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SK 주식회사(이하 참가인)가 자회사인 주식회사 인사이트코리아(이하 인사이트코리아)와 업무 도급 계약을 맺고 근로자들을 참가인의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참가인은 현장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 직무 교육 실시, 표창, 휴가 사용 승인 등 제반 인사 관리를 해왔습니다. 또한 인사이트코리아는 참가인의 자회사로서 형식상으로는 독립 법인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참가인이 사실상의 결정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법원은 참가인과 인사이트코리아 사이의 업무 도급 계약이 실질적인 도급이 아닌 '위장 도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참가인과 근로자들 사이에 직접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고, 참가인이 근로자들에게 계약직 신규 채용을 제안했으나 근로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자 근로 제공을 거부한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SK 주식회사는 1997년 8월경부터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와 업무 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 140여 명을 전국 11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계약상 현장 대리인을 통해서만 업무 지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SK 주식회사는 원고들을 포함한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 직무 교육, 표창, 휴가 사용 승인 등 제반 인사 관리를 행했습니다. 더 나아가 인사이트코리아는 SK 주식회사의 자회사로 거의 전적으로 SK 주식회사의 업무만을 도급받았고, 역대 대표이사는 SK 주식회사의 전임 임원이 선임되는 등 실질적으로 SK 주식회사가 모든 결정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0년 11월 1일, SK 주식회사는 원고들에게 계약직 근로자로 신규 채용될 것을 제안했으나, 원고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자 SK 주식회사는 원고들의 근로 제공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원고들은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SK 주식회사와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 간의 업무 도급 계약이 외형적인 도급 계약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위장 도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만약 위장 도급으로 인정된다면, SK 주식회사와 원고들(근로자들)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하는지로 이어지며, 이 관계가 인정될 경우 SK 주식회사가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을 거부한 행위가 부당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근로자법) 상의 고용 의제 규정이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지와 관련된 법리적 해석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과 피고보조참가인 에스케이 주식회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들(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상고 비용은 참가로 인한 부분은 에스케이 주식회사가, 그 외 나머지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SK 주식회사와 인사이트코리아 사이의 업무 도급 계약을 '위장 도급'으로 보았습니다. SK 주식회사가 인사이트코리아를 통해 근로자들을 사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아 SK 주식회사와 원고들 사이에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SK 주식회사가 2000년 11월 1일 원고들에게 계약직 근로자로 신규 채용을 제의하고 원고들이 동의하지 않자 근로 제공을 거부한 것은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원심이 파견근로자법상의 고용 의제 규정을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으나, 최종적으로 부당 해고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상 부당 해고와 위장 도급의 법리에 근거하여 판단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상 부당 해고: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부당 해고로서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위장 도급'을 인정하여 SK 주식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SK 주식회사가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 위장 도급의 법리: 위장 도급이란, 외형적으로는 도급 계약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도급을 준 회사(원청)가 도급받은 회사(하청)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고 인사 관리에 관여하는 등 실질적인 근로 관계가 형성된 경우를 말합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근로 관계의 '실질'을 중시하여 판단하며, 실질적인 근로 관계가 인정되면 도급을 준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실들이 위장 도급으로 판단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3.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법) 관련: 파견근로자법은 파견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사용 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근로자 파견'을 규정하고, 일정한 요건(예: 2년 초과 파견)이 충족되면 사용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고용 의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원심은 이 사건을 파견근로자법상의 근로자 파견으로 전제하고 고용 의제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참가인과 원고들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으므로, 파견근로자법상의 근로자 파견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고용 의제 규정이 적용된 결과로서 비로소 고용 관계가 성립된 것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질적 고용 관계가 인정되어 부당 해고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이 법리 적용상의 잘못이 판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이미 직접 고용 관계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굳이 파견법상의 고용 의제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외형적으로는 도급 계약 형태를 띠더라도, 실제 업무 현장에서 도급을 준 회사(원청)가 도급받은 회사(하청)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인사 관리를 하는 등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면 '위장 도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위장 도급'으로 인정되면, 근로자들은 도급을 준 회사와 직접 근로 계약 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사용 사업주가 근로 제공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해고하는 경우 부당 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인력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모회사가 자회사의 경영에 대해 사실상의 결정권을 행사하고, 자회사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 관리를 직접적으로 행한다면 '위장 도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체결한 계약의 명칭보다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 누가 자신을 지휘·감독하고, 누가 인사상 불이익이나 혜택을 결정하는지를 면밀히 살펴 자신의 고용 관계의 실질을 파악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 사업주가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고용 형태(예: 계약직)를 제안하고,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근로 제공을 막는 것은 기존의 실질적 근로 관계를 부당하게 종료시키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