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시공사 선정 무효 확인 소송

G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2016년 12월 18일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H 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에 조합원 6명이 시공사 선정 결의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요 주장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총회가 사임 의사를 밝힌 조합장에 의해 소집되었으므로 소집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둘째, 시공사로 선정된 H 주식회사가 홍보업체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개별 홍보를 하고 금품 및 사은품을 제공하여 경쟁 입찰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셋째, 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에 개인 정보를 기재하게 하고 서면결의 제출자의 현장 투표를 거부하는 등 투표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이러한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G 조합의 H 주식회사 시공사 선정 결의가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D, E, F): G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들로, 시공사 선정 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피고 (G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부산 수영구 일대에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으로, H 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했습니다.
• 피고 보조참가인 (H 주식회사): G 조합의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업체입니다.
• 조합장 N: G 조합의 조합장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임시총회를 소집했습니다.
• P 주식회사: H 주식회사로부터 시공사 홍보를 위임받은 외부 홍보업체입니다.

분쟁 상황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시공사가 외부 홍보업체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금품이나 사은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를 소집한 조합장이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던 상태여서 그 소집 권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총회 투표 과정에서 비밀 투표 원칙 위반이나 절차상의 불공정성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상황입니다.

핵심 쟁점

1. 사임 의사를 밝힌 조합장이 후임자가 선출되기 전에 임시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
2. 시공사가 홍보업체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개별 홍보 및 금품, 사은품을 제공한 행위가 도시정비법 및 조합의 경쟁 입찰 규정을 위반하여 시공사 선정 결의를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총회 투표 과정에서 투표 용지에 조합원 개인 정보를 기재하게 하고 서면 결의 제출자의 현장 투표를 거부한 것이 비밀 투표 원칙을 위반하고 투표 절차상 하자를 발생시켰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인 G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H 주식회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결의가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조합장 소집 권한에 대하여: 조합장 N이 2016년 11월 18일 감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조합설립변경인가와 임원변경등기를 마치고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았습니다. 법원은 민법 제691조의 '급박한 사정'에 준하여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임한 이사라도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하여, 조합장 N에게 이 사건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2. 경쟁 입찰 규정 위반에 대하여: H 주식회사의 홍보 위탁업체인 P 주식회사 소속 직원들이 2016년 10월 초부터 12월 18일까지 약 30차례에 걸쳐 조합원 약 20명에게 개별 방문 홍보를 하거나 식사권, 생활용품, 식재료 등 2만 원에서 34만 원 상당의 사은품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러한 행위가 시공사 선정 결의를 무효로 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제공된 사은품의 가액이 크지 않고, 대부분 일상생활용품에 해당합니다.
• 사은품을 제공받은 조합원 수가 약 20명 내외로 전체 조합원 수(약 2,600명)에 비해 매우 적습니다.
• H 주식회사가 다른 경쟁사보다 142표 이상 많은 득표수로 시공사로 선정되었습니다.
• H 주식회사가 홍보업체 직원들의 부정한 행위를 공모하거나 직접 지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합니다.
• 피고 조합이 P 직원들의 부정한 행위를 알았거나 묵인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부족하며, 설령 인식이 있었더라도 조합 정관에 따라 입찰 자격 박탈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았습니다.

3. 투표 절차상 하자에 대하여: 원고들이 주장한 투표용지에 조합원 개인 정보를 기재하게 한 점, 서면결의 제출자의 현장 투표를 거부한 점 등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정비법) 제11조 (시공자의 선정 등): 이 법률은 재건축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공사 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여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2.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국토교통부 고시 제13조 제3항): 도시정비법 제11조에 따라 제정된 고시로, 건설업자 등이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홍보관 및 쉼터 설치, 홍보책자 배부, 세대별 방문, 인터넷 홍보 등을 포함)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조합원 등에게 사은품, 물품, 금품,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한 청탁이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규정입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고 조합의 입찰참여규정 제10조 제3호에서도 홍보 관련 위반 시 입찰 자격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3. 민법 제691조 (위임 종료 시의 긴급 처리) 및 관련 법리: 위임 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도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수임인(여기서는 조합장)이 위임인(여기서는 조합)의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0915 판결 참조)는 비법인사단의 이사가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임하더라도 후임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그 임무를 수행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의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조합장 N이 사임 의사표시 후에도 총회 소집 권한을 유지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4. 입찰 절차의 무효 판단 기준 (대법원 2006. 6. 19. 선고 2006마117 결정 참조): 사법상의 계약인 입찰 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당연히 입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하자가 입찰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고, 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또는 그러한 하자를 묵인한 낙찰자의 결정 및 계약 체결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되거나 법률의 취지를 몰각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시공사 선정 결의 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법리가 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조합 임원 사임 시 총회 소집 권한: 조합의 대표자인 조합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더라도, 후임자가 선출되기까지 조합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급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기존 조합장이 중요한 업무(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소집)를 계속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민법상 위임 관계의 법리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조합 운영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입니다.
2. 시공사 선정 시 개별 홍보 및 금품 제공 금지: 도시정비법 및 관련 고시, 그리고 조합의 정관 등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 과정에서 건설업자나 관련 업체가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 홍보(세대별 방문 포함), 금품, 물품, 재산상 이익 제공 또는 약속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 위반은 시공사 입찰 자격 박탈 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건설업체와 조합원 모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3. 부정 행위의 영향력 판단 기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총회 결의 전체를 무효로 할 정도인지는 신중하게 판단됩니다. 법원은 일반적으로 제공된 금품이나 사은품의 가액, 영향을 받은 조합원 수, 부정 행위가 직접적인 결의 결과에 미친 영향(예: 득표 차이), 시공사나 조합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사소하거나 제한적인 부정 행위만으로는 전체 결의가 무효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총회 투표 절차의 공정성 확보: 총회 투표는 비밀 투표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표 용지에 조합원의 개인 정보(성명, 동·호수 등)를 기재하게 하는 것은 비밀 투표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절차상 하자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조합은 투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확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