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공무방해/뇌물
이 사건은 국내 원자력발전소 비상디젤발전기 부품을 공급하는 대리점 D의 영업부장 A과 D의 협력업체 E의 대표 B이 공모하여 허위 납품 서류를 제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A가 E로부터 부정한 청탁 대가로 1억 3,4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배임수재, A가 한수원 직원 K에게 직무 관련 조의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건넨 뇌물공여 혐의가 주요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한수원에 모조품 호스 부품을 납품하여 약 22억 원을 편취했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도 받았으나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D의 영업부장 A은 D 창고에 있던 출처 불명의 펌프, 플랜지류 부품을 발견하고, 거래업체 E의 대표 B과 공모하여 E가 이 부품들을 D에 납품한 것처럼 허위 견적서와 세금계산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D는 E에 펌프 구매대금 명목으로 49,489,000원, 플랜지 구매대금 명목으로 76,485,200원, 총 1억 2,590만 원 이상을 지급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A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E로부터 총 1억 3,45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고급 승용차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수수했습니다. 2012년 1월에는 한수원 직원 K의 부친상에 500만 원의 조의금을 전달하며 향후 업무상 편의를 봐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A와 B는 2010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한수원에 납품하기로 한 비상디젤발전기용 호스 부품을 C사가 제조한 수입품이 아닌 국내 영세 업체 N에 의뢰하여 제작한 모조품을 납품하고 약 22억 원 상당의 대금을 편취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A과 B이 허위 납품을 통해 D에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혐의, A가 거래처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 A가 한수원 직원에게 고액의 조의금을 건넨 뇌물공여 혐의의 유무죄 여부입니다. 특히, A와 B가 한수원에 원전 부품 모조품을 납품하고 대금을 편취했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에 대해 기망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3,950만 원(배임수재액 1억 3,450만 원 + 뇌물공여액 500만 원)을 선고했으며, 추징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피고인 B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두 피고인 모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이 D의 영업부장으로서 피고인 B과 공모하여 허위 납품 서류로 D에 약 1억 2,59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B으로부터 1억 3,4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였으며, 한수원 직원에게 50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한수원과의 계약 내용상 C사 제품만을 납품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확하지 않고 C사의 품질보증이 중요했으며, 국내 하도급 생산 제품에 대한 C사의 품질보증도 인정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기망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에는 여러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형법 제356조(업무상배임), 제355조 제2항(배임), 제30조(공동정범)이 적용되었습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이득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피고인 A은 D의 영업부장으로서 D에 손해를 가하고 E에게 이득을 얻게 한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피고인 B은 업무상 배임의 신분이 없지만, 공동으로 범행하였으므로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의 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둘째, 형법 제357조 제1항(배임수재)이 적용되었습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배임수재죄가 됩니다. 피고인 A이 D의 영업부장으로서 B으로부터 계약 수주 및 거래 유지 명목으로 1억 3,4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행위에 이 법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셋째, 형법 제133조 제1항(뇌물공여)이 적용되었습니다. 공무원 또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본 사건에서는 공기업인 한수원의 직원 K)에게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한 경우 처벌됩니다. 재판부는 A가 K에게 조의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준 행위가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아 뇌물공여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도8113 판결)에 따르면, 뇌물죄는 특별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가 없어도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며,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넷째,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한수원과의 계약 내용에 C사 제품만을 납품해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었고, 한수원 측에서도 C사의 품질보증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C사가 하도급 생산을 보증하는 경우 납품이 가능하다는 증언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의 기망행위가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사기죄의 기망행위 및 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대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기업의 구매, 영업 담당자는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부당한 재산상 이득을 취하거나 부정한 청탁을 받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이나 배임수재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엄격히 금지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제공되는 경조사비는 액수가 과도하거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면 뇌물공여로 처벌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 외에 하도급 생산이나 대체품 납품을 고려할 때는 반드시 계약 당사자 간의 명확한 합의와 문서화를 통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중요 시설의 부품은 품질과 안전이 중요하므로, 계약 내용의 철저한 준수와 품질 보증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제작 원가와 납품 대금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약 내용의 불명확성은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