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용역비 청구 기각 판결

주식회사 L은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용역계약을 맺고 정비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준비위원회는 해산되고 공공지원 방식으로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L사는 용역대금 3억 1천3백3십만 원을 새로 설립된 조합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존 준비위원회는 도시정비법상 법적 추진위원회가 아니며, 새로 설립된 조합이 계약상 지위나 채무를 포괄 승계하거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L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L):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정비계획 용역업을 하는 회사로, 기존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용역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 피고 (I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서울특별시 양천구에 위치한 I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을 위해 설립된 정식 조합입니다.
•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 주식회사 L과 용역계약을 체결했던 임의적인 비법인 단체입니다.
• I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 주민협의체: 공공지원 방식으로 조합 설립을 준비하기 위해 구성된 임시 회의체입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L은 2018년 6월 24일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I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습니다. L사는 2020년 4월 23일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완료됨에 따라 용역 업무가 완료되었다고 보고, 미지급된 기본 용역비와 추가 인센티브 용역비 등 총 3억 1천3백3십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추진 준비위원회는 법적 지위가 없는 임의 단체였으며, 이후 2021년 1월 18일 'I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공공지원 방식으로 정식 설립되었습니다. 이에 L사는 새로 설립된 조합이 기존 준비위원회의 채무를 승계했거나, 상법상 보수를 지급해야 하거나,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조합 측은 해당 채무를 승계한 적이 없으며, L사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1. 계약상 지위의 포괄승계 여부: 기존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체결한 용역계약의 권리·의무가 새로 설립된 'I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지 여부. 특히, 기존 준비위원회가 도시정비법상 정식 '추진위원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2. 상인의 보수청구권 인정 여부: 주식회사 L이 상인으로서 피고 조합을 위해 용역을 제공했다고 보아 상법 제61조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3.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인정 여부: 만약 용역계약의 효력이 피고 조합에 미치지 않는다면, 피고 조합이 L사의 용역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고 이로 인해 L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보아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L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1. 주위적 청구 (포괄승계): 법원은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가 도시정비법상 적법하게 설립된 '추진위원회'가 아닌 임의 단체이므로, 그 계약상 채무가 피고 조합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민협의체' 역시 준비위원회와 동일한 단체로 볼 수 없으며, '주민협의체'나 '조합'의 회의에서 해당 용역계약에 대한 명시적인 승계 결의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2. 제1예비적 청구 (상법상 보수청구권): 원고 L사가 제공한 용역은 피고 조합이 설립되기 이전, 정비구역 지정·고시 단계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 조합을 위해 직접 제공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상법 제61조의 보수청구권 요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제2예비적 청구 (부당이득반환): 용역계약은 준비위원회와 유효하게 성립되었으므로, 계약 당사자가 아닌 피고 조합에 대해 직접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 조합이 원고 L사의 용역으로 인해 이익을 얻고 손해를 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주식회사 L이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비를 I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 조합이 해당 계약상 지위를 포괄승계하거나 L사에 보수를 지급할 의무, 또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정법) 제31조 (추진위원회 구성 및 승인): 시장·군수 등의 승인을 받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시장·군수 등이 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시행 과정을 지원하는 공공지원 방식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공지원 방식으로 '추진위원회'가 아닌 '주민협의체'가 구성되었으므로, 원고와 계약한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는 도정법상 적법한 '추진위원회'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4조 제3항 (추진위원회의 권리·의무의 승계): "추진위원회가 수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도정법상 적법하게 설립된 추진위원회'에만 적용되며, 본 사건의 '(가칭)I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와 같이 임의로 구성된 단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3.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총회의 의결사항): "조합원은 다음 각 호의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에 대해서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용역계약 대금과 같이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총회 의결이 필요하지만, 그러한 명시적인 의결이 없었으므로 피고 조합에 승계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4. 상법 제61조 (상인의 보수청구권): "상인이 그 영업범위 내에서 타인을 위하여 행위를 한 때에는 이에 대하여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L사가 제공한 용역이 피고 조합 설립 이전에 이루어졌고 직접적으로 피고 조합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며, 업무 범위도 달랐으므로 이 조항에 따른 보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5. 민법 제741조 (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17106 판결)에 따르면, 계약상 급부가 계약 상대방뿐 아니라 제3자에게 이익이 된 경우에도 급부를 한 계약 당사자는 계약 상대방에게 계약상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외에 제3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L사의 용역은 '준비위원회'와의 계약에 따른 것이므로, 계약 당사자가 아닌 피고 조합에 직접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없으며, 피고가 L사의 용역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계약 상대방의 법적 지위 확인의 중요성: 재개발,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서 용역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 상대방이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추진위원회'인지, 아니면 임의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나 '주민협의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법적 추진위원회가 아닌 단체와 체결한 계약은 추후 조합이 설립되었을 때 그 효력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2. 채무 승계에 대한 명확한 합의 및 총회 의결: 새로 설립될 조합이 기존 단체의 채무나 계약상 지위를 승계하게 하려면, 조합 설립 총회 등에서 해당 계약에 대한 명확한 승계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의 경우, 도시정비법에 따라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만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용역 대금 청구 대상의 특정: 용역을 제공하고 대금을 청구할 때, 실제 용역을 의뢰하고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에게 청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계약 당사자가 법인격 없는 단체인 경우, 해당 단체의 실질과 구성원들을 상대로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4. 서비스 제공 시점과 조합 설립 시점의 일치 여부: 용역 서비스가 조합 설립 이전에 이미 완료되었다면, 해당 서비스가 새로 설립된 조합의 이익을 위해 직접 제공되었다고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 설립 이후의 업무에 대해서는 새로운 계약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상법상 보수 청구권 또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한계: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상법상 보수 청구권이나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엄격한 요건을 요구합니다. 특히, 계약 관계가 존재하고 그 계약에 따라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제3자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