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재물손괴 · 인사 · 보험 · 비밀침해/특허
피해회사의 전 직원인 피고인 A와 B가 퇴직 후 경쟁업체로 이직하여, 피해회사의 설계도면을 반출하고 D로부터 영업자료를 제공받아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업무상배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인정하여 A와 B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유출된 자료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 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검사 역시 일부 자료의 영업비밀 인정 범위가 좁고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피해회사에 근무하던 피고인 A와 B가 퇴직 후 경쟁업체인 주식회사 G로 이직하면서 피해회사의 핵심 자료를 유출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피고인 B은 피해회사의 설계도면을 반출했고, 피고인 A와 B는 피해회사의 직원인 D을 통해 거래처별 구매 및 판매 단가 등 중요한 영업자료를 건네받아 경쟁업무에 활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회사는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되었고, 피고인들은 업무상배임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피고인 B이 반출한 설계도면이 업무상배임죄에서 말하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해회사의 거래처별 구매 및 판매 단가 등의 영업자료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원심의 양형이 적절한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A, B의 항소와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피고인 A, B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C에게 벌금 200만 원, D에게 벌금 300만 원, E에게 벌금 30만 원)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B이 반출한 설계도면은 피해회사의 독자적 설계 방식, 경쟁 우위 확보, 비밀 유지 노력 등을 고려할 때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아 업무상배임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해회사의 거래처별 구매 및 판매 단가 등의 영업자료는 ERP 시스템 접근 제한, 계약 체결의 중요 요소, 회사 내부에서의 비공개 관리 등을 고려할 때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아 영업비밀 누설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회사가 설계도면에 비밀 표시를 하지 않고, 접근을 제한하거나 열람 및 반출 내역을 관리하지 않는 등 합리적인 노력으로 비밀을 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설계도면 자체를 영업비밀로 인정해달라는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습니다. 원심의 양형은 범행 경위, 피해 정도, 피고인들의 자백, 피해회사의 공탁금 지급 등 여러 양형 사유를 종합할 때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아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형법상 업무상배임죄'가 적용되었습니다.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법)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참조). 여기서 '독립된 경제적 가치'는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사에 대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합리적인 노력에 의한 비밀 유지'는 단순히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정보에 대한 비밀 표시, 접근 권한 제한, 열람 및 반출 기록 관리, 암호화, 보안 교육 등 회사가 비밀 유지를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조치를 했는지를 의미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피해회사의 ERP 시스템 접근 제한이 있던 영업자료는 '영업비밀'로 인정되었으나, 설계도면은 비밀 유지 노력이 미흡하여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2. 형법상 업무상배임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인 B이 피해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설계도면을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의 임무 위배 행위 및 재산상 손해 발생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영업상 주요한 자산'은 피해회사의 독자적인 설계 방식, 경쟁 우위 확보에 기여하고, 비밀 유지를 위해 직원들로부터 보호서약서를 받는 등의 노력을 한 경우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심 법원이 항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4. 대법원의 양형 판단 원칙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는 형사소송법상 양형 판단은 1심 법원의 고유 영역이 존재하며, 항소심에서는 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회사의 중요한 기술 자료나 경영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영업비밀'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단순히 중요할 뿐 아니라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보에 대한 비밀 표시, 접근 권한 제한, 열람 및 반출 기록 관리, 파일 암호화, 직원들에 대한 정기적인 보안 교육 등 구체적인 관리 조치를 반드시 시행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는 것은 추후 법적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퇴직 직원이 경쟁업체로 이직 후 유사한 제품을 단기간 내에 생산하거나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면, 기존 회사 자료 유출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내부 자료의 외부 반출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인 유출 방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