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계약을 갱신한 일용직 직원들의 퇴직금 인정 판결

경륜·경정을 운영하는 피고 공단에 '일용계약직'으로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수년간 근무한 다수의 직원들이 퇴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매년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했으므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어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형식적인 계약 형태와 단절 기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근로 관계의 연속성을 인정하여 퇴직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외 56인): 피고 공단에서 투표종사원, 수납원, 관리원 등으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장기간 근무했던 직원들. 퇴직금 지급을 청구함.
• 피고 (BF공단): 경륜·경정을 운영하는 공공기관.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에 대해 계속근로기간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함.

분쟁 상황

피고 BF공단은 문화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매년 1월경부터 12월경까지 경주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에 맞춰 매년 11월경부터 12월경 사이에 다음 해 경주개최 기간 동안 근무할 투표종사원, 운영요원 등의 직원을 '일용계약직'으로 모집하여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방식으로 많게는 10년 가까이 피고 공단에서 일해 왔으며,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다음 해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퇴직금을 요구했으나, 피고는 근로계약서에 1년 미만의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고, 경기가 없는 동절기 동안 근로 제공이 없었으며, 매년 신규 채용 절차를 거치고 입사지원서를 다시 받았다는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여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

매년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하고 겨울철 등 경기가 없는 기간에 근로 제공이 없었더라도, 반복적인 계약 갱신과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할 때 퇴직금 지급 요건인 '1년 이상의 계속근로기간'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이 실업급여를 청구하거나 이직확인서 발급을 요청하는 등 근로관계 단절을 전제로 한 행위를 했으므로, 이제 와서 퇴직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부분의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원고 AQ에 대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AQ에게 3,351,090원 및 이에 대한 2008년 1월 5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 원고 AZ의 청구 취지 확장을 일부 받아들여 피고는 AZ에게 3,226,944원 및 이에 대한 2008년 1월 5일부터 2009년 4월 3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변경 판결했습니다.
• 원고 AZ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 원고 AQ과 AZ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항소는 기각하여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들이 형식적으로는 '일용계약직'이었으나, 매년 경주개최기간 단위로 근로계약이 반복적으로 체결되고 그 사이의 단절 기간이 피고의 일방적인 사정에 따른 '휴업기간 또는 대기기간'에 불과하며, 동일한 사번 부여, 근무평정, 경력수당 지급, 명절 카드 발송 등 계속근로관계 유지를 기대하게 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의 총 근무 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보아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실업급여를 청구하거나 이직확인서 발급을 문의한 행위만으로는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으며, 특히 '계속근로기간' 인정 여부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1.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 및 제8조 제1항: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급여제도(퇴직금 제도 등)를 설정해야 합니다. 만약 별도 제도를 설정하지 않았다면 법정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간주되며,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법정 퇴직금 제도가 적용되었습니다.
2.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4호 및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평균임금'은 퇴직 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퇴직금을 계산하게 됩니다.
3.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됩니다. 피고 공단은 이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4.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법리: 판례는 형식상 일용직 근로자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보아야 하며,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기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근로자가 반드시 월 평균 25일 이상 근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최소한 1개월에 4~5일 내지 15일 정도 계속해서 근무했다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판결 참조)
5.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이는 법률 관계에서 상대방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반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실업급여를 청구했더라도, 퇴직금 청구와는 법적 성질과 지급 의무의 주체가 다르므로, 퇴직금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 '모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만약 여러분이 '일용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고,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장기간 근무했다면, 형식적인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퇴직금을 받을 자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계약 형태보다는 실질이 중요: 비록 계약서에 '일용직'이나 '단기 계약직'으로 명시되어 있더라도, 실제 근무 형태가 계속적이고 반복적이었다면 법적으로는 '계속근로기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반복된 계약 갱신: 매년, 또는 주기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왔다면, 이 계약 기간들을 합산하여 1년 이상의 계속근로기간을 충족하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3. 단절 기간의 성격: 계약과 계약 사이에 공백 기간이 있었더라도, 그 기간이 사용자의 사정(예: 계절적 업무, 사업상의 이유)으로 인한 '휴업' 또는 다음 계약을 기다리는 '대기' 기간이었다면, 이는 계속근로를 단절하는 기간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사용자의 관행: 회사가 계약 갱신 시 경력직을 우선 채용하거나, 동일한 사번을 부여하고, 근무평정을 실시하고, 근무연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거나, 공백 기간에도 직원 행사에 참여를 독려하는 등 계속적인 고용을 기대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다면, 이는 계속근로를 인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5. 퇴직금과 실업급여는 별개: 실업급여를 신청하고 수령했다고 해서 퇴직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두 제도는 목적과 성격이 다르므로,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해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6. 증거 자료 확보: 만약 퇴직금을 청구할 계획이라면,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출퇴근 기록, 사내 메일, 회사의 공지사항, 경력증명서 등 자신의 근무 형태와 기간, 회사의 관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