주식회사 J에 고용되어 피고 F이 운영하는 2사업장에 파견되었습니다. 두 원고 모두 스마트폰 부품 제조 공정에서 CNC 설비를 이용하여 알루미늄을 가공하고 메탄올을 분사하여 식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들은 알루미늄판에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제품을 세척하기 위해 99.9% 고농도 메탄올을 취급했는데, 메탄올 보충 작업 및 에어건을 이용한 메탄올 제거 작업 등을 수행했습니다. 피고들은 메탄올이 관리대상 유해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메탄올의 유해성이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방독마스크, 보안경, 보호복 등 필요한 보호구를 지급하거나 착용하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A는 2016년 1월 16일, 원고 B는 2015년 1월 31일부터 2월 2일 사이에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시력 저하, 의식 저하, 호흡곤란 등의 심각한 증세를 보였고, 결국 양안의 시력을 거의 상실하는 영구적인 장해를 입었습니다. 이들의 질병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었고,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견근로 관계에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가 있는지 여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에서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 의무 위반 여부, 이로 인한 근로자의 질병 발생과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그리고 사업주의 책임 제한 여부 및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C, D, E가 공동하여 원고 A에게 1,045,138,56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 F은 원고 B에게 1,051,908,67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각 재해 발생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고,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파견근로 관계에 있는 근로자들에게도 사용사업주가 직접적인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들에게 중대한 법적 책임을 물음으로써 근로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특히 근로자들이 입은 심각한 신체적 손해에 대해 책임 제한 없이 전액에 가까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 보호, 특히 파견근로자의 산업안전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법리들을 적용했습니다.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 '민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대법원 1999다12082 판결 등).
파견근로 관계에서의 사용사업주 책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은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하여 사용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 보아 해당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파견근로자가 일하는 현장의 위험 관리는 대부분 사용사업주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사용사업주도 파견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합니다. 이를 위반하여 파견근로자가 손해를 입으면 사용사업주에게도 보호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1다60247 판결 참조).
명의대여자의 책임: '민법' 제756조는 타인에게 어떤 사업에 관하여 자기의 명의를 사용할 것을 허용한 경우, 그 사업이 내부적으로는 타인의 사업이고 명의자의 고용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외부에 대해서는 명의자의 사업이고 그 타인은 명의자의 종업원임을 표명한 것과 같으므로, 명의 사용을 허용한 사람도 그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1다3658 판결 등). 이 판결에서 피고 D은 명의대여자임에도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은 사업주가 유해·위험 방지 등 안전보건 조치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0조 및 별표 12는 관리대상 유해물질(메탄올 포함) 취급 시 사업주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조치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국소배기장치 설치, 근로자에게 유해성 등 주지, 방독마스크 등 보호구 지급 및 착용, 보호복·보호장갑·보호장화 및 피부보호용 약품 비치, 보안경 지급 및 착용 등이 포함됩니다. 피고들은 이러한 법적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였음이 인정되었고, 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2항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라면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의 정확한 명칭과 유해성을 반드시 확인하고 사업주에게 안전 조치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물질 취급 시 작업장 내 국소배기장치 설치, 물질의 유해성 고지, 방독마스크, 보안경, 보호복, 보호장갑 등 적절한 개인 보호 장비 지급 및 착용 지시 등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뿐만 아니라 실제 작업이 이루어지는 '사용사업주'로부터도 산업재해 예방 및 안전 보호 의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 중 건강 이상이 발생하면 즉시 작업 중단 및 의료 기관 진료를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신청을 고려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면, 사고로 인해 잃게 된 수입(일실수입), 간병 비용(개호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명의를 빌려주었을 뿐 실제 사업을 운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명의를 사용하도록 허락했다면 해당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