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건설 현장에서 데크플레이트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안전벨트를 풀고 이동하던 중 철골 볼트에 발이 걸려 약 7~8m 아래로 추락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건입니다. 피해 근로자는 자신을 고용한 하청업체와 공사를 도급한 원청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며, 법원은 두 회사 모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습니다. 다만, 근로자 본인의 부주의도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은 70%로 제한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10월 18일 피고 B이 도급받고 피고 C이 하도급받은 정읍시 소재 공사 현장의 2층 작업공간에서 데크플레이트 설치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작업 장소를 옮기기 위해 안전벨트를 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철골 후렌지 체결 볼트에 발이 걸려 중심을 잃고 약 7~8m 아래 1층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 현장 일부 구간에는 안전망이 설치되었으나, 사고 발생 구간에는 시간적 상황을 이유로 안전망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 A는 우측 척골 주두돌기 골절, 천골 골절 등 심각한 상해를 입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청업체(B)와 하청업체(C)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 장소에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안전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다루어졌습니다. 둘째, 피해 근로자(A)가 안전벨트를 풀고 이동하다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한 과실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 과실이 손해배상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입니다. 셋째, 피해 근로자의 노동능력상실률과 일실수입(잃어버린 소득)을 산정하는 기준(용접공 노임 vs. 보통인부 노임, 영구장해 vs. 한시장해) 및 기왕증(이전 병력) 여부가 손해액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넷째, 산재보험 장해급여를 받은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이를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와 향후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의 범위입니다.
법원은 피고 C은 원고에게 190,811,484원을, 피고 B은 피고 C과 각자 위 금액 중 78,477,318원 및 위 각 금액에 대해 2019년 10월 18일부터 2022년 5월 11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C 사이의 부분은 피고 C이,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부분은 원고가 3/5, 피고 B이 2/5를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하청업체 C뿐만 아니라 원청업체 B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습니다. 다만, 피해 근로자 본인의 부주의도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은 전체 손해액의 70%로 제한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됩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근로자의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고용주인 피고 C은 안전망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및 제3항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 원청업체는 자신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시킬 때 추락방호망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고 B은 원청업체로서 사고 발생 구간에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공동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60조): 둘 이상의 사람이 공동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고 B과 피고 C은 각자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라는 잘못이 경합하여 원고의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연대하여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됩니다.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시 채권자(피해 근로자 A)에게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과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합니다. 원고 A가 안전벨트를 풀고 이동하다 중심을 잃은 부주의가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70%로 제한되었습니다. 민법 제763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한 과실상계 준용): 위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준용됩니다. 이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므로 이 조항이 적용됩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제2항 (보험급여와 손해배상 책임의 관계): 산업재해로 보험급여를 받은 수급권자(피해 근로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보험가입자(사업주)는 이미 지급된 보험급여액의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장해급여 93,227,650원이 일실수입액에서 공제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특히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안전망 설치와 같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수적입니다. 근로자 본인 또한 작업 시 안전벨트 착용과 같은 안전 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의 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상해 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 장해급여를 받더라도, 사업주의 안전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산재보험 급여액은 민사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에는 사고 당시의 소득, 노동능력상실률, 향후 치료비, 위자료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특히 노동능력상실률은 영구장해인지 한시장해인지 여부와 그 비율에 따라 손해액이 크게 달라지므로, 의사의 정확한 소견과 관련 증빙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사고 이전의 병력이나 상해(기왕증)가 사고로 인한 손해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으므로, 과거 진료 기록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