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학습근로자 A씨와 그 가족 B, C씨는 A씨가 D 주식회사에서 근무 중 허리 부상을 입었으므로 회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A씨 측은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케이블 절단 작업을 하던 중 허리에 통증이 발현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D 주식회사의 과실이나 그 과실과 A씨의 상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의 사용자 과실 증명이 필요하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원고 A는 D 주식회사에서 학습근로자로 근무하며 주 1회 전기부품 대차 운반, 조립작업 및 케이블 절단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2019년 9월경 A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했고, 이후 A씨와 가족들은 D 주식회사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하여 A씨가 허리 부상을 입었다며 일실손해, 치료비, 위자료 등 총 4천9백여만 원(A씨) 및 각 천만 원(B, C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특히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케이블 절단 작업을 수행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게을리하여 근로자의 신체적 재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및 그러한 과실과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사용자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 미치는 영향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제1심 판결과 같이 피고 D 주식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업무 내용(주 1회 전기부품 대차 운반, 조립작업, 케이블 절단 작업)이 노동강도가 강하지 않았고, 케이블 절단 작업 횟수도 많지 않았으며, 작업 자세가 특별히 부자연스러웠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A씨가 주장하는 상병 발생 시점과 경위, 그리고 병원 진료기록 내용 사이에 여러 불일치가 있어 원고들의 주장을 신빙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는 기계·설비 작업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 케이블 절단 작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복지공단을 기속할 뿐, 법원이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하는 데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피고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작업 중 신체상의 재해를 입지 않도록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합니다. 사용자가 이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질 수 있으나, 이를 입증할 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다20183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는 선반, 롤러기 등 기계·설비의 작업 높이가 부적절할 경우 작업발판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모든 작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작업이 '기계·설비의 작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보상을 받더라도, 이는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이루어지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합니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재결은 근로복지공단을 기속할 뿐,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하는 법원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사용자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09조 제2항 참조).
직장 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거나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사용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사용자의 과실(안전조치 미흡, 부적절한 작업환경 제공 등)과 해당 과실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작업 환경, 작업 방식, 안전 교육 내용, 사고 발생 경위 등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증거 자료(진료 기록, 목격자 진술, 작업 영상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고 발생 시점 및 증상 발현 시점, 병원 방문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나 진술의 불일치는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