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폐업 후 유사 법인에 약정금 청구 사건

원고들은 폐업한 건설사(I건설)로부터 약정금 채무를 인정받는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해당 건설사가 폐업하자 새로 설립된 회사(피고 F)를 상대로 채무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F가 I건설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설립된 회사이므로 I건설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F가 I건설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I건설로부터 약정금 채무가 있는 채권자들
• 피고 주식회사 F: I건설의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주장된 신설 회사
• 주식회사 I건설: 원고들에게 약정금 채무를 부담했던 폐업 회사
• J, G, K: I건설과 피고 F의 실질 운영자 또는 임원 및 주주로 지목된 개인들

분쟁 상황

원고들은 I건설을 상대로 약정금 3억 4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하여 2021년 7월 23일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I건설은 2019년 4월 28일경 폐업했고 원고들은 I건설의 채무 변제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후 2020년 7월 30일 피고 F가 설립되었는데 I건설과 피고 F의 사업목적과 본점 소재지가 동일했으며 I건설의 실질 운영자인 J가 피고 F를 운영하고 피고 F의 임직원 다수가 I건설 출신인 점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F가 I건설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설립된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이므로 피고 F가 I건설의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폐업한 회사의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 회사를 설립했다고 볼 수 있는지, 신설 회사가 기존 회사의 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회사가 기존 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며 기존 회사의 자산이 신설 회사로 이전되거나 유용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결과적으로 원고들은 피고 F로부터 약정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 중 채무 면탈 의도와 자산 유용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법인격 부인론'과 관련이 깊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에 따르면 기존 회사가 채무를 피하기 위해 기업의 형태나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 회사를 세웠다면 이는 회사 제도를 남용한 것이 됩니다. 이런 경우 기존 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중 어느 한쪽에게도 채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채무 면탈 의도로 신설 회사를 설립했는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1. 기존 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 상태 및 자산 상황: 폐업 직전 회사의 재무 상태가 어떠했는지 자산이 남아있었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2. 신설 회사의 설립 시점: 기존 회사 폐업과 신설 회사 설립 사이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고려됩니다.
3. 기존 회사에서 신설 회사로 자산 유용 여부 및 정도: 기존 회사의 자산이 새로운 회사로 부당하게 넘어갔는지 그리고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합니다.
4. 자산 이전 시 정당한 대가 지급 여부: 만약 자산이 넘어갔다면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거래된 것인지 아니면 무상으로 이전된 것인지 등을 살펴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I건설이 폐업 직전 약 16억 원의 자본 잠식 상태였고 주요 자산은 이미 공매로 매각되었던 점 피고 F가 I건설 폐업 약 1년 3개월 후에 설립된 점 그리고 피고 F가 사업 자금을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차용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I건설의 자산이 피고 F로 이전되거나 유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채무 면탈 의도가 있었다는 전제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회사가 폐업한 후 유사한 사업을 하는 새로운 회사가 설립되었을 때 기존 회사의 채무를 새 회사에 요구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1. 채무 면탈 의도: 신설 회사가 기존 회사의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립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2. 자산 유용 증명: 기존 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신설 회사로 이전되거나 유용되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업목적이나 본점 소재지가 같거나 임직원이 겹친다는 것만으로는 자산 유용이나 채무 면탈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기존 회사의 재정 상태: 폐업 당시 기존 회사가 이미 심각한 자본 잠식 상태에 있었고 자산이 공매 등으로 처분되어 채무 변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신설 회사 설립이 채무 면탈 목적이라기보다 단순히 재정 악화로 인한 폐업 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신설 회사의 독립적인 자금 조달: 신설 회사가 사업 자금을 독자적으로 조달했다면 기존 회사의 자산을 유용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 F가 사업부지 매수 자금을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차용한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인격 부인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므로 유사한 상황에서는 위의 요건들을 충족하는 강력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