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일진전기 주식회사를 포함한 12개 사업자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서 물량 배분과 가격 합의, 그리고 단체 유찰 합의 등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업자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고 일진전기는 이에 불복하여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일진전기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2009년 후반 합의에도 가담했고 여러 해에 걸친 담합 행위를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 처분시효가 지나지 않았으며 과징금 부과 역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007년부터 기존 기계식 전력량계를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로 전면 교체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입찰을 통해 전력량계를 구매했습니다. 당시 한전의 구매 물량은 전체 전력량계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에 일진전기를 비롯한 9개 사업자들은 2008년 한전의 30건 입찰에서 물량 배분과 입찰 가격을 합의했습니다. 2009년 초에는 11개 사업자가 한전의 저가형(E-type) 전력량계 구매 정책에 반발하여 28건의 입찰에 단체로 불참하여 유찰되게 했습니다. 이후 2009년 후반에는 원고, 엘에스산전, 한전케이디엔 등 대기업과 새롭게 설립된 제1조합, 제2조합이 물량 배분 및 입찰 가격 합의를 통해 한전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일련의 행위들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일진전기에 시정명령과 5,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이에 일진전기는 불복하여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진전기가 2009년 후반에 이루어진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물량 배분 합의에 가담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2008년에 발생한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시효가 완성되었는지 여부로, 여러 해에 걸친 담합 행위를 단일한 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행위로 볼 것인지가 문제였습니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진전기에게 부과한 과징금 액수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일진전기가 2009년 후반 물량 배분 합의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2008년의 물량 배분 합의와 2009년의 단체 유찰 합의 및 물량 배분 합의가 전력량계 시장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라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하여 처분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서는 해당 담합이 시장 경쟁을 현저히 저해하는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에 해당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산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근거하여 판단되었습니다. 공정거래법 제2조 제1호는 '사업자'의 정의를 규정하며, 이 사건의 전력량계 제조·판매 법인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제2조 제4호는 '사업자단체'의 정의를 규정하며, 이 사건 각 조합이 이에 해당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입니다. 특히 제1호는 사업자들이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금지하며, 이 사건에서 입찰 가격을 합의한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제3호는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를 제한하거나 용역의 거래 조건을 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이 사건의 물량 배분 합의 및 단체 유찰 합의가 이 조항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여러 차례의 합의가 있었더라도 단일한 의사에 터 잡아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계속 실행되었다면 전체를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본다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단일성 법리(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등 참조)를 적용하여 처분시효 완성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액수에 대해 재량을 가지며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배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는 한 그 처분은 유효하다는 과징금 부과 재량권 법리(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등 참조)에 따라 과징금 부과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했습니다.
담합 행위는 여러 해에 걸쳐 발생했더라도 기본적인 목적이 동일하고 계속해서 실행되었다면 법원은 이를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행위에 대한 처분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더라도 전체 행위의 마지막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담합의 증거는 직접적인 합의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의 진술, 내부 문건, 실제 입찰 결과의 일치, 경쟁 사업자들의 입찰 참여 행태 등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행위의 중대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관련 매출액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재량권을 가지며 기업이 주장하는 특수한 사정만으로는 과징금 부과 기준이나 금액이 쉽게 변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징금 감경을 받으려면 조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나 진술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의 진정한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입찰 가격이나 물량 배분에 대한 합의와 같은 '경성담합'은 경쟁 질서 저해 정도가 매우 크다고 보아 높은 과징금 부과 기준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정 정책에 반발하여 입찰에 단체로 불참하여 유찰시키는 행위 또한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