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주식회사 H의 근로자들이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하자, 이에 대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근로자들은 유인물 배포에 대한 감점의 부당성, 노동조합 선거 개입을 위한 해고, 그리고 회사의 해고회피 노력 부족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회사의 정리해고 및 관련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H는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해 취업규칙 미준수 행위에 대해 감점했는데, 일부 근로자(원고 B, C, E, G)들은 2006년 9월 6일 오후 4시 55분경부터 5시 50분경까지 'L 신문'을 회사의 사전 허가 없이 회사 정문에서 퇴근하는 근로자들에게 또는 통근버스에 승차해 있는 약 20명의 근로자들에게 배포한 이유로 10점씩 감점을 받았습니다. 이 신문에는 고용안정 강조 내용 외에 사회적·정치적 문제(8·15 민족통일행사, 한미 FTA, 평택투쟁)에 대한 기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은 이 유인물 배포가 정당한 활동이므로 감점이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또한 감점 조치가 이미 인사고과에 반영되었으므로 이중 감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회사가 2007년 12월 예정되어 있던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회사에 우호적인 현직 노동조합 위원장의 연임 당선을 위해 평소 회사와 갈등을 빚어왔던 'N단체' 소속인 자신들을 사전에 계획적으로 해고하여 선거 출마를 차단하는 등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정리해고 전후로 생산직 근로자들의 연장근로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으므로, 연장근로를 중단하고 해당 작업량을 정리해고 대상자들에게 분산했다면 해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해고회피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H의 정리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노동행위로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해고회피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유인물 배포의 정당성 판단 기준: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회사 사전 승인 조항이 있더라도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이나 복지 증진을 위한 정당한 행위는 금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때 행위의 정당성 여부는 유인물의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을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6누1177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유인물의 상당 부분이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 없는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보아 정당한 활동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회사가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근로자들을 해고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 (근로기준법 제24조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회사의 해고회피 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연장근로가 주로 스페인 회사 P의 한시적인 알카전지 생산량 증대 때문이고, 망간전지 생산라인과 알카전지 생산라인의 생산 공정이 다르고 필요한 기술에 차이가 있어 해고된 근로자들을 다른 생산라인으로 배치하여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회사의 해고회피 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에 유인물 배포에 대한 사전 승인 조항이 있더라도, 근로조건의 유지·향상이나 복지 증진을 위한 정당한 행위는 금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유인물의 내용이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에 치우쳐 근로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면, 회사의 노무지휘권이 미치는 사업장 내 배포 행위는 정당한 활동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유인물의 내용, 배포 시기, 장소, 방법, 그리고 이것이 회사나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에 대한 감점은 기존 인사고과에 이미 반영된 내용을 다시 감점하는 것이라면 이중 감점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 사건의 경우, 인사고과에 반영되지 않고 별도의 해고선정기준에 따라 감점된 사실이 인정되어 이중 감점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해고회피 노력 여부를 판단할 때는 연장근로의 존재만으로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생산라인의 물량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연장근로이거나, 해고된 근로자들이 다른 라인에 배치되더라도 생산 공정의 차이나 필요한 기술력 등의 문제로 인해 효율적인 대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해고회피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