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 교통사고/도주 · 음주/무면허
피고인 A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 경미한 추돌사고를 냈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났고, 이후 경찰 연락을 받자 친구 E에게 자신 대신 경찰서에 출석하여 사고 운전자로 허위 진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E는 경찰서에 출석하여 허위 진술을 했으나, 경찰관의 거듭된 질문에 결국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무면허운전 및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인정하여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으나,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형법상 상해에 해당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구호 조치 필요성도 없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1년 4월 11일 낮 12시 10분경, 이미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BMW 승용차를 무면허로 운전했습니다. 주소를 따라 운전하던 중 B대교 위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자 C 운전의 스파크 승용차 뒷부분을 자신의 차량 앞부분으로 들이받는 경미한 추돌사고를 냈습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습니다. 다음 날인 4월 12일경, 피고인 A는 자신의 친구 E에게 '접촉사고가 발생했는데 내가 면허가 취소된 상태라 조사받으면 안 되니 대신 출석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E는 4월 15일 경찰서에 출석하여 자신이 사고 차량을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했으나, 경찰관의 거듭된 질문에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 A는 무면허운전, 도주치상, 그리고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한 행위와 관련하여, 교통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것이 도주치상죄에 해당하는지, 자신 대신 친구에게 경찰서에 출석하여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무면허운전 혐의와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무죄 부분의 요지는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피고인 A는 무면허운전과 자신의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범인도피교사 행위로 인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사고의 경위와 피해 정도를 고려할 때 도주치상죄의 성립 요건인 '상해'와 '구호 조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아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는 경미한 사고에서는 모든 후속 행위가 도주치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 사건은 크게 세 가지 혐의에 대한 법률과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1. 무면허운전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A는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했으므로, 이 혐의가 인정되었습니다.
2. 범인도피교사 (형법 제151조 제1항, 제31조 제1항)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자를 처벌하는 '범인도피죄'를 규정합니다. '도피'는 범인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하게 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합니다. 또한,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에는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범죄 혐의를 받아 수사 대상이 되어 있는 자도 포함됩니다. 피고인 A가 친구 E에게 자신 대신 경찰에 출석하여 허위 진술하도록 시킨 행위는 형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범인도피죄를 교사한 것으로 판단되어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친구 E의 허위 진술이 경찰에 의해 곧바로 밝혀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허위 진술 시도 자체가 수사기관의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로 보아 죄가 성립합니다.
3. 도주치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이 법률은 교통사고 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운전자를 가중 처벌함으로써 교통 안전과 피해자의 생명·신체를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주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해야 합니다. 여기서 '상해'란 형법 제257조 제1항에 규정된 것처럼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등 건강 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한 통증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부상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블랙박스 영상, 사고 차량의 파손 정도, 피해자들의 행동 및 진단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해자들이 형법상 '상해'에 해당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고, 구호 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었다고 판단하여 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이며, 사고를 유발할 경우 더 큰 처벌을 받게 됩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의 경미함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구호는 물론, 연락처 교환 등 사고 처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도주치상 등의 혐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본 판례처럼 피해의 정도가 매우 경미하여 형법상 '상해'로 볼 수 없거나 구호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도주치상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하거나 타인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시키는 행위는 '범인도피죄' 또는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하여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이는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과거에 음주운전이나 다른 교통법규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