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이 사건은 건설 현장에서 일용근로자가 타워크레인 작업 중 추락하여 사지마비에 이른 사고에 대해, 도급사와 하도급사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입니다. 법원은 하도급사와 도급사 모두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해 근로자에게도 자신의 안전을 살피지 않은 과실이 20% 있다고 보아, 최종 손해배상액을 80%로 제한하여 총 1,028,943,399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원청 중 한 곳이었던 다른 피고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라는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16년 12월 4일 오전 7시 30분경, 대전 유성구의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피고 D 소속 일용근로자였던 원고는 지상 1층 바닥공사를 위해 타워크레인을 이용한 보 설치 작업을 하던 중 약 3미터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사고 당시 타워크레인 운전자는 작업 전후 근로자가 보 위에 있는지, 연결줄을 모두 해제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원고는 보 위에서 연결줄을 해제하던 중 타워크레인이 보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원고는 경추 골절, 사지마비 등 중상을 입었으며, 이후 1급 3호의 장해등급을 판정받았습니다. 원고는 피고 D과 도급인인 피고 C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타워크레인 운전자와 피고 C의 안전관리책임자 및 안전관리자, 피고 D의 대표이사는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건설 현장 작업 중 근로자 추락 사고에 대한 도급사 및 하도급사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판단, 피해자의 과실상계 비율 및 손해배상 범위(일실수입, 향후 치료비, 보조구 비용, 개호비, 위자료) 산정.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C와 D 주식회사가 공동하여 원고에게 1,028,943,399원 및 이에 대한 2016년 12월 4일부터 2024년 3월 2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주식회사 C, D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주식회사 B에 대한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C, D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40%, 피고 C, D이 60%를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급사와 하도급사 모두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중대한 부상에 대해 상세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을 제시하고,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을 통해 피해자 보호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동시에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의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여 과실상계가 적용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 관련된 여러 법리와 법령이 적용되었습니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0조): 타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위법하게 손해를 입은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D은 근로자인 원고의 안전을 위해 안전줄이나 안전대를 설치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피고 C 역시 도급인으로서 하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안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2. 공동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60조):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각자는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리입니다. 피고 C와 D은 각자의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로 인정되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하게 되었습니다.
3. 소멸시효 (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는 원고가 사고일로부터 3년이 지나 소를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을 단순히 사고 발생일이 아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가해 행위의 존재, 손해 발생, 상당인과관계 등)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사지마비 부상을 입은 원고가 피고 C의 주의의무 위반 사실이나 그와 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은 관련 형사 1심 판결이 선고된 2022년 8월 25일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C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과실상계 (민법 제763조, 제396조 유추적용):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이를 참작하여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원고 역시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8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 과실 20%).
5. 손해배상액 산정: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재산적 손해(일실수입, 향후 치료비, 보조구 비용, 개호비 등)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로 구성됩니다. 일실수입은 사고로 인해 상실된 장래 소득을, 향후 치료비와 보조구 비용은 지속적인 의료 및 보조기구 필요성을, 개호비는 간병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산정합니다. 이때 피해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휴업급여나 장해보상일시금, 가해자로부터 받은 형사합의금 등은 재산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 사고 발생 시에는 즉시 현장 상황을 보존하고, 목격자 진술, 사고 당시 사진 및 영상 등 모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상을 입었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모든 치료 기록과 비용 영수증을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심각한 후유장해가 예상되는 경우, 장해 등급 판정 및 향후 치료 계획, 개호비(간병비) 산정 등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관련 서류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업무상 재해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이때 받은 보상금은 손해배상액 산정 시 공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와 형사 합의를 하는 경우, 합의금의 성격(위자료인지 재산상 손해 배상금인지)을 명확히 하는 것이 민사소송에서의 손해배상액 공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지만, 이 '안 날'의 기준은 단순히 사고 발생일이 아니라 가해 행위와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 요건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시효 만료에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