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F 기업집단 소속 국내 회사 직원이었던 원고들이 회사의 인사명령에 따라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후, 중국 현지법인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 등을 국내 회사인 E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심은 원고들이 E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합의 해지하고 중국 현지법인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근로계약 합의 해지 및 임금 지급 책임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F 기업집단 소속 E 주식회사와 M 주식회사는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소속 직원들을 인사명령을 통해 이들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도록 했습니다. 2009년경부터 국내 회사들은 중국 현지 법인으로 이동할 무렵 국내 근무 기간에 대한 중간정산 퇴직금만을 지급하고, 이후 임금과 퇴직금은 중국 현지법인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원고들은 E 주식회사 소속이었으나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E의 인사명령에 따라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했습니다. 원고들은 E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퇴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현지 법인 채용 절차를 밟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국 현지법인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 및 중간정산 퇴직금 등이 발생하자, 원고들은 E 주식회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E 주식회사는 이 사건 소송 중 회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들이 E 주식회사와의 기존 근로계약을 합의 해지하고 중국 현지법인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기존 근로계약이 유지되었다면 E 주식회사가 중국 현지법인으로 파견된 원고들의 임금 지급 책임을 계속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근로계약의 합의 해지 및 임금 지급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E 회사의 인사명령이 근로계약 종료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고, 원고들이 퇴직 의사를 표시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E 회사가 중간정산 퇴직금을 지급한 것이 근로계약 종료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원고들이 임금채권을 포기하거나 E 회사의 임금 지급 책임을 면제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들이 중국 취업비자를 받고 현지법인과 연봉 계약을 체결했거나 현지법인의 지휘 감독을 받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기존 근로계약이 합의 해지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E 회사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을 제공한 것을 단순히 계열회사로서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은 E 회사에 대한 기존 근로계약상 근로 제공 의무의 이행으로서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며, E 회사가 그에 대한 임금 지급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E 회사에 대한 회생 절차 종결 결정이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이후에 있었으므로 소송수계의 필요성이 없다 하여 원고들의 소송수계신청은 기각하고 관련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원고들의 소송수계신청은 기각되었고,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첫째, 근로계약의 합의 해지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효력을 양 당사자가 합의하여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인정하려면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하는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가 일치해야 하며, 특히 계약 이행이 시작된 후에는 당사자 쌍방이 계약 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어야만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고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퇴직 의사를 표시한 바 없고, 피고 회사 등과 근로계약 실현 의사 결여 또는 포기 의사가 있었다고 볼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보아 합의 해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전적의 법리는 근로자가 기존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 해지하고 새로운 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소속을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근로자의 동의가 원칙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E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퇴직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중국 현지법인에 별도의 채용 절차를 밟은 바도 없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셋째, 채권의 포기 또는 채무의 면제는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포기하거나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명시적인 의사표시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행위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해서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정을 위해서는 해당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채권자의 행위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E 회사에 대한 임금채권을 포기하거나 E 회사의 임금 지급 책임을 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임금 지급 책임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하며, 동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계약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대법원은 원고들과 E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E 회사가 원고들의 중국 현지법인 근무에 대한 임금 지급 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해외 파견 시 국내 회사와의 근로계약 관계가 유지되는지 혹은 새로운 해외 현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 명확히 확인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계약의 해지 여부, 임금 지급 주체, 4대 보험 등 복리후생의 주체 및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둘째, 해외 근무 시 임금과 퇴직금을 어느 회사에서 지급할 것인지, 지급 방식 및 금액은 어떻게 되는지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명확히 합의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회사의 '인사명령'이 단순히 해외 파견 근무 지시인지, 아니면 국내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해외 현지법인으로 '전적'하는 것인지 그 법적 성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전적은 근로자의 동의가 원칙적으로 필요합니다. 넷째, 해외 현지법인으로 이동 시 국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퇴직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행위는 기존 근로계약의 합의 해지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다섯째, 회사가 임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근로자가 임금 채권을 포기하거나 회사의 임금 지급 책임을 면제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단순히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임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회사에 대한 임금 채권을 포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