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스물한 살 삼수생 김군, 장미꽃 한다발을 사서 아버지 차를 몰래 끌고 나와 데이트 장소로 향합니다. “빨리 와~” 애교만점 그녀의 성화에 데이트 장소 근처에 불법유턴을 하다 마주오던 차를 들이받고 말았네요. 피해자는 아버지에게 돈이 없으면, 보험으로라도 치료비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피해자: 아구구~ 허리야, 머리야! 온몸이 다 쑤시네! 이 치료비를 어떻게 할 거요? 돈이 없으면, 보험 청구해서라도 최소한 치료비는 다 물어주시겠죠? 아버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몰래 내 차 훔쳐다가 사고 친 거요! 그런 자식은 자식도 아니지! 치료비는 뭐고, 보험이라니 웬 말이요? 피해자: 유자유죄(有子有罪)! 무자무죄(無子無罪)!! 그래도 자식인데 당신이 책임져야지!! 속이 몹시 상한 아버지, 과연 피해자를 위해 보험회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해야 할까요?
- 주장 1
성인인 아들이 낸 사고이니 치료비도 아들이 책임져야죠. 아버지가 보험회사에 보험처리를 요청할 필요는 없어요!
- 주장 2
아들이 차를 몰고 나가지 못하도록 차 주인인 아버지가 미리 주의했어야죠! 아버지 책임이 있으니 보험처리 해주는 게 맞아요!
- 주장 3
아버지와 아들 모두 잘못이 있으니 치료비 절반 정도만 보험처리 해주면 된다고 봅니다.
정답 및 해설
아들이 차를 몰고 나가지 못하도록 차 주인인 아버지가 미리 주의했어야죠! 아버지 책임이 있으니 보험처리 해주는 게 맞아요!
성인인 아들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가해자로서, 피해자가 입은 모든 손해(이 사례에서 문제 삼은 치료비 등 ‘인적 손해’뿐 아니라 피해차량의 수리비 등 ‘물적 손해’까지)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은 당연합니다(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아버지는 사고 당시 직접 가해행위(운전)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고를 낸 자동차의 소유자이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자’로서, 피해자가 입은 손해 중 치료비 등 ‘인적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법 제2조 제2호 및 3호, 제3조의 자동차운행자책임). 이 사례처럼 자녀가 몰래 아버지 차를 몰고 가는 경우에도 아버지에게 배상책임을 지울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자동차의 소유자는 비록 제3자가 무단히 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었다고 하더라도 그 운행에 있어 소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그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설시하면서, 무면허인 미성년자가 아버지가 출타한 사이에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 둔 열쇠를 꺼내어 그 무단운행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를 태우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사안에서, 아버지의 자동차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072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때 이 사례의 경우에도 아버지는 자동차에 대한 운행자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 인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그 인적 손해의 배상을 담보하기 위해 위 법에서는 자동차보유자에게 이른바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위 법 제5조, 제38조 제2항). 따라서, 이 사례에서 사고를 낸 자동차는 적어도 책임보험에는 가입되었을 것이므로, 아버지는 보험회사에 사고발생사실을 통지하고 보험처리를 요청하는 등 피해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면 될 것입니다. 다만 물적 손해와 책임보험금의 법정 한도를 넘는 인적 손해에 대해서는, 성인인 아들이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아버지가 당연히 이를 배상할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소유자 등 보유자들은 자동차에 관하여 위 책임보험 외에 따로 위와 같은 손해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소위 임의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례의 아버지 역시 그 자동차에 관하여 그러한 임의보험에 가입하였다면 아들을 위하여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손해까지 배상받을 수 있도록 보험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판례: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072 판결] [1] 자동차의 소유자는 비록 제3자가 무단히 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었다고 하더라도 그 운행에 있어 소유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그 사고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고, 그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는 평소의 자동차나 그 열쇠의 보관 및 관리 상태,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운행이 가능하게 된 경위, 소유자와 운전자의 인적 관계, 운전자의 차량 반환의사의 유무, 무단운행 후 소유자의 사후승낙 가능성, 무단운전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유무 등 객관적이고 외형적인 여러 사정을 사회통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 [2] 피해자가 무단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자인 경우에는 그가 무단운행의 정을 알았는지의 여부가 자동차 소유자의 운행지배 내지 운행이익의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지만, 피해자인 동승자가 무단운행에 가담하였다거나 무단운행의 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운행 경위나 운행 목적에 비추어 당해 무단운행이 사회통념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선해할 만한 사정이 있거나, 그 무단운행이 운전자의 평소 업무와 사실상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어서 소유자의 사후승낙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유자가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무면허인 미성년자가 부(父)가 출타한 사이에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 둔 열쇠를 꺼내어 그 무단운행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를 태우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부의 자동차 운행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