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참여한 원고 회사가 사업 실패 판정을 받고 3년의 참여 제한과 1억 4천여만 원의 출연금 환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가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이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이 이의신청 기각 결정이 기존 처분(원처분)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고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가져오는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각하한 사건입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13년 피고 B기관장과 'D'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업을 진행한 후 2014년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으나, 2016년 6월 피고로부터 '실패' 판정을 통보받았습니다. 원고는 2016년 7월 성실성 입증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2016년 9월 피고는 성실성검증위원회 검증 결과 역시 '실패'로 판정했습니다. 결국 피고는 2017년 8월 29일 원고에게 중소기업기술개발지원사업 참여 제한 3년(2017. 9. 6.부터 2020. 9. 5.까지)과 정부 출연금 148,707,930원 전액 환수 처분(납부기한 2017. 9. 30.)을 내렸습니다(이 사건 원처분). 이에 원고는 2017년 9월 4일 이의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2018년 4월 3일 이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사건 이의결정)을 했습니다. 이 이의결정서에는 참여제한 시기와 종기(2018. 4. 5.부터 2021. 4. 4.까지) 및 환수금 납부기한(2018. 5. 8.)이 변경되어 기재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이의결정에 불복하여 2018년 6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18년 8월 21일 이 심판청구를 각하하였고, 이에 원고는 법원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최초의 행정처분과 별개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적인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B기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그 이유는 피고의 이의신청 기각 결정이 이 사건 원처분을 그대로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고, 원고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초래하는 공권력의 행사나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기각 결정은 원칙적으로 독립적인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즉, 행정기관의 처분에 불복하려면 최초의 처분(원처분) 자체를 소송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이의신청 기각 통지는 원처분의 효력을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 자체를 다툴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의 범위입니다. 대법원 판례(2012. 11. 15. 선고 2010두8676 판결)는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에 따른 '민원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취지의 기각 결정이나 통지는, 종전의 거부처분을 유지함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고, 민원인의 권리·의무에 새로운 변동을 가져오는 공권력의 행사나 행정작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 독자적인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이의신청은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아닌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사업 운영요령」 제39조에 근거한 것으로, 이는 행정심판기관과 같은 별도의 기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한 행정심판과는 달리, 원처분을 한 피고가 그 처분의 사유를 다시 심사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스스로 시정하도록 한 절차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재차 원처분과 동일한 처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각 통지를 하는 것에 그치며, 참여제한 처분의 시기와 종기, 환수금 납부기한이 이의결정서에서 변경된 것은 원처분 당시부터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변동될 수 있다고 예정되어 있었고, 이의신청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하므로, 실질적인 새로운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른 연구개발 평가와 관련하여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평가 결과는 사실적 기초가 없거나 재량권 일탈·남용이 사회통념상 현저히 부당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대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사건 협약 제11조와 관련 운영요령에 따라 연구노트를 성실하게 작성할 의무가 부과되며, 회의록 등이 연구노트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도 언급되었습니다.
행정기관으로부터 정부 사업 참여 제한이나 출연금 환수와 같은 불리한 처분을 받았다면, 그 처분 자체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는 해당 기관이 스스로 처분의 적법성 및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기회일 뿐, 그 이의신청이 기각되었다고 해서 그 기각 결정 자체를 독립적인 소송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처분서에 명시된 불복 방법과 제소 기간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의신청 기간과 행정심판 또는 소송 제기 기간은 별개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처분 내용 중 참여 제한 기간의 시작일이나 환수금 납부기한 등이 이의신청 절차를 거치면서 변경될 수 있으나, 이는 원처분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하거나 절차적 편의를 위한 조정일 뿐, 원처분의 핵심 내용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사업과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연구개발 과정과 결과에 대한 위원회의 평가가 특별히 부당하지 않는 한 존중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업 진행 시 연구노트 등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작성하고 보관하여 향후 분쟁 발생 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