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건축설계 및 시공감리업을 하는 주식회사 A(원고)가 건설업 등을 하는 주식회사 B(피고)와 부산 어린이 직업체험관 신축공사의 기본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설계도면을 완성하여 납품하고 피고에게 후속 절차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업 진행이 장기간 보류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미지급 용역비 81,840,000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고, 원고가 수행한 기성고 비율 74.5%에 해당하는 용역비 71,94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피고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15년 2월 27일 부산 동래구 C 외 4필지 지상에 부산 어린이 직업체험관 신축공사의 기본설계용역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주요 내용은 기본설계 도서 작성, 인허가에 필요한 계산서 작성, 건축심의 및 인허가 업무 등이었습니다. 원고는 2016년 9월경 건축허가도면 작성을 완료하고 2017년 6월 23일 피고에게 도면을 납품하면서 교통영향평가업체 선정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9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설계 진행이 보류되고 용역비가 지급되지 않자 2019년 7월 30일 이 사건 계약 제17조에 근거하여 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미지급 용역비 지급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행지체 또는 이행불능 상태가 되었으므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며, 기성고 비율 82%에 따른 용역비 81,840,000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신축공사가 부산광역시의 도시관리계획에 수반된 사업으로, 부산광역시의 예산 부족 및 사유지 매입 지연으로 사업이 지연된 것이며 피고의 귀책사유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용역비 지급 시기도 도래하지 않았고, 원고가 건축 관련 설계도면 외 다른 분야의 기본설계도면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감정인의 기성고 비율 산정이 과도하다며 용역비 감액을 주장했습니다.
피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설계용역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는지 여부 원고가 수행한 설계용역업무의 기성고 비율을 얼마로 인정할 것인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용역대금 및 지연손해금의 액수와 그 기산일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상 원고가 설계도면을 작성한 후 건축허가 및 인허가 등을 위해 필요한 교통영향평가서,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제공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원고의 이행 최고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 등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2019년 7월 30일 이 사건 계약서 제17조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지한 것은 2019년 7월 31일 피고에게 송달되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신축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이 사건 토지가 2020년 6월 17일 부산광역시에 수용되어 피고가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된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원고가 수행한 설계용역업무의 기성고 비율은 감정 결과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74.5%로 인정되었으며, 이에 따른 보수는 총 용역대금 120,000,000원의 74.5%인 89,400,000원에서 기지급금 24,000,000원을 공제한 65,400,000원에 부가가치세 6,540,000원을 합한 71,940,000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계약 해제 효력 발생일 다음 날인 2019년 8월 1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에게 71,940,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결은 민법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제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용역대금) 청구와 관련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와 해제) 채무자가 이행기일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지체하는 경우, 채권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독촉)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이 없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교통영향평가업체 선정을 요청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피고는 장기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 상태에 있었습니다. 원고가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이러한 이행지체에 따른 적법한 해제로 인정되었습니다.
2. 민법 제546조 (이행불능과 해제)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채무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 채권자는 이행의 최고 없이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는 피고의 사업 진행 지연으로 인해 이 사건 토지가 부산광역시에 수용되어 이 사건 신축공사 자체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상태로도 볼 수 있습니다.
3. 계약 해제의 효과 및 기성고 지급 원칙 건축설계용역 계약과 같이 도급계약이 수급인의 완료 전에 해제된 경우, 수급인은 계약 해제 당시까지 수행한 업무의 기성고 비율에 따라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용역대금은 총 계약대금을 기준으로 기성고 비율을 적용하여 산정됩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의 기성고 비율을 74.5%로 인정하고 미지급 용역비를 계산했습니다.
4. 지연손해금의 기산일 공사 도중에 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용역대금을 정산해야 할 경우, 보수 지급 의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해제의 효력이 발생한 날에 이행해야 하며, 지연손해금은 그 다음 날부터 발생합니다. 따라서 본 판결에서는 계약 해제 다음 날인 2019년 8월 1일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5. 상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이율 상행위로 인한 채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상법에 따라 연 6%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소송이 제기되어 판결 선고가 나는 경우,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는 상대방의 역할과 이행해야 할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인허가 절차 진행을 위해 필요한 서류 제공이나 후속 조치 의무는 계약서에 명확하게 포함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는 모든 의사소통, 요청, 진행 상황 등을 서면(공문, 내용증명, 이메일 등)으로 기록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계약 해지 사유 및 절차를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하고, 해지 통보 시에는 계약서상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여 내용증명우편 등 증빙 가능한 방법으로 통보해야 합니다. 도급계약에서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단된 경우, 수급인(용역업체)은 이미 수행한 업무에 대한 기성고 비율에 따라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성고 비율의 산정은 전문 감정인의 의견과 계약 내용, 실제 수행된 업무의 완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공공사업과 연계된 프로젝트라도 사적 계약은 별개로 존재하므로, 공공기관의 사정으로 인한 지연이 곧 계약 당사자의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