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외국 국적 및 한국 국적의 원어민 강사들이 학원을 상대로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학원은 강사들이 '독립계약 강사'이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약 내용과 실제 업무 수행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강사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학원에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H는 외국인 원어민 강사를 모집하여 한국 내 영어 학원에 배치하는 시스템을 운영했습니다. 피고는 H의 가맹점으로서 이 시스템을 통해 원고들을 채용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원어민 강사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은 원고들을 '독립계약 강사'로 명시하고 퇴직금, 건강보험, 연금 등 정규직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 수행에 있어서 피고는 H이 정한 엄격한 가맹계약에 따라 강사들의 강의 내용, 방법, 교재 사용, 복장, 출퇴근 시간 등을 철저히 지휘·감독했으며, CCTV를 통해 강사들의 강의를 모니터링하고 평가에 활용했습니다. 강사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주당 24시간 이상의 강의를 했고, 수업 준비 및 학생 관리 등의 부수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퇴직 후 원고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인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퇴직금과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으나, 피고는 독립계약 강사임을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여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어민 강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독립계약 강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피고가 주장하는 '포괄임금 약정'이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가 추가적인 손실을 부담하게 되므로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의 지급 의무와 그 액수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목록에 기재된 각 합계 금액과 이자(각 퇴사일로부터 14일 경과 다음날부터 2017년 5월 25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하고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피고에게 있음을 명시한 것입니다.
본 판결은 계약서상의 형식적인 문구('독립계약 강사' 명시 및 퇴직금 등 제외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근로 관계의 종속성을 중요하게 판단하여 원어민 강사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입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확인하고,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계약 형태를 제한하며,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취지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된 퇴직금 및 각종 수당을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근로자의 정의)와 대법원이 정립한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성 판단 기준: 법원은 단순히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 내용의 사용자에 의한 지정 여부 △취업규칙 등 복무 규정의 적용 여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사용자의 지휘·감독 정도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 및 구속 정도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는지 여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시키거나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여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 및 그 정도 등 여러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종합하여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 사회보장제도 가입 여부 등은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포괄임금제 유효성 판단: 피고는 포괄임금제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관련 법리를 인용하여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본 사건의 강사들은 강의 시간이 명확하게 산정 가능했으므로, 피고의 포괄임금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한계: 피고는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을 근거로 퇴직금 청구권과 같은 근로기준법상 강행규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는 헌법적 가치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므로, 신의칙을 내세워 제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퇴직금 청구권의 사전 포기 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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