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주식회사 오뚜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사를 포함한 라면 제조사들이 2000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약 10년간 6차례에 걸쳐 라면 출고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인상한 행위에 대해 내린 시정명령 및 약 98억 4천8백만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오뚜기는 해당 가격 인상이 의식적 병행행위에 불과하며 담합 합의가 없었고 과징금 처분 역시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오뚜기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 오뚜기, 삼양, 한국야쿠르트 등 소수의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과점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 12월 말부터 2001년 1월 초까지 개최된 라면 제조사 대표자 회의에서 농심이 먼저 라면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회사들이 뒤따라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합의에 따라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약 10년간 총 6차례에 걸쳐 농심이 선행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다른 라면 회사들이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각 가격 인상 시점에는 회사들 간에 가격 인상 일자, 구체적인 인상 내역, 제품 생산일, '구가지원 제도'(가격 인상 후에도 일정 기간 기존 가격으로 공급하는 제도) 기간 등 민감한 정보가 전화나 팩스, 이메일 등으로 교환되었습니다. 또한 시장조사 담당 직원들이 '면류사' 모임을 통해 각 사의 제품 현황, 판매 목표, 영업지원책, 신제품 출시 계획, 내부 조직 및 임원 변경 사항 등 다양한 경영 정보를 상시적으로 교환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부당 공동행위로 판단하여 주식회사 오뚜기 등에 시정명령과 총 136,244,000,000원(오뚜기 9,848,0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오뚜기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주식회사 오뚜기 등 라면 제조사들 사이에 가격 담합 합의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위법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인 주식회사 오뚜기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식회사 오뚜기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오뚜기 등이 라면 가격을 인상한 행위가 단순한 의식적 병행행위를 넘어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이 관련 법령에 따른 재량권 행사의 범위 내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오뚜기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유지함으로써 오뚜기는 9,848,000,000원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본 사건은 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특히 법 제19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는 것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과점 시장에서 나타나는 '의식적 병행행위'(소수의 사업자들이 서로의 반응을 예측하며 독자적으로 행위하지만 결과적으로 외형상 일치가 나타나는 경우)와 '담합 합의'를 구별하며, 의식적 병행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담합이 아니지만, 가격의 이례적인 일치, 선두 업체의 가격 인상에 대한 후발 업체의 동조, 지속적인 회합, 그리고 경쟁 민감 정보(가격, 생산, 재고, 영업 전략 등)의 교환과 같은 합의 사실을 추인할 수 있는 간접증거가 충분히 있으면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라면 제조사들 간의 대표자 회의를 통한 가격 인상 공감대 형성, 6차례에 걸친 순차적인 가격 인상, 출고가격의 외형상 일치, 구체적인 가격 및 경영 정보의 광범위한 교환 등을 종합하여 담합 합의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법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28조, 제31조의2, 제34조의2 등에 따라 재량 행위로 인정되며, 법원은 관련 상품의 범위, 위반 행위 기간,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 오인이나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등이 없는 한 해당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점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두 기업의 가격 인상에 다른 기업들이 동조하는 '의식적 병행행위'는 흔히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행동이 단순한 시장 상황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업들 간의 '합의'에 의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담합으로 간주되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합의의 증거는 반드시 직접적인 서류나 증언이 아니더라도, 가격의 이례적인 일치, 선두 기업의 가격 인상에 대한 후발 기업들의 일관된 동조, 그리고 지속적인 회합이나 경쟁 민감 정보(예: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 및 내역, 생산량, 재고, 영업 전략 등)의 교환과 같은 간접적인 정황 증거들을 통해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 인상 시점 및 폭을 협의하거나 '구가지원 제도'와 같은 판촉 전략까지 상호 교환하는 행위는 담합을 입증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영업이익 적자와 같은 어려운 경영 상황이 담합의 면책 사유가 되기는 어려우며, 담합 행위가 장기간 지속된 경우 특정 시점의 독자적 의사결정을 주장하더라도 전체 담합 행위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은 재량 행위이므로, 처분 시 관련 상품의 범위, 위반 행위 기간, 그리고 과징금 산정 비율 등이 적절하게 판단되었다면 재량권 남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