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망인이 생전에 손자에게 재산을 증여했으나 법원은 이를 부양을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로 보고 손자가 그 조건을 이행했으므로 유류분 산정의 기초 재산에서 제외되어 원고들의 유류분 반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2020년 12월 13일 망인 D이 사망하면서 상속이 개시되었습니다. 망인의 자녀인 원고 A, B와 손자인 피고 C는 공동상속인이었습니다. 망인은 2008년 6월 10일 자신의 건물을 7천9백만 원에 매도하고 그중 7천만 원을 손자인 피고에게 지급했습니다. 피고는 이 돈과 대출금을 합해 빌라를 매수하여 망인을 부양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1월 15일에는 망인 소유의 토지 또한 2008년 12월 23일자 증여를 원인으로 취득했습니다. 망인의 상속 개시 당시 적극적 상속재산이나 상속채무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가 받은 7천만 원과 토지로 인해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며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망인이 손자인 피고에게 증여한 금원 및 토지가 단순히 증여된 재산인지 아니면 망인을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인지 여부, 그리고 이 재산들이 원고들의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피고에게 증여한 금원 7천만 원 및 토지가 피고가 망인을 부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피고가 약 12년 동안 망인을 실제로 부양하며 생활비, 병원비 등으로 약 1억 2천만 원을 지출하는 등 증여 조건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재산들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피고의 특별수익(증여액)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에게 유류분 부족액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은 민법 제1112조입니다.
민법 제1112조 (유류분):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가집니다.
이 판례에서는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이 직계비속으로서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유류분을 주장했습니다. 유류분은 기본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당시 적극재산과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합한 금액에서 채무를 공제한 후 산정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가 받은 7천만 원과 토지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피고에게 재산을 증여한 행위를 단순한 증여가 아닌 '부담부 증여'로 판단했습니다. 부담부 증여란 재산을 증여하면서 상대방에게 일정한 의무(부담)를 지게 하는 증여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망인을 부양하는 것이 증여의 조건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약 12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망인의 생활비와 병원비를 전적으로 혹은 상당 부분 부담하며 부양의 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가 이행한 부양 의무가 증여받은 재산의 가치를 상쇄하는 대가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았고, 이 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증여가 순수한 무상 증여가 아니라 조건을 이행하는 대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류분 침해를 주장하는 상속인들에게 반환될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이나 손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부양 등 특정한 의무를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부담부 증여는 일반적인 증여와는 달리 유류분 산정 시 다른 고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 증여의 경우 서면으로 명확히 조건을 남겨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서면이 없더라도 증여받은 사람이 실제로 조건을 이행한 내역(예를 들어, 병원비, 생활비 지출 증빙, 간병 기록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법원에서 부담부 증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증여받은 재산의 가치와 부양에 들어간 비용을 비교하여 실질적인 부담 이행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 청구는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생전 증여나 유증으로 인해 특정인에게만 돌아갔을 때 다른 상속인들의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부담부 증여로 인정되면 유류분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