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피고가 운영하는 업체에 근무하던 직원 E씨가 작업 후 피고와 함께 늦은 점심 겸 회식을 하고 2차 회식 장소로 이동하던 중 육교 아래로 미끄러져 사망한 사고에 대해, 유족인 원고 A(아내)와 원고 B(자녀)가 피고(업체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회식 중 근로자의 안전 귀가를 위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되, 망인 E씨의 과음 및 안전 부주의도 인정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특히, 업무상 재해 여부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처음 부지급 처분을 내렸으나, 행정소송에서 원고 A씨가 승소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2019년 1월 10일, 피고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E씨는 작업 후 피고와 함께 늦은 점심 겸 회식을 가졌습니다. 두 사람은 1차 회식에서 소주 5병을 마셨고, 이후 2차 회식 장소로 이동하던 중 E씨가 육교 아래로 미끄러져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E씨는 이 사고로 인해 뇌내출혈과 뇌부종, 뇌간부전으로 같은 달 19일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아내인 원고 A씨는 이전에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원고 A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의 소)에서 2020년 11월 12일 승소하여 E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씨와 자녀인 원고 B씨는 피고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회식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용자인 피고에게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사용자가 보호의무를 위반했는지, 그리고 그 위반이 사고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입니다. 셋째, 사고 발생에 망인 본인의 과실이 있었다면 손해배상액 산정 시 이를 어떻게 참작할 것인지(과실상계)입니다. 넷째, 유족급여와 같은 재해보상금이 손해배상액에서 어떻게 공제되어야 하는지(과실상계 전 공제 또는 후 공제)입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사용자로서 망인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가 망인과 단둘이 소주 5병을 마신 뒤에도 안전한 귀가를 배려하지 않고 2차 회식을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했고, 피고의 진술에서 노상방뇨하려는 망인을 사진 찍으려 도발한 점 등이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망인 E씨에게도 과음을 자제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 A에게 32,142,857원, 원고 B에게 58,763,538원 및 각 이에 대해 2019년 1월 10일부터 2022년 1월 26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근로자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망인의 과실도 인정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원고들의 청구 중 법원이 인정한 범위 내에서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며, 판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은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의무,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그리고 유족급여 공제 방식 등 여러 법률적 쟁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의무: 우리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상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봅니다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등 참조). 이 의무에는 회식과 같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행사에서도 근로자의 안전을 배려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 피고는 망인과 단둘이 과음한 후 2차 회식 장소로 이동 중 사고가 발생했고, 심지어 피고가 망인을 도발한 사실까지 인정되어 보호의무 위반이 명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발생한 재해를 의미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유족급여 등이 지급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처음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원고 A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음주 후 귀가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과실상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해자에게도 손해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그 과실 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과실상계'라고 하며, 민법 제763조 및 제396조에 의해 준용됩니다. 본 판례에서 망인이 과음하고 안전에 유의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이 70%로 제한되었습니다.
유족급여의 공제 및 과실상계 방식: 손해배상액 산정 시 유족급여와 같은 재해보상금을 공제하는 방식에 대해 대법원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2018다287935)을 통해 기존의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서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입장을 변경했습니다. 이는 먼저 전체 손해액에서 유족급여를 공제한 후, 그 남은 금액에 대해 과실상계를 적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유족급여는 해당 수급권자가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한도로 하여 그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 A는 유족급여 수급권자로서 지급받을 유족연금 일시금 환산액이 원고 A의 상속분을 초과하여, 원고 A에게는 유족급여 공제 후 남아있는 일실수입이 없게 되었습니다.
지연손해금: 피고는 판결에서 인정된 금액에 대해 이 사건 사고일인 2019년 1월 10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2년 1월 26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채무불이행 시 발생하는 손해배상의 일종으로, 금전 채무의 이행 지체에 대한 법정 이율입니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는 회식 장소나 이동 경로 등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음주가 수반되는 회식에서는 과음을 방지하고 귀가 시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사용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는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으며,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시 유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고 경위와 관련된 증거(목격자 진술, 현장 사진, 관련 기록 등)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 망인의 과실도 함께 고려되므로, 사고 발생에 기여한 양측의 책임 비율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유족급여 등 공적 보상금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으며, 이때 과실상계 적용 시점에 따라 최종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