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건설 현장에서 흙막이 공사 중이던 한 노동자가 약 7m 높이에서 추락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고입니다. 노동자는 사고를 유발한 원청 시공사와 하청업체를 상대로 안전관리 의무 소홀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책임 비율을 조정한 뒤, 산업재해 보험금 수령액을 공제하고 약 1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2016년 10월 29일 피고 C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서귀포시 E호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가설 흙막이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1월 4일 오후 2시 10분경, 원고는 지표 기준 약 7m 높이에 설치된 폭 30cm 가량의 H빔 위에서 작업하던 중, 임시 안전난간의 돌출된 파이프에 머리를 부딪쳐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작업 공간에는 비계를 조립한 작업발판이나 안전대를 걸 수 있는 부착설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는 제2요추 압박골절, 좌측 후족부 개방성 압궤손상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으며, 장기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영구적인 노동능력상실(척추 손상 32%, 족저 신경 손상 29%)의 후유증을 입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C으로부터 위로금, 간병비, 진료비 명목으로 9,742,000원을 지급받았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보험금으로 총 113,600,740원(휴업급여 35,948,850원, 요양급여 18,631,390원, 장해급여 59,020,500원)을 수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피고들에게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에 대해 원청 및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노동자에게도 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는지, 그리고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얼마로 인정되어야 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원청 시공사와 하청업체)이 공동으로 원고에게 150,972,877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이자는 사고일인 2017년 1월 4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0년 7월 7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60%, 피고들이 40%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건설현장에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원청과 하청업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사고 당시 노동자에게도 일부 부주의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여 최종 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또한, 이미 지급된 산업재해보상 보험금 등을 공제하여 약 1억 5천만 원의 배상금을 확정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주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사용자 책임 및 안전배려 의무: 사업주(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안전배려 의무를 가집니다. 특히, 건설 현장과 같이 위험성이 높은 작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난간, 작업발판, 안전대 부착설비 등 필요한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들(원청과 하청업체)은 작업 공간에 돌출된 파이프를 제거하거나 추락 방지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이 안전배려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과실상계: 민법 제763조 및 제396조에 따르면,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본인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이를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이동 중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여 돌출된 파이프에 부딪힌 과실이 있다고 보아, 원고의 총 손해액의 20%를 과실상계하여 피고들의 책임 범위를 제한했습니다. 이는 피해자 역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손익상계: 피해자가 사고로 인해 손해를 입었지만, 동시에 그 사고로 인해 이득을 얻은 경우, 손해배상액에서 그 이득을 공제하는 것을 손익상계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수령한 산업재해보상보험금 중 휴업급여와 장해급여는 민사상 손해배상액 중 일실수익 부분과 성격이 유사하므로, 피고들이 배상할 금액에서 공제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양급여와 같이 직접 치료비에 해당하는 금액은 이미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민사상 배상액에서 중복하여 공제하지 않았습니다.
건설 현장과 같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는 안전 수칙 준수와 안전시설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시설 확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작업 공간의 안전시설(안전난간, 작업발판, 안전대 부착설비 등)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미비한 점이 있다면 작업 전에 시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돌출된 장애물이나 불안정한 구조물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개인의 안전 의무: 근로자 역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주변 환경을 살피고 주의하며 작업해야 합니다. 안전모, 안전화 등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위험한 행동은 삼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 증거 보존: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사고 현장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증거를 철저히 보존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산업재해 신청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시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산업재해 보상 및 민사소송: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사업주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추가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이미 받은 산재보험금 중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은 민사소송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손해배상액 산정: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치료비, 수술비, 약값 등 실제 발생한 비용 외에도 일실수익(사고로 인해 더 이상 벌지 못하게 된 소득), 노동능력상실에 따른 손해, 그리고 위자료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산정됩니다. 관련된 영수증, 진단서, 소득 증빙 자료 등을 잘 보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