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 A는 노르웨이 법인인 B회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2002년부터 2019년까지 근무했습니다. 해임 이후 A는 미지급 임금 및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으로부터 근로자는 아니지만 위임관계에 따른 약정금 일부를 인정받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A는 B회사가 2009년 취업규칙 변경 시 자신에게만 별도로 더 높은 퇴직금 지급률을 적용하기로 약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 당시 일반 취업규칙에 따른 퇴직금만을 지급하여 미지급된 퇴직금 4억 533만여 원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퇴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회사는 해당 약정서의 진정성립을 다투고, 약정서를 작성한 아시아 지역 사장 C에게 대리권이 없었으므로 약정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분쟁은 원고 A가 노르웨이 법인 B회사의 한국 지사장으로 재직하다 해임된 이후, B회사가 A에게 일반 취업규칙에 따른 퇴직금만을 지급하자, A가 자신에게는 과거 B회사의 아시아 지역 사장과의 특별 약정을 통해 더 높은 퇴직금 지급률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미지급된 퇴직금을 청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 B회사는 이러한 특별 약정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에게 더 높은 퇴직금 지급률을 적용하기로 한 약정서(이 사건 약정서)가 실제로 유효하게 작성되었는지(진정성립 여부). 둘째, 약정서에 서명한 피고 B회사의 아시아 지역 사장 C에게 해당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는지, 혹은 권한이 없었더라도 민법상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
법원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B회사는 원고 A에게 미지급 퇴직금 405,335,317원 및 이에 대해 2022. 7. 7.부터 2025. 2. 12.까지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소송 총비용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A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약정서의 진정성립 인정: 약정서에 기재된 B회사의 아시아 지역 사장 C의 자필 서명이 다른 내부 문서의 서명과 동일하다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약정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했습니다. 피고 B회사가 주장하는 약정서 위조나 기망 주장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약정의 유효성 인정: 진정성립이 인정된 처분문서에 '원고에게 별도의 퇴직금 지급률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약정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주장하는 약정 불성립 주장은 원고가 약정을 취업규칙의 일부로 주장하지 않고 개별 근로조건 계약으로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배척했습니다.
C의 대리권 인정 또는 표현대리 책임: 법원은 이 사건 약정 당시 C이 B회사의 아시아 지역 사장으로서 원고 A의 급여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C이 과거 원고의 급여 인상률을 직접 결정하고 HR 부서에 통지하여 집행된 여러 사례와 B회사의 재무 부담을 늘리는 결정을 본사 승인 없이 한 사례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설령 C의 권한 밖의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C에게 원고의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C의 지위와 약정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할 때 원고 A가 C에게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아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책임이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회사는 원고 A에게 기존에 지급한 퇴직금을 제외한 미지급 퇴직금 405,335,317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 (문서의 진정의 추정): 이 조항은 문서에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으면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서명이 진짜로 확인되면 문서 내용도 진짜라고 일단 간주된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약정서에 서명한 B회사 아시아 지역 사장 C의 자필 서명이 진정하게 작성된 것임을 인정하여 이 약정서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 처분문서란 권리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 등 법률행위의 내용을 직접 증명하는 문서를 말합니다. 법원은 처분문서가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뒤집을 만한 명확하고 합리적인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 A의 특별 퇴직금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인정된 이상, 피고 B회사는 약정서 내용대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이 조항은 대리인이 자신의 권한 밖의 법률행위를 했더라도, 상대방이 그 대리인에게 그러한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본인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C이 원고 A의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 기본 대리권이 있었고, C의 아시아 지역 사장으로서의 지위, 약정 체결 경위, 과거 C이 유사한 재량권을 행사했던 사례 등을 종합하여 원고 A가 C에게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B회사는 C의 권한 밖의 행위에 대해서도 본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개별 약정의 중요성: 회사의 취업규칙과 별도로 개인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에 대한 약정이 있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두어야 합니다. 특히, 해당 약정서에는 약정 내용과 함께 약정 당사자의 서명이나 날인이 명확하게 기재되어야 합니다.
대리인의 권한 확인: 회사 대표가 아닌 다른 직원이 약정을 체결할 경우, 그 직원이 회사를 대표하여 약정을 체결할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직위만으로 권한을 추정하기보다는, 회사의 내규나 과거의 관행, 또는 다른 내부 문서 등을 통해 실제 권한 범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분문서의 증명력: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는 그 내용이 명확하고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인정되면 강력한 증거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중요한 약정은 반드시 문서로 남기고, 그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퇴직금 산정 기준: 취업규칙 외에 개별 근로계약이나 약정에 의해 퇴직금 산정 기준이 달리 정해질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산정 기준을 명확히 인지하고, 퇴직 시 지급된 금액이 정당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차이가 있다면 관련 약정서를 근거로 추가 지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소멸시효 유의: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므로, 권리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