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의 설치 및 AS 업무를 수행하던 엔지니어 15명이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위탁계약을 맺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본 법원은 엔지니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피고에게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의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P 주식회사는 정수기 등 가전제품의 설치, AS, 판매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과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위탁했습니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은 형식적인 위탁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피고에게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엔지니어들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사업자이므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퇴직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회사와 서비스용역 위탁계약을 맺은 엔지니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근로자성이 인정될 경우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의 지급 의무 및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엔지니어들이 피고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업무 내용과 시간을 통제받으며 독립적인 사업자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1 인용금액표에 기재된 각 원고별 퇴직금 및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지연손해금은 각 '지연손해금 기산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로 계산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의 항소는 일부 인용되어 1심 판결의 지급액 중 일부가 취소되었고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 중 5%는 원고들이 부담하고 95%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은 가전제품 서비스 엔지니어들이 외형상 위탁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질적인 근무 형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의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들은 미지급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게 되었으며, 특히 판매 수수료를 임금 범위에 포함하고 실제 업무 종료일을 퇴직일로 인정하는 등 근로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이 내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