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 보험금 청구 기각 사건

망인이 업무 출장 중 발생한 언쟁 이후 사망하자, 그 유족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상해보험금 4억 5천만 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사망이 보험 계약상의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사망'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사적 보험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사망이 보험 약관에서 정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및 항소인: A (사망한 직원의 배우자이자 미성년자 B의 법정대리인) 및 B (사망한 직원의 미성년자 아들)
• 피고 및 피항소인: C 주식회사 (보험금 지급 의무를 가진 보험회사)

분쟁 상황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직원이었던 망인이 I조합에 대한 출장 검사 중 사업실적확인서 변조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I조합 관계자들과 약 2시간가량 고성으로 심하게 언쟁을 벌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망인이 사망하였고, 유족들은 이 사망이 보험 계약상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회사 C 주식회사를 상대로 4억 5천만 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보험회사는 이를 거부했고, 이는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전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이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한 바 있어 유족들은 이를 근거로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망인의 사망이 사적 보험 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 및 그 직접 결과로써의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었던 사건이 사적 보험 계약에서는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지, 그리고 업무 중 언쟁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사고'로 볼 수 있는지, 망인의 '대응이 개입되어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는지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주어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제1심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고,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사적 보험 계약의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요건과는 판단 기준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업무상 스트레스 상황이나 언쟁이 검사 업무 과정에서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며,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사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원고들의 보험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두 가지 법률 체계의 판단 기준 차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재보험법)​

• 제5조 제1호: 이 법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보상합니다. 이 경우,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제1호 가목 1)​: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를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사망 전 언쟁 상황이 이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아 산업재해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2. 사적 보험 계약상의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 사적 보험 계약은 보험 가입자와 보험회사 간의 계약에 따라 보장 내용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우연한 사고'란 '예견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외래성'은 상해나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원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기인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 법원은 이 사건에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 상황이나 언쟁이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사고로 보기 어렵고, 망인의 대응이 개입되어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이를 '예측할 수 없는 우연한 사고'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산재보험법이 업무와의 관련성을 넓게 보는 것과 달리, 사적 보험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이라는 더 엄격한 요건을 개별적으로 충족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3. 민사소송법 제420조

• 이 조항은 항소심 법원이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도 항소심 법원이 제1심판결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일부 수정 및 추가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참고 사항

개인 보험 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 시에는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1. 보험 약관의 정확한 이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특정 사건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적 보험 계약은 고유의 약관과 정의를 따릅니다. 특히,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와 같은 용어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2. 사고의 '우연성' 및 '외래성': 보험 약관에서 정의하는 '사고'는 고의적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피보험자의 신체적 원인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기인해야 합니다. 업무 중 발생한 스트레스나 언쟁은 상황에 따라 '예측 가능한' 업무의 일부분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망인의 대응이 개입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연한 사고'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비록 산업재해로 인정될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 하더라도, 사적 보험에서는 그 스트레스의 정도와 업무 강도가 보험 약관상의 '사고'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더 엄격하게 심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에서는 업무시간이나 출장 횟수 등이 통상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관련 판결의 구속력: 산업재해 관련 확정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적 보험금 청구 소송에 법률적으로 직접적인 구속력을 미치지 않습니다. 각 법률 및 계약의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